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생존 박스' 등장...한달 치 식량 들어있어

'브렉시트 박스'는 지난 한 달간 약 600여 개가 팔렸다
사진 설명, '브렉시트 박스'는 지난 한 달간 약 600여 개가 팔렸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다가옴에 따라, '브렉시트 생존 박스'가 등장했다.

300 파운드(한화 약 43만 원)에 달하는 이 박스에는 30일 치 동결 건조 식품과 식수 여과용 필터 그리고 불을 지필 수 있는 젤 등이 들어있다.

박스를 구입한 린다 마얄(61)은 이미 통조림과 화장지를 비축해 놓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있을지 모르는 "혼란"을 대비해 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현재 3월 29일로 예정되어 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해당 박스에 들어있는 물품 중 그 어떤 것도 미리 비축해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브렉시트 생존 물품이 팔리고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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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Google

3천5백여 명이 이미 '48퍼센트 페퍼스'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다. 이 그룹은 "브렉시트 이후의 삶에 관한 실질적 대비책"을 논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내 부모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인 멈스넷(Mumsnet)에 있는 '브렉시트를 위한 준비' 페이지에도 사재기 관련 글이 250여 개에 달한다.

이들은 의약품, 세면도구, 기저귀에서부터 염색약과 담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을 미리 사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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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이 뭐가 나쁜가요?'

린다 마얄은 브렉시트를 대비해 물품을 비축해 놓았다
사진 설명, 린다 마얄은 브렉시트를 대비해 물품을 비축해 놓았다

웨이크필드에 사는 마얄의 경우, 영국의 EU 탈퇴 후 영국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브렉시트 박스'를 샀다.

그는 "브렉시트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의 삶이 걱정이다"라며 "국경 문제가 해결이 될 때까지 한 6개월간은 혼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나는 뭐든지 늘 구비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성격"이라며 "예전에 한 번 수입이 끊겨 아이들과 내가 비상식량에 의존해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좀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이 뭐가 나쁜가요"라고 반문하며 "어차피 박스 안 물품들은 25년 동안 사용 가능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사태에 나를 보호할 것을 갖게 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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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워터스(Wild Waters)라는 냉장 보관 업체 또한 제조업체들이 물품을 비축함에 따라 보관 공간이 줄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영국의 비상식량 전문 업체인 이머전시푸드 스토리지 유케이(Emergency Food Storage UK)의 제임스 블레이크가 '브렉시트 생존 박스'를 지난해 출시했고 600여 개가 판매됐다.

블레이크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박스를 구성했다"며 "60개의 주된 식사, 고기 48덩이, 식수 여과용 필터, 그리고 물을 데워야 할 경우를 대비해 불을 지필 수 있는 젤을 넣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에 기대 수익을 낼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는 "투표 이후 사람들은 계속 불안해 왔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스를) 사두면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앞으로 있을 일을 위해 적어도 무언가를 준비해두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스에는 동결 건조 식품과 식수 여과용 필터 그리고 불을 지필수 있는 젤 등이 들어있다
사진 설명, 박스에는 동결 건조 식품과 식수 여과용 필터 그리고 불을 지필수 있는 젤 등이 들어있다

리즈대학교의 식품 시스템 전문가인 팀 벤튼 교수는 영국에 식량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필요한 물품이 마트 진열대에 매일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사람들이 과하게 반응하며 사재기를 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식량 공급에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될 경우, 항구에서 정체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수입이 급증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에 화장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영국 정부 대변인은 "식량, 식수 필터 그리고 불 지피는 도구 등을 비축할 필요 없다"며 "영국은 식량 공급이 안전하게 이뤄진다. 공급원은 국내 생산과 제3국으로부터의 수입 등으로 다양화되어 있다. '노 딜' 브렉시트의 경우든 아니든 이는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