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통째로 바다로 쓸려 내려가’… 폭풍 강타한 리비아 항구도시 ‘대홍수’
- 기자, 루시 플레밍
- 기자, BBC News
리비아 구조대가 쓰나미 같은 홍수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간 시신을 수습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피해가 가장 큰 항구도시 데르나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최소 2300명이 숨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폭풍 '대니얼'이 강타하면서 데르나의 댐 2개와 다리 4개가 무너졌고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국제적신월사연맹(IFRC)에 따르면 실종자 수는 약 1만 명에 달하며 사망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를 비롯한 이웃 국가로부터 일부 구호품이 도착하기 시작했지만, 리비아는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의 통합정부가 대립하는 가운데 구조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독일·이란·이탈리아·카타르·튀르키예 등은 구호품을 보냈거나 보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10일 일몰 후 촬영된 영상에는 홍수의 물살이 도시를 가로질러 강을 이루고 그 물살에 힘없이 흔들리는 자동차들이 담겼다.
사람들이 바다로 떠내려가거나 살아남기 위해 옥상에 매달려 있는 참혹한 광경도 보였다.
리비아 동부 정부의 히샴 키우앗은 "마치 쓰나미와 같은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데르나 남부의 댐 하나가 무너져 넓은 지역이 바다로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큰 동네들이 휩쓸렸고, 매시간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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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다 마을에서 구조 작업에 참여한 카심 알카타니는 BBC 뉴스나이트 인터뷰에서 데르나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 대부분이 "막대한 피해를 입어" 구조대가 데르나에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홍수 피해가 막심했던 이유에 대해 조사가 시작됐으며, 데르나와 동부 도시 벵가지 재건을 위해 25억리비아디나르(약 6831억원)가 지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도시 수사, 알 마지, 미스라타도 이번 폭풍우로 타격을 입었다.
수자원 공학 전문가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에서 약 12km 거리의 상부 댐에 먼저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결과 데르나와 더 가까운 두 번째 댐으로 물이 흘러내렸고 인근 지역이 침수됐다는 것이다.
아내, 어린 딸과 함께 살아남은 라자 사시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그저 폭우인 줄 알았는데 자정 무렵 큰 폭발음이 들렸다. 댐이 터지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튀니지에서 활동하는 리비아 기자 누라 엘제르비는 BBC 인터뷰에서 현지 구조팀과 연락이 닿은 후에야 데르나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살던 친척 약 35명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또한, "집은 무너졌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가족들이 가까스로 대피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구조대원 카심 알카타니는 BBC 뉴스나이트 인터뷰에서 데르나에 깨끗한 식수가 없고 의료품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데르나에 있는 유일한 병원에 "700구 이상의 시신이 대기 중이고 규모가 작아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AFP
리비아는 장기 집권한 무아마르 카다피가 2011년 실각 후 숨진 뒤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 석유 부국 리비아는 수도 트리폴리를 거점으로 하고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통합정부와 동부 지역 정부로 사실상 분열된 상태다.
리비아 기자 압둘카데르 아사드는 이와 관련한 혼란이 구조 활동을 방해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 도움이 오지 않는다"며 "리비아에는 구조팀도 없고, 훈련된 구조대원도 없다. 지난 12년 동안 모든 것이 전쟁을 중심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리폴리 정부는 정치적 분열에도 불구하고 14톤의 의료품과 시신 가방, 80명 이상의 의사와 구급대원을 실은 비행기를 보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브라이언 랜더 비상사태 담당 부국장은 WFP가 5000가구분의 구호 식량을 보급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데르나는 벵가지에서 동쪽으로 약 250km 거리의 해안을 따라 위치했으며, 비옥한 자발 아크다르 지역의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슬람국가(IS) 무장 세력이 카다피 몰락 후 데르나를 리비아 주둔지로 이용하기도 했다. IS는 몇 년 뒤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에 의해 쫓겨났다. 이들은 동부 정부와 동맹 관계다.
큰 힘을 가진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은 동부 당국이 현재 홍수 피해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로를 재건하고 전기를 복구해 구조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리비아의 주요 언론 '알와사트'는 온라인 기사에서 수년간의 분쟁 이후 데르나 지역 인프라를 적절히 재건·유지하지 못한 것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기사에서는 경제 전문가 모하메드 아흐메드의 발언을 인용해 "안보 혼란과 [댐] 안전 조치에 대한 리비아 당국의 감시 태만이 참사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