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 음식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Katie Horwich
'슬플 때일수록 많이 먹어두어야 한다'는 말은 과연 맞는 말일까?
가족의 죽음을 견디는데 음식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봤다.
생명줄과 같았던 음식

사진 출처, A Pinch of Yum
영양분 섭취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중한 이를 잃고 나서 식욕이 사라지는 경우 또한 흔하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사는 린지 오스트롬은 출산 하루 만에 아들 에프톤을 잃었다.
그는 에프톤의 죽음 이후 매일 눈물로 지새며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다.
"아들을 잃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게 제 인생 그리고 아들의 인생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요"
"어떤 것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어요."
음식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오스트롬은 자신의 식욕에 생긴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식욕으로 가득 찼던 배가 무거운 슬픔으로 채워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식욕을 잃어가는지를 적었다.
"음식이라는 개념 자체에 반발감이 생긴 것 같았어요. 평소라면 열정에 가득 차서 바라봤을 텐데 완전히 열정이 꺼져버렸어요."
"예를 들면, 평소에는 엄청 맵고 맛, 색, 느낌이 강한 음식을 먹었었는데 어느 순간 밋밋한 감자 스프, 흰 빵에 버터, 그런 음식을 먹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오스트롬은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그를 찾아주는 친구와 가족들의 존재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완전 생명줄과도 같았던 것 같아요."
"'그래, 한 접시만 먹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삶을 되불러오고 저를 현실을 살게 하더라고요"
"살아있다는 것, 앞으로도 계속 살아야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오스트롬은 그 이후, 간단하더라도 사랑이 담긴 음식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친구와 가족들에게서 자신이 먹었던 캐스롤과 파이 레시피를 받아 블로그에 "부서진 마음을 위한 음식(Feeding a Broken Heart)"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의 레시피와 음식 사진은 이후 인스타그램에 #feedingabrokenheart라는 태그와 함께 반향을 이끌었다.
왜 식욕이 사라질까?

사진 출처, Instagram
메릴랜드 대학의 리사 슐먼 교수는 남편 빌을 잃고 '슬픔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간이 힘든 일을 겪으면 문제에 맞서 싸우거나 도피하고 싶은 본능이 자극되면서, 식욕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슬픈 일을 겪을 때는 우리와 세상 사이에 공간이 존재하는 것과 같아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거죠."
"이 때문에 음식의 맛과 같은 뉘앙스를 존중하기 어려워져요."
그는 감각이 사라진 순간에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음식을 활용할 수 있어요."
"저라면 의미가 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 기억을 되살리려 할 거에요."
"저는 남편이 자주 해 달라고 하던 요리 레시피를 돌아봤어요. 위로가 되더라고요."

사진 출처, Katie Horwich
루마니아계 유태인 이민자 출신으로 파스트라미(양념한 소고기를 훈제해 차게 식힌 음식) 식당을 운영했던 아버지를 잃은 에이미에게도 음식은 큰 힘이 됐다.
에이미는 특히 생 양파를 먹을 때 아버지가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아버지는 거의 모든 음식에 생 양파를 뿌려 드셨어요."
비록 에이미는 생 양파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주기적으로 음식을 먹으며 그를 생각했다.
"아버지를 대신해 먹은 거에요."
그는 양파 외에도 스콘처럼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먹으며 트라우마와 슬픔을 극복해냈다.
베일러 대학 종교학과의 칸디 칸 교수는 죽은 이를 위해 음식을 대접하는 일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해왔다고 말했다.
죽은 자가 사라지더라도 생전 좋아하는 음식을 통해 그 존재가 남는다는 것이다.
칸 교수는 다만 슬픔을 벗어나기 위해 급하게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의 의식을 만들며 떠나보낸 가족을 떠올리고 소통하는 것이 마음을 치유하는 데 있어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