코로나19: 일러스트에서 손글씨까지… 팬데믹으로 탄생한 작품들

아이와 엄마가 문 닫은 유치원 앞에 서 있다. 코로나19로 유치원 개학과 어린이집 개원은 무기한 연기됐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직장인 4명 가운데 3명이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경 작가는 뉴요커에 출품한 작품의 스케치 컷을 BBC 코리아와 공유했다

사진 출처, 이미경 작가

사진 설명, 아이와 엄마가 문 닫은 유치원 앞에 서 있다. 코로나19로 유치원 개학과 어린이집 개원은 무기한 연기됐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직장인 4명 가운데 3명이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경 작가는 뉴요커에 출품한 작품의 스케치 컷을 BBC 코리아와 공유했다
    • 기자, 김형은
    • 기자, BBC 코리아

"어떻게 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우리의 삶 가운데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감사함...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뒀어요."

미국 잡지 뉴요커는 최근 "팬데믹으로부터 온 엽서(Postcards from a Pandemic)"이라는 기사를 통해 세계 각지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보내온 각국의 풍경을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20일 기준 185개국에서 발생했다.

뉴요커의 일러스트 11개 중 2개는 한국의 풍경이었다. 이미경 작가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의자에 앉은 채 잠을 청한 의료진을 작가 특유의 절제된 색감으로 표현했다.

이 작가는 뉴요커 작품을 작업할 때 만든 스케치 컷을 BBC 코리아에 공유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 '쿠팡' 소속 배송 노동자가 새벽 근무 중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택배 기사 보호를 위해 신규 택배 기사에게는 평균 배송 물량의 60∼70%만 배정하고 기사와 차량을 신속히 충원할 것을 업계에 권고했다

사진 출처, 이미경 작가

사진 설명,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 '쿠팡' 소속 배송 노동자가 새벽 근무 중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택배 기사 보호를 위해 신규 택배 기사에게는 평균 배송 물량의 60∼70%만 배정하고 기사와 차량을 신속히 충원할 것을 업계에 권고했다

스케치 3컷 중 뉴요커에 실린 작품은 이 작가가 "감사한 마음을 담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한국의료진과 모든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특히 코로나 드라이브 스루는 한국에서 처음 시도한 것이라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꼭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잠도 제대로 잘 주무시지 못하는 한 의료진이 짬을 내어 잠깐 쉬다 조는 모습을 보여주면 보는 이들도 그 복잡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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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에 실린 또 다른 한국 작가의 작품은 최지수 작가가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 줄지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거리에는 역시 분주히 움직이는 택배 기사가 보이고, 오토바이를 탄 기사들도 여럿 눈에 띈다.

"이 작업은 약사인 엄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때면, 요즘은 특히나 엄마가 많이 생각납니다"라고 최 작가는 트위터에 썼다. 최 작가는 영화 "기생충"의 프랑스판 블루레이 커버 아트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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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간호사 이야기' 페이지를 운영하는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일하는 8년 차 간호사 오영준 씨도 BBC 코리아에 그림을 공유했다. 오씨는 미대를 다니다 그만두고 간호사가 됐다.

그는 BBC 코리아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중, 중증에 속한 환자들을 돌보았는데 일반적인 폐렴 환자와 다른 양상으로 급속도록 폐기능이 안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오영준 간호사 그림. "장갑을 두 겹이나 끼고 일하니까 잘못하다 보면 겉장갑이 찢어지는 일도 많아요. 처음엔 가슴이 철렁거려서 바로 플라스터로 찢어진 부위를 칭칭 감아 응급처치했는데 이 고난의 행군이 길어지다 보니... 응 그래, 찢어졌네"라고 설명을 썼다

사진 출처, 오영준 간호사

사진 설명, 오영준 간호사 그림. "장갑을 두 겹이나 끼고 일하니까 잘못하다 보면 겉장갑이 찢어지는 일도 많아요. 처음엔 가슴이 철렁거려서 바로 플라스터로 찢어진 부위를 칭칭 감아 응급처치했는데 이 고난의 행군이 길어지다 보니... 응 그래, 찢어졌네"라고 설명을 썼다

오씨가 신종 감염병 현장에 투입된 것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두 번째다.

"메르스 당시, 한국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국가적으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체계적 매뉴얼이 없었습니다. 감염된 의료진이 사망하는 일도 발생하는 등 당시 일선에서 극도의 공포감이 지배했습니다." 그는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보 소통 덕에 의료진에게 심적인 안정감을 줬습니다. 그 때와 가장 다른 점은 나 자신을 잘 보호하고 기본수칙을 잘 지키면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습득했다는 것입니다. 메르스 때의 경험이 큰 것 같습니다."

방호복을 벗은 후 샤워를 마친 간호사들. "일회용 타월이나 혹은 시트, 베갯잇으로 머리를 감싸 올려 버리고 바로 전산 업무를 봅니다. 샤워하고 나온지 몇 분 안 되어 또 급하게 방호복을 입고 뛰쳐 들어갑니다"라고 오 간호사는 썼다

사진 출처, 오영준 간호사

사진 설명, 방호복을 벗은 후 샤워를 마친 간호사들. "일회용 타월이나 혹은 시트, 베갯잇으로 머리를 감싸 올려 버리고 바로 전산 업무를 봅니다. 샤워하고 나온지 몇 분 안 되어 또 급하게 방호복을 입고 뛰쳐 들어갑니다"라고 오 간호사는 썼다

드로잉 1개를 그리는 데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저는 한국화 전공이라 주로 선묘법으로 드로잉을 합니다. 서양화처럼 채색을 채우는 기법이 아니고 선 중심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금방 그립니다."

오씨의 고향은 2월 18일 31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확진자가 폭증했던 대구다. "제가 속한 인천은 그나마 큰 피해가 없었지만 이 시간에도 중증환자 케어에 매진하는 대구 간호사 선생님들 존경스럽습니다."

방호복과 마스크 탈의 후 의료진 얼굴에 테이핑과 자국이 선명하다. 사진 설명을 요청하자 오씨는 "방호복 탈의 이후의 간호사들의 모습이죠. 꾸밈없는 진실된 모습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오영준 간호사

사진 설명, 방호복과 마스크 탈의 후 의료진 얼굴에 테이핑과 자국이 선명하다. 사진 설명을 요청하자 오씨는 "방호복 탈의 이후의 간호사들의 모습이죠. 꾸밈없는 진실된 모습입니다"라고 말했다

의료인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디테일을 오씨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오씨 특유의 유머러스한 글 또한 '간호사 이야기'가 사랑받는 이유다. 의료인들의 호응도 눈에 띈다.

"방앗간 가래떡 나오듯이 줄줄이 (출력되는) 바코드와 수액라벨지"를 붙이는 간호사 드로잉에는 "몇 시간 전 내 모습"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주사 맞기를 거부하는 할머니를 설득하는 간호사 드로잉에는 "가끔 무는 분도 계세요. 내가 물려봐서 잘 알지", "도끼빗으로 맞아봄" "오늘도 주사 맞기 싫다는 할머니한테 꼬집혔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격리병동 안에 있는 의료진은 밖에 있는 동료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면 유리창에 글을 쓴다. 밖에서 알아보기 편하게 좌우 반전된 '미러 이미지'로 글을 쓴다

사진 출처, 오영준 간호사

사진 설명, 격리병동 안에 있는 의료진은 밖에 있는 동료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면 유리창에 글을 쓴다. 밖에서 알아보기 편하게 좌우 반전된 '미러 이미지'로 글을 쓴다

명지병원이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과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 정도에 대해서는 69.7%가 '상당한 변화'라고 답했했다. 이는 업무량 증가와 업무재배치 등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오씨에게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다. "저의 드로잉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현장에서 간호사들의 왜곡되지 않는 진실과 헌신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일로 간호사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김지향 작가가 4월 4일 올린 '누가 요즘 꽃구경 가니?' 김 작가 책을 포함해 손글씨 관련 도서는 최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사진 출처, 김지향 작가

사진 설명, 김지향 작가가 4월 4일 올린 '누가 요즘 꽃구경 가니?' 김 작가 책을 포함해 손글씨 관련 도서는 최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서점의 취미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손글씨 책이 자리 잡았다. 실제 인터파크 주간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든 책들 중 4권은 손글씨 관련 도서다. 손글씨로 유명한 '다이어리레코드(김정은)'와 '지향드림(김지향)'의 일기체를 따라 써볼 수 있는 '우리들의 예쁜 손글씨'가 포함됐다.

김지향 작가가 4월 4일 올린 '누가 요즘 꽃구경 가니?' 상세 컷

사진 출처, 김지향 작가

사진 설명, 김지향 작가가 4월 4일 올린 '누가 요즘 꽃구경 가니?' 상세 컷

다음은 김지향 작가가 BBC 코리아에 제공한 작품 설명이다.

"벚꽃이 만개하면서부터 사람들의 관심사는 바뀌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시작하고 집에서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 1000번 저어 만드는 수플레 계란말이를 다 만들고 나니 사람들의 시선은 봄을 알리는 벚꽃으로 돌려졌죠. 너도나도 벚꽃을 구경하고 나들이 나가고 싶은 마음은 크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지키고 코로나19 확산이 조금이나마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하였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펜크래프트'로 활동하는 유한빈 작가가 쓴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

사진 출처, 유한빈 작가

사진 설명,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펜크래프트'로 활동하는 유한빈 작가가 쓴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

'나도 손글씨 바르게 쓰면 소원이 없겠네'의 작가 유한빈 씨는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를 쓰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펜크래프트'라는 아이디로 활동 중이다. 유 작가는 BBC 코리아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씨에 관한 갈망은 계속 내재돼 있었으나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사태가 기폭제가 된 것 같습니다. 손글씨가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지친 외부 환경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또, 이번 일로 집에 있게 된 분들 중 악필 교정을 하고자 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시는 분들은 차분히 쓰는 글씨가 잡생각도 덜어주고 집중력도 키워준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웹툰 '나는 엄마다'의 순두부 작가는 217화를 자신이 겪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썼다

사진 출처, 순두부 작가

사진 설명, 웹툰 '나는 엄마다'의 순두부 작가는 217화를 자신이 겪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썼다

웹툰 '나는 엄마다'의 순두부 작가는 217화에서 코로나19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평범한 시민으로서 느낀 점을 최대한 담담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힘을 모아 코로나19를 이겨봐요!'식의 파이팅 넘치는 패기보다는 '저는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여러분은요?' 이런 느낌이랄까요"라고 그는 기획의도를 전했다.

그는 "보통 80%의 사실, 20%의 만화적 과장을 담는데요. 이번 코로나19 관련 회차에 대해서는 99%의 경험을 날 것 그대로 담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관련 회차의 제목은 '이게 왠 난리이다'. "종일 쓸고 닦고 난리 블루스 떠는 중이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사진 출처, 순두부 작가

사진 설명, 코로나19관련 회차의 제목은 '이게 왠 난리이다'. "종일 쓸고 닦고 난리 블루스 떠는 중이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9·10살 연년생을 키우고 있는 작가는 육아와 결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코로나19로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5일 연속 신발 안 신은 날도 있더라고요. 최대한 외출 자제하고, 자체 방역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제법 커서 이제는 한숨 돌려보나 했는데, 본의 아니게 24시간 밀착 육아를 하게 돼서 과거로 돌아간 기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