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궈: 총통이 되고 싶은 대만의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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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루퍼트 윙필드-헤이스
- 기자, BBC News, 타이완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설립자인 테리 궈(72)가 가장 마지막 후보로 대만 총통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일푼에서 대만 최고 부호가 된 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업가로 잘 알려졌다.
대만 관측통들은 만약 궈 후보가 현재 여당인 ‘민주진보당(DPP)’에 대항하는 유일한 야당 후보였다면 좋은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궈의 출마로 오는 2024년 1월 열릴 대선에서 야권 표심은 3갈래로 갈리게 됐다.
오직 단 한 명만이 총통이 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이미 야당 후보 2명이 경쟁하는 가운데 1명이 추가되면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된다.
이는 빠져나오기 힘든 구멍에 빠졌을 경우 더 구멍을 깊게 파는 것부터 멈추라는 ‘구멍의 법칙’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그리고 대만의 야당 진영은 이를 무시하고 다가올 선거에서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더 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28일 궈가 총통 선거 출마를 발표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커지면서 대만이 점점 더 군사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총통 선거는 대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편 태평양 건너 미국의 어느 카리스마 넘치는 사업가처럼 궈 또한 대만의 주요 중도우파 정당인 ‘국민당(KMT)’의 단독 후보로 나서고자 했다. 그러나 미국의 그 인물과는 달리 궈는 이를 해내지 못했다.
국민당은 결국 다른 후보를 선택해 내세웠으며, 이에 환멸을 느낀 궈는 탈당을 택했다.
그러나 궈 앞에 놓인 장애물은 비단 국민당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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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엔 ‘대만인민당(TPP)’이라는 또다른 야당이 존재한다. 대만인민당에서 내세운 고원제 후보는 전 타이베이 시장 출신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포퓰리스트이다. 게다가 현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데, 특히 청년 유권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궈 후보는 자신의 부와 사업적인 성공 외에도 중국에서 그리고 중국과 일해본 경험을 주요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폭스콘(훙하이)’은 숙련된 중국인 노동자들과 대만의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결합한 모델을 처음 만들어내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제조업체로 발돋움한 기업이다.
지난 8, 90년대 궈는 중국 남부 지역에 거대한 제조 공장을 짓고 이곳에서 일할 중국 청년 수만 명을 고용했다.
궈의 이 모델은 큰 성공을 거뒀다. 애플이 맥북과 아이폰 제조까지 위탁할 정도였다. 그렇게 폭스콘은 대만 최대 기업으로 거듭났으며, 궈 또한 대만 최고 부호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총통 후보로 나선 궈 후보는 자신이 중국에서 투자하고 일해본 경험을 살려 대만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만이 “또 다른 우크라이나가 되는” 상황을 막고 싶다는 궈 후보는 출마 선언과 함께 대만을 “중국과의 전쟁이라는 심연에서” 구하겠다고 연설했다.

중국과 대만에 관한 기본 지식
- 왜 중국과 대만은 사이가 나쁜가?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며, 필요할 경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본토와 통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대만의 통치 방식은? 현재 대만은 독자적인 헌법을 지녔으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있다. 또한 현역 군인도 약 30만 명에 이른다
-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국가는? 대만을 인정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베이징의 중국 정부를 중국으로 인정한다. 미국은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는 맺고 있지 않으나, 필요시 대만에 스스로 방어할 수단을 제공한다는 ‘대만관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한편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건 궈 후보만의 생각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정부는 대만섬 주변에서의 군사 훈련을 대폭 확대했다.
또한 지난주 중국 인민해방군 측은 중국군이 대만의 해변을 침공을 연습하는 듯한, 매우 프로파간다적인 성격이 강한 영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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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차이점은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지점이다. 궈 후보는 베이징 정부가 아닌 차이잉원 대만 현 총통을 비난한다.
궈 후보는 현재 민진당이 중국에 내보인 적대감으로 인해 대만이 이러한 “심연”의 가장자리까지 밀려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총통이 되면 대만을 중국과 양안관계 원칙을 세웠던 1992년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을 것이며, 향후 50년간 대만의 평화를 보장할 합의문에 서명하겠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합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크게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또한 궈 후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아니다. 문제는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 유권자에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선되기 힘들다는 간단한 선거 법칙이다. 그리고 궈의 공약은 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대만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은 중국과의 긴장감 고조가 대만 현 정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대만인들은 평화를 유지하고자 중국 정부에 주권을 양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만 유권자 대다수가 자신은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이라고 생각하며, 자국의 주권을 지키고자 싸울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한편 여론조사에선 전체 유권자의 약 40%가 민진당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즉 민진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진당을 무너뜨리려면 야당은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궈 후보는 자신이 그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궈는 자신을 포함한 야당 후보 3명은 민진당의 “큰 나쁜 늑대”를 물리치기 위해 뭉쳐야 하는 “작은 돼지 3마리”와 같다고 비유한다.
그러나 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조짐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엄청난 부와 명성에도 불구하고 궈의 출마는 야당의 표를 더욱 분열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지지율 40%를 자랑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윌리엄 라이) 후보가 대만의 차기 총통이 될 가능성이 여전히 가장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