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 선거: 불안하고 외로운 대만, 새 친구를 찾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월에 새 지도자가 선출되면 물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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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월에 새 지도자가 선출되면 물러날 예정이다
    • 기자, 루퍼트 윙필드-헤이스
    • 기자, BBC News, Taiwan

올해 대만의 국경일 기념식에 '민주 대만'이라는 단어가 그 어느 해보다 더 많이 등장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첫 여성 총통이다. 그는 지난주 총통으로서 마지막이 될 국경일 연설에서 "우리는 국제 사회가 민주 대만에 주목하게 했다"고 선언했다.

또한, "대만 사람들은 앞으로도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국민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 활기차고 개방적인 사회가 사라지지 않도록 전 세계가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청이기도 했다.

유시쿤 대만 입법원장(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대만을 아시아 1위, 세계 10위의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했다"며 대만의 위상을 알렸다.

중국의 영유권 주장으로 인해 점점 더 위협을 느끼는 대만의 입장에서, 이 단어들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 대만"은 이제 대만의 브랜드가 됐다. 이를 통해 인구 2300만 명이 거주하는 대만이 왜 중요한지, 왜 중국에 삼켜지지 않도록 지켜내야 하는지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규모가 8000억달러(약 1084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강국 대만에는 공식 우방이 없다.

대만이 미국과 군사 동맹을 맺고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 진출했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 대만은 반공 독재 정권하에 있었고, 한국부터 도미니카 공화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파나마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정권으로부터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냉전 시대의 친구들은 거의 사라졌다. 대만에 대한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면서 대만은 새로운 동맹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념식에서 그 과제가 선명히 드러났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사회자가 "오늘 축하 행사에 오신 귀빈 여러분을 환영해 달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레드카펫을 따라 나우루 대통령이 등장했다.

나우루는 인구 1만800명이 살아가는 태평양 소국이다. 그다음으로 인구 4만7000명의 카리브해 국가 세인트키츠네비스 총독이 등장했고, 마지막으로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총독이 등장했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은 카리브해 소국 기준으로는 비교적 규모가 커서 약 11만 명이 살고 있다.

외교관석 맨 앞줄에는 과테말라, 파라과이, 아이티, 에스와티니 대사가 자리했다.

과테말라와 아이티는 여전히 불안과 부패에 시달리는 취약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아이티에서는 갱단 폭력이 급증해 올해에만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에스와티니는 아프리카에 하나 남은 절대 군주국으로, 대만 유일의 아프리카 동맹국이다. 지난달 차이 총통은 에스와티니로 날아가 음스와티 3세 국왕을 만나고 이 작은 나라의 독립 55주년을 축하했다.

이 나라들은 대만의 공식 외교 동맹 13개국에 속하며, 냉전 시대 동맹국 중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국가들이다.

1949년 중국에서 대만으로 퇴각한 장제스 총통의 중화민국 정권은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중국이 세계와 단절돼 있던 1950~1960년대에 미국·일본 등의 강대국과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마오쩌둥과 회담을 가졌다. 이는 공산주의 중국이 세계에 문을 열기 시작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 만남은 국제 사회가 중국과의 외교를 시작하는 물꼬를 텄다. 일본이 가장 먼저 태세를 전환했다. 미국은 1979년 뒤를 이었다.

장제스는 중국 본토 탈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1975년 타이베이에서 숨졌다. 그러나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데 성공했고, 대만은 반대파를 고문·투옥하는 일당 독재 체제로 남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관계 유지의 명분은 사라졌다. 대한민국의 군사정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중앙아메리카의 우파 독재정권을 포함해, 너 나 할 것 없이 끔찍한 정권이었다.

대만은 점점 줄어드는 동맹국을 붙잡기 위해 주로 원조와 투자의 형태로 수표책을 활용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수표책은 대만보다 더 두껍다. 세계 경제 속 위상도 훨씬 더 높아졌다. 남아있는 동맹국은 규모가 작아 중국의 공세로부터 대만을 보호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동맹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10일 국경일 기념식에서 행진악단 두 곳을 향해 가장 큰 박수가 쏟아진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하나는 도쿄에서, 다른 하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악단이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은 여전히 대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필요로 하는 나라다.

미국은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에도 대만에 수십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면서 계속해서 조용히 대만을 지원했다. 타이베이에 위치한 미국재대만협회(AIT)는 미국의 비공식 대사관으로 여겨진다.

대만 국경일 행사에서 환호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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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뒷골목에는 일본인 사업가로 가득 찬 일식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일본 최서단 섬 '요나구니'는 대만 동부 해안에서 불과 110km 거리다. 일본은 대만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본다.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는 최근 대만에서 연설자로 등단해 국제사회가 중국의 위협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비공식적"인 상태이며, 심지어 퍼레이드에서도 그림자 속으로 밀려났다. 양국의 우정과 비슷한 처지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법

중국의 끊임없는 군사 훈련에 위협당하고 주요 동맹에서 소외된 대만은 새로운 친구를 찾고 있다. 강력한 국제기구, 특히 유럽연합(EU)과 무역을 하고 나아가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새로운 우정의 증거는 대만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흔치 않은 리투아니아산 인디아 페일 에일(IPA)이 진열대를 장식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대만에서 리투아니아산 럼주, 초콜릿과 함께 IPA 맥주 수입이 급증했다. 대만은 최고 인기 제품인 감자칩 생산을 위해 리투아니아에 1000만달러(약 135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왜 리투아니아일까? 새로운 친구 후보가 있을 가장 비옥한 땅을 찾자면, 한때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지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의 일부가 된 동유럽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일 것이다.

유시쿤 입법원장은 국경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부터 홍콩, 미얀마,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자유를 후퇴시키는" 독재 정권들이 있다며 경고했다.

체코부터 폴란드, 조지아, 리투아니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부활을 두려워하는 국가들이 많다. 이들은 바로 옆의 거대한 독재 국가로부터 존속을 위협받는 작은 민주주의 국가들을 상대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대만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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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대만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2021년 리투아니아는 수도 빌뉴스에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 대표부"라는 이름으로 대만 대사관 설립을 허용했다.

중국은 분노하며 중국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본국으로 돌려보냈고 더 많은 협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대만과의 관계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설정하면서 "리투아니아는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이자 이 지역의 중요한 경제·기술 파트너인 대만과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대만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IPA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대만이 원하는 방향성을 시사한다.

대만은 옛 동맹을 버리려는 것이 아니다. 나우루 대통령은 내년 국경일에도 여전히 환영받을 것이다.

하지만 대만이 '틴더' 프로필을 작성한다면 "개방된 사회와 번영하는 첨단 기술 경제를 갖춘 젊은 민주주의 국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파트너와 새로 끈끈한 우정을 쌓고 싶어요. 옆나라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라고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