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관계: 대만 반도체 재벌은 민병대를 양성할 수 있을까

대만 반도체 기업 UMC 설립자인 로버트 차오 회장은 대만인들이 다가올 위협에 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대만 반도체 기업 UMC 설립자인 로버트 차오 회장은 대만인들이 다가올 위협에 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 기자, 프란시스 마오
    • 기자, BBC News

은퇴한 억만장자이자 대만 반도체 기업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의 창업자이기도 한 로버트 차오(75)는 지난달 대만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민병대 창설 기금으로 10억대만달러(약 447억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백발에 안경을 끼고 정장 셔츠 위에 방탄조끼를 입은 차오 회장은 대만인들이 중국 본토와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3년 안에 대만 인구의 7분의 1인 300만 명을 민간인 "전사"로 양성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그리고 회사원, 학생, 소상공인, 부모 할 것 없이 모두 총을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저격수 30만 명을 양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차오 회장 또한 이 계획을 실현하기 쉽지 않으리라고 인정하지만, 반드시 해내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차오 회장은 먼저 싱가포르 국적을 포기하고 대만 국적을 회복했다며 대만 신분증을 공개했다. 자신은 도망가지도, 겁먹지도 않는다는 게 차오 회장의 설명이다.

국적 회복 몇 주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차오 회장은 "시민들이 대만에 머무는 한 조국을 지키리라고 생각한다. 대만인들은 중국의 군사적 침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태어났으나 대만에서 자란 차오 회장은 대만의 유명 반도체 기업인 'UMC'를 설립해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다.

사업가로 활동하던 시절 차오 회장은 중국과 상대할 일이 많았다. 열렬한 역사 학도였던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정책 토론에서도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2007년엔 본토와의 통일을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차오 회장은 중국의 침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사실 점점 더 많은 대만인들이 이렇게 느끼고 있다.

시진핑 현 중국 국가주석은 곧 3연임을 확정 지을 예정인데, 최초의 중국 공산당 지도자였던 마오쩌둥 주석 이후 모든 전임자는 2차례 임기를 지낸 뒤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에게 대만과의 "통일"은 자신의 업적을 확고히 굳힐 장치일 것이다.

시 주석이 집권하고 지난 10년간 중국은 군사력을 크게 확장하고 현대화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만 섬과 본토 사이 160km 폭의 대만 해협 주변에선 중국군의 군사 활동이 늘어났다.

그런데 그러한 수십 년간 중국의 무력 도발에 익숙해진 대만 대중은 거의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2019년 중국이 홍콩을 압박하는 모습을 본 대만인들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만 내 친중 인사들은 오랫동안 홍콩을 예로 들며 대만 또한 중국과 통일 후 "일국양제"를 유지하며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올해는 또다시 경종이 울렸다는 게 차오 회장의 설명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대만인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총기 훈련을 받는 대만인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총기 훈련을 받는 대만인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과의 긴장은 수십 년 만에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강력한 군사 훈련으로 대응했다. 이번엔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실제 대만 침공 상황을 가정한 정밀 연습을 진행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항공기 100여 대와 구축함 10척, 지원함 등이 일주일 넘게 대만 섬 주변을 서성였다. 중국은 잠수함과 항공모함까지 띄우며 미사일도 수십 발 발사했다.

차오 회장은 이 시점을 계기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고 말한다. 이제 현 중국 공산당을 "국가 정부 조직을 가장한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으로 보게 됐다는 것이다.

"내 다짐과 헌신을 보여주고 싶다"는 차오 회장은 "내가 나서서 다른 사람들, 기업가, 지도자들을 격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차오 회장은 대만의 소위 "고슴도치" 방어 전략에 중요한 군사용 드론 개발 자금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대만의 국방예산은 GDP의 약 2%를 차지하며, 2010년부터 미국에서 230억달러(약 32조원)어치 무기를 수입했다. 이 중 2020년에만 6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중국의 국방예산은 적어도 15배 이상이다. 게다가 중국의 육군 및 해군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이며, 직업 군인 수만 해도 200만 명 이상에 예비군도 50만 명 이상이다.

그래서 대만은 상대적으로 더 강한 중국을 바로 상대하기보다는 다른 수단과 방식을 통한 비대칭적 방어 전략에 집중한다.

이에 대해 차오 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 전쟁은 반드시 병력 규모나 보유 탱크 수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면서 "첩보로 좌우되는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위해선 회복탄력성 및 국민들의 전투 의지가 있어야 한다. 대만의 군대 규모는 1990년대 이후 줄어들었으며, 군 의무 복무 기간은 2년에서 4개월까지 서서히 단축됐다. 이에 의무 복무 기간을 다시 연장해야 한다는 논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연장에 찬성하는 비율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차오 회장은 수소문 끝에 '쿠마 아카데미'라는 곳을 찾아 작년에 설립된 이 민간 방위 훈련 단체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대해 대만 국방위원회 의원장 출신인 왕 팅유 대만 현 국회의원은 "차오 회장은 혼자가 아니다. 차오 회장은 대만인들의 거울이자 우리 사회를 반영하고 있으며, 우리가 지금 어디 있는지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대만 현지에서도 군사 훈련을 배우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대만에선 총기 규제가 엄격한 탓에 미국령인 괌까지 가서 사격 연습을 하는 이들도 있다.

왕 의원은 "열기가 뜨거운 분야"면서 "특히 청년층의 분위기가 그렇다. 청년들은 조국을 지킬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만에 사는 클레어 리(27)는 자신을 대만에 끝까지 남아서 조국을 지킬 애국자라고 소개하지만, 차오 회장이 주도하는 민간인 군사 훈련을 받을 만큼 중국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리는 "모두가 차오 회장을 보고 정말 배짱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누군가 저렇게 큰돈을 기부하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대만의 부유층 혹은 권력자 대부분이 친중 세력이며, 자신의 사업을 보호하려고 열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모두가 차오 회장의 시민 군대 양성 계획에 관해 이야기합니다만, 실제로 하겠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저조차도 참여할 것 같진 않습니다."

이에 대해 리는 "코앞에 총부리가 겨눠질 때까진" 사람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은 대만 섬 주변에 전투기와 함정 등을 여럿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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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은 대만 섬 주변에 전투기와 함정 등을 여럿 배치했다

리는 "대만 국민 대부분이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통일도, 독립도 원치 않는다. 단지 현재의 삶을 계속 유지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리는 상황이 이미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고 인정했다. 자신 생전에 아마도 전쟁이 일어나 대만 현 상황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꽤" 확신한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대만에 대해 공식적으로 모호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벌써 2번이나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미국이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차오 회장은 대만인들 또한 나서서 조국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내가 하는 이 일은 모두 대만인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는 차오 회장은 "내가 하는 일을 '포전인옥'에 비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포전인옥'이란 '벽돌을 던져 옥을 얻다'는 뜻을 지닌 고사성어로, 훨씬 훌륭한 타인의 고견 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자신의 평범하고도 미숙한 의견을 먼저 던진다는 뜻이다.

차오 회장은 자신의 거액 기부를 평범한 벽돌로 본다.

그리고 그가 그 대가로 얻고자 하는, 훨씬 더 가치 있는 귀한 옥은 바로 대만 내 투혼 물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