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 '죽임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싶지 않아요'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알림 막불
- 기자, BBC 종교 에디터
20일 개막하는 2022 월드컵을 앞두고 개최국 카타르의 인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BC는 카타르 현지 시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카타르의 엄격한 종교법과 관습이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들어봤다.
인터뷰 내내 아지즈는 불안한 듯 가만히 있질 못했다.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지즈는 대화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카타르 수도 도하 출신인 아지즈는 나직하게 "내 존재가 조국에서 불법이 아니길 바란다"면서 "동성애자여도 괜찮은, 동성애자라서 죽임당할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변화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지즈는 혹시나 말이 잘못 퍼져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공격당하거나 체포될 수도 있기에 언제나 언행에 조심한다면서, 그러기에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아지즈는 "카타르 국내와 국외의 차이는, 바로 카타르 국외에선 법이 내 편이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누군가로부터 공격받았다면 경찰서에 신고해 보호받겠지요. 반면 이곳 (카타르에선) 무슨 일을 당해 제가 경찰을 찾는다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카타르 보안군이 자국민 동성애자들을 자의적으로 구금하며, 이들이 언어적, 신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국이 되자 서방 언론은 카타르 내 동성애자 인권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지즈는 월드컵이 동성애자 인권 문제를 조명하는 계기가 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동성애자들이 더 위험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금 카타르의 온라인상에선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에 반대한다. 우리가 역겹고 종교에 반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카타르의 동성애 담론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인들은 '우리가 카타르에 가도 안전한가? 혹시나 감옥에 가거나 카타르의 법이 적용되는 건 아닌가?'라고 묻습니다. 이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카타르 국민들)에 대해선 정말 생각하고 있지 않은 거죠. 이러한 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카타르 당국은 월드컵 대회 기간 모든 축구팬들은 환영받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방문객들에 다양한 문화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인식하는 문화적 민감성을 보여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지즈는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개최하고, 재미있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면 카타르가 변할 가능성은 훨씬 더 작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몇 달간 이어질 후폭풍이 두렵다고도 했다.

한편 영국에서 자이납(가명)이라는 여성을 만났다. 자이납은 비록 영국에 있지만 카타르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위가 걱정돼 신원을 밝히지 않길 원했다.
자이납은 카타르 법에 담긴 종교적 보수성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었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고려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자이납은 카타르의 소위 남성 후견인 제도 때문에 여성은 "마치 평생 미성년자로 살아가는 존재와도 같다"고 말했다.
"살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남성 보호자로부터 명시적인 서면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주로 아버지가 보호자가 되는데, 아버지가 안 계신다면 삼촌, 형제, 할아버지 등이 대신 보호자가 됩니다."
"만약 이러한 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대학 입학, 유학, 여행, 결혼, 이혼 등 이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자이납의 아버지는 보수적이기에 자이납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었다고 한다.
자이납은 혹시나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워 자신의 자세한 이야기가 기사화되길 꺼렸다. 가족들이 곤경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비교적 개방적인 사고를 지닌 가족 분위기에서 자란 여성이라면 이 사회 제도가 유해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반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그러나 이 제도 때문에 여성은 가족의 통제 속에 고통받을 수도 있으며, 이러한 엄격한 법은 지역 부족 내 보수주의자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라는 게 자이납의 설명이다.
"그들은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건 서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슬람의 가치, 부족의 문화와 전통에 충돌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한편 카타르 월드컵 당국은 자국에 대한 비판은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하에서 만난 학생 모젤 또한 이와 비슷한 생각을 들려줬다. "서방 단체들이 카타르에 와서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말해줄 필요 없다"는 것이다.
"여기는 우리 나라입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지시하는 방식이 아닌, 우리가 생각할 때 적절한 방식으로 발전해나갈 기회를 누려야 합니다."
그러나 카타르에 대한 자국민의 비판은 엄격한 검열의 대상이 된다. 우리가 만나본 사람들이 그랬듯,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이들은 종종 이에 따른 파장을 두려워했다.
우리가 만나본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입맞춤하는 등의 사소한 문화적 차이에 대해 불평하는 게 아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기본적인 인권 문제라고 여기는 요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추가 보도: 해리 팔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