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이것 하나만 바꿔도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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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들리는 경보음과 기계음은 단지 불편하기만 한 게 아니다. 병원의 소음은 환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한다.

전자 음악가 요코 센의 생계는 민감한 귀에 달려있다.

그러나 센은 5년 전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을 당시 그의 뛰어난 청각을 원망했다.

끊임없이 경보과 경고음의 불협화음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소음, 특히 삐 소리와 경보에 방해를 많이 받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스피커, 비명 지르는 사람들, 문 부딪히는 소리 등 정신없는 환경이었죠. 후유증이 심했어요."

센은 퇴원 후 소음이 환자의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환자, 의사, 간호사, 간병인 모두 고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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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Getty Images

센은 이후 미국 워싱턴 D.C.에서 '센 사운드'를 설립했다.

얼마 후에는 더 나아가 워싱턴 시블리 기념 병원 내 음향 허브를 설립하고 병원 내 소음과 싸움을 시작했다.

센은 밤에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경보 소리가 환자들의 수면과 회복을 저해하고 심지어 병원 직원들 또한 괴롭히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후 환자를 넘어 병원 직원들의 복지에 대해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종종 직원들의 입장을 간과하고는 하죠. 하지만 간호사와 의사의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환자들의 경험을 개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비록 크게 주목받지 못해왔지만 '소리'의 중요성은 여러 의학 논문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의 경우 매일 평균 350건의 알람이 울린다.

하지만 미국 간호사 협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에서 울리는 경보의 72~99%은 모두 허위 경보이다.

"이웃집에서 머리카락을 움직일 때마다 차의 도난방지 경보가 울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실제로 도난 경보가 울렸을 때 경찰에 신고할 사람이 있을까요?"

정신없이 울리는 경보 중 대부분이 허위 경보라는 사실은 실제로 사망률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2005~2010년 사이 적어도 216개의 사망 사건이 허위 경보 연관되어 발생했다.

경보와 관련된 사망은 책임 회피를 위해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알려진 216개보다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 간호대학 미첼 펠터 조교수는 간호사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경보의 볼륨을 자체적으로 낮추는 문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삑삑거리는 소음에 너무 익숙해져서 못 듣는 경우도 생겨요. 아니면 자체적으로 볼륨을 줄여버리기도 해요."

"극단적인 경우에는 알람을 꺼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허위 경보의 빈도 뿐만 아니라 그 경보 소리의 크기도 문제다.

메이요 클리닉의 국제합동연구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병원 내 소음은 낮에는 평균 57데시벨에서 72데시벨로, 밤에는 42데시벨에서 60데시벨로 크게 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야간 소음 데시벨이 30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며 55를 초과할 시 환자들의 수면을 방해하고 심장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음도 듣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유럽신경과학저널은 우리 몸이 소음에 익숙해질 수는 있어도 그 부정적 효과까지 무시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 뇌는 같은 소리의 패턴이 반복될 때 뉴런의 발화를 멈춰 '선택적 청각 주의' 상태로 돌입한다.

선택적 청각 주의 상태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뇌의 활동이 적어 스트레스가 덜하다.

하지만 사이언스 X 지는 소음이 여전히 스트레스를 가중해 비만, 우울증, 당뇨병, 출산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센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심리음향학자, 경보 설계학자 등과 협력해 긴박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화로운 경보음을 만들었다.

센이 메드트로닉이라는 회사와 공동 개발한 이 경보음은 곧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센은 또 소아청소년과 전문 팀을 만들고 비영리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 팀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어른들보다 소음 공해에 취약한 아이들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하는 경보음을 통해 당사자와 이해관계자 사이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합의에 다다르는 건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만든 소리라고 하면 다들 수긍할 수 있겠죠."

고요의 방

센은 이 고요의 방이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병원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사진 설명, 센은 이 고요의 방이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병원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센과 팀은 또 '고요의 방'이라는 개념도 고안해냈다.

병원 내 고요한 방을 지정해 희미한 조명, 편안한 의자, 아로마 테라피, 편안한 음악 등을 비치해두어 피로한 환자들과 직원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센은 이 고요의 방이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병원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센과 함께 고요한 방을 기획한 시블리 혁신 허브의 닉 도우슨 소장은 방이 "간호사와 간병인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의대가 최근 시블리 병원과 제휴를 맺고 시험해본 결과, 고요의 방은 환자의 경험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 질까지 향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에 의하면 고요의 방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환자 치료 능력을 향상하며, 심지어 환자의 안전까지도 향상시킨다.

시블리 병원은 고요의 방을 지속해서 운영하며 다른 병원에도 전파할 예정이다.

병원 경영이나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센이 병원을 바꾸려는 시도가 놀랍게 여겨질 수 있지만 오히려 도우만은 센이 외부인이기에 이런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센은 말 그대로 세상을 다르게 듣고 예술적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병원의 환경이 불쾌한 정도를 넘어 적대적이고 해롭다는 것이지요."

"저는 건강 복지를 이러한 방향으로 바라볼 때 영향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지목됐을 때, 건강 복지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되면 사람들은 반응할 겁니다."

병원 내 소음과 경보에 의한 피로는 지금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미국 합동위원회는 2014년 경보 안전을 국가 환자 안전 목표로 설정하고 간호사들에 경보 관리를 최우선 순위로 두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펠터는 이 문제가 간호사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문제는 업계와 저희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센은 센 사운드가 업계와 창의적으로 협업하여 미래의 병원이 더 조화로운 환경을 갖추는데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