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미투' 그 후...서지현 검사, '2차 가해로 고통스럽지만 그만두지 않을 것'

동영상 설명, 미투 그 후 서지현 검사: "무죄판결 예상하지만, 끝까지 진실 밝힐 것"
    • 기자, 김형은, 최정민
    • 기자, BBC 코리아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JTBC에 출연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한국의 '미투 운동'을 촉발한 지 약 9개월이 지났다.

그간 그는 어떻게 지냈을까?

서 검사는 JTBC 출연 후 아직 정상적인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부부장으로 승진해 일부 언론은 "'미투 1호'가 승진했다"고 보도했지만, 서 검사는 "승진이라 보기 어렵다. 동기 전체가 다 부부장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2차 가해를 주도한 몇몇 검사들이 좋은 보직을 발령받았다고 서 검사는 주장한다.

아울러 업무능력, 인간관계, 평소 행실, 외모 등에 대해 제기되는 수많은 얘기를 듣고 견뎌야 한다.

재판은 진행 중이다. 1심은 빠르면 12월 중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난 주요 사건으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재판 결과에 이어, 이번 재판 결과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 검사는 최근 BBC 코리아 인터뷰에서 관련자들의 "무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 조사단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검사들이 허위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미투의 상징'으로 지내온 지난 9개월에 대해 물었다.

'피해자다움' 거부한다

서지현 검사

Q. 최근 근황 알려달라

행복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한다. 고통스럽고 슬픈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이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도 장례식장에서 웃기도 하고, 이후 일상을 살아간다. 피해자들에게 평생 슬프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피해자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고, 피해자의 피해가 온전히 구제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 고통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럼에도 당당하고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지난 1월 JTBC에 출연 후 한국 사회 전반에서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려움이 컸다. 한국에서는 여성이 직장에서 성폭력을 문제 삼으면 같이 일하기 힘든 여성으로 취급된다. 옷차림, 행실 문제를 들며 피해자 잘못으로 돌리고 결국 피해자가 입을 다물게 한다. 아울러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출연 후 이어진 폭로가 '미투'를 넘어 '위드유' 같았다. 함께한다는 소리로 들렸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반향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고통은 현재도 진행 중이고 2차 가해, 혹은 역고소로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 서지현 검사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여성 국회의원 모임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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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도 성폭력 피해자 될 수 있다'

Q.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 비서 김지은 씨처럼 학력이 높고 장애가 없는 성인이 성폭력 반복적으로 당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실 일각에서 검사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냐며 놀라워했다는 말을 들었다. 제 폭로 이후 법무부에서 여성 검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는데, 70% 이상이 성추행 및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일반인들은 이 수치에 놀랄 수 있지만, 여성 검사들 사이에서는 100%가 아닌 것에 놀랐다.

내 사례를 통해 한국에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로 판단되는 검사라는 사람도 성폭력을 겪고 오히려 보복을 당하고도 8년 동안이나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면서, 많은 여성이 자신이 피해를 본 것이 혹은 피해를 말하지 못한 것이 결코 자신이 못났거나 자신에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Q. 개인적으로 겪은 2차 피해에 대해 말해달라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자뿐 아니라 내부고발자가 겪는 2차 피해는 매우 전형적이다. 마치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같은 양상으로 진행된다.

피해자의 업무능력과 인간관계에 대한 폭로가 이어진다. 정치적 목적, 인사 이익, 혹은 돈을 노린 것이 아니냐 등 의혹도 제기하며 2차 가해가 이루어진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역고소한다.

나 역시 이러한 2차 가해를 당했다. 나에 대한 2차 가해는 법무부, 검찰에서 앞장선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정치인, 언론을 상대로 음해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한 일이다' '인사를 잘 받기 위해 한 일이다', '평소 업무능력과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었다' 등의 이야기다.

가해자가 만들어 놓은 매뉴얼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는 게 마음이 아프다. 2차 피해는 피해자가 혼자 극복할 문제가 아니라, 법적 제도로 보호받아야 한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왼쪽)과 서지현 검사

사진 출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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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장 승진? 승진으로 보기 어렵다'

Q. 폭로 후 아직 출근 전이다. 복귀하면 검찰 내 시선이 어떨것 같나?

두려움이 크다. (출연 후 여태껏) 정상적 근무 못 했고 이유는 2차 가해 때문이다. 몇몇 검사가 고발됐지만 조사를 안 하고 오히려 그들 중 일부는 이번 인사에서 좋은 보직을 발령받았다. 검찰이 저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너는 검찰을 망신 주었고, 너를 괴롭히는 사람을 이렇게 잘 대우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제가 부부장으로 승진했지만 승진이라 보기 어렵다. 제 동기 전체가 다 부부장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부부장은 간부급이 아니라 평검사와 같은 일을 하고 칭호 이외에 달라지는 것 없다. 오히려 부부장이어서 더 힘든 사건을 처리한다. 검찰은 대단한 승진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저는 검찰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Q. 그럼에도 사표를 내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그 모든 것이 너무 두려워 사표를 낼 생각도 했다. 조직에 대한 이런 이야기 할 때 해당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사표를 내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사표 내고 아이 키우며 조용히 사는 것이 행복할 것다.

하지만 제가 미투의 상징이 되고 많은 여성이 절 보고 용기를 내고 저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고 해서 (사표를 내지 않았다). 제 폭로 이후 많은 피해자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제가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줘 한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면 버텨보고 싶다.

Q. '대한민국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현재 생각은?

개인적으로 검사가 된 것은 정의로운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게 검사에 대한 제 생각이었다. 제가 15년차 검사인데 지금은 (제 생각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제가 꿈꾸던 검사의 모습은 잘나가고 출세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에 공감하고 타인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검사라는 직업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필요한 직업이다. 끔찍한 범죄자를 만나고, 고통받는 피해자와 관련자들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실을 찾는 과정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인내가 없이는 하기 힘들다.

사실 폭로를 결심하게 된 것도 내가 대한민국 검사이면서도 나 자신이 입은 범죄 피해를 그냥 참고만 있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도 컸다.

서지현 검사 대학입학식

사진 출처, 서지현 검사 제공

사진 설명, 서지현 검사 대학입학식

'무죄판결 예상한다'

Q. 1심 결과는 어떨 것이라고 보나?

무죄를 예상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제 사건을 조사하는 조사단 구성됐는데, 명칭이 "여검사 성추행 진상조사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었다.

사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인 제가 진술했고 가해자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사과한다고 한 상태라 진상조사 할 부분이 없다. 보복인사가 진상조사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인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성폭력 부분만 확인하자'는 입장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조사단을 만든 것이다.

조사단의 명칭과 조직을 보자마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우려한 부분은 대충 조사하고 기소하면 재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법원 재판 과정에서라도 진실이 드러나기를 소망하고 있지만, 관련자들이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수사과정은 관련자 진술이 다르면 대질조사를 하여 진실을 가리는데, 내 경우 대질조사를 하지 않았고 관련자 진술을 알지 못했다.

법원에 증인으로 나가서 진술을 봤고, 관련 검사들이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수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그들이 말 맞출 시간이 있었다고 본다. 배신감이 너무 컸고, 대한민국 검사라는 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말 묻고 싶었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조희진 서울 동부지검장이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조희진 서울 동부지검장이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Q.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간절한 바람은 유죄선고가 되어서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가 구제받고 2차 가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길 원한다.

하지만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 인사가 부당하고 이례적이고 특별한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다 안다.

무죄가 난다면 그것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서, 거짓으로 속였기 때문에 난 것이지, 가해자가 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의미는 피해자가 검사라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이니, 피해를 입었으면 즉시 신고하거나 고소하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다.

무죄가 난다고 그대로 인정하고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너무나 힘든 과정이지만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후 사회 전반에서 성폭력 폭로가 이어졌고 불법촬영, 낙태죄 등에 대한 시위도 열렸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서지현 검사의 폭로 후 사회 전반에서 성폭력 폭로가 이어졌고 불법촬영, 낙태죄 등에 대한 시위도 열렸다

Q. 재판이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졌으면 하나?

제가 가장 뜻깊게 생각하는 건 제 폭로 후 스쿨미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많은 여학생이 성폭력 피해사실을 이야기하는데 듣다가 깜짝 놀랐다. 30년 전 내가 학교에서 당한 일을 여전히 당하고 있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한국 여성은 성폭력은 학교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입을 못 열었고,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더이상 학교에서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미투가 계속되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다. 여성참정권이 주어진 것이 불과 100년 전이라고 들었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이 드디어 운전할 수 있게 됐다고 들었다. 우리는 "세상에, 여성이 참정권이 없었어? 여성이 운전할 수가 없었어?"라고 말한다. 나는 미투 역시 "세상에, 미투가 필요했어?"라고 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