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계속'… 사무실 복귀에 사표 내는 노동자들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노동자의 절반가량은 100% 사무실 근무로 강제 복귀하느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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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노동자의 절반가량은 100% 사무실 근무로 강제 복귀하느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많은 노동자들은 고용주들이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복귀시키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 도미노 붕괴가 이제 시작됐다.

지난 3월 글로벌 리쿠르팅 기업 '로버트 하프'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미국 노동자의 절반가량은 100% 사무실 근무로 강제 복귀하느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런데 5월 초, 한 저명 인사가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겼다. 애플의 머신러닝 담당 디렉터였던 이안 굿펠로우가 회사의 사무실 복귀 정책에 반대하며 사표를 낸 것. 애플은 4월 11일부터 주 1회 사무실 근무를 시작했다. 사무실 근무는 5월 2일부터는 주 2회, 23일부터는 주 3회로 확장됐다. 그런데 고위직이었던 굿펠로우가 이 정책에 동참하지 않고 사직한 것이다. (애플은 굿펠로우의 사임 보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BBC 워크라이프의 논평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적어도 애플 직원들에겐 굿펠로우의 사직이 큰 뉴스는 아닐 것이다. 애플 직원 650여 명이 참여한 '블라인드'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회사의 사무실 복귀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었고, 56%는 이로 인해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게 왔다'고 생각하는 건 애플 직원들만이 아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테퍼 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동이론을 가르치는 아니타 윌리엄스 울리는 "(굿펠로우의 사직 소식이)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며 "놀라운 점은 사무실 복귀 정책에 반대해 사표를 낸 고위직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울리에 따르면, 많은 기업 고위직들이 재택근무 감소와 관련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와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 반응이 이제 나타나고 있는 거죠."

일부 애플 직원들은 회사의 단계별 사무실 복귀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팬데믹 시기에 진행된 유연한 근무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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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일부 애플 직원들은 회사의 단계별 사무실 복귀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팬데믹 시기에 진행된 유연한 근무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굿펠로우는 원치 않는 근무 정책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대신 사직을 선택한 한 사례일 뿐이다.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들도 많다. 그래서 채용 담당자 및 분석가 중에는 저명한 인사의 움직임을 신호탄으로 향후 사무실 복귀가 확산되면, 더 큰 사직 행렬이 나오리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티핑 포인트'

재택 근무가 끝나고 실제로 퇴사가 늘었는지를 콕 짚어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이탈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리크루팅 기업 '콘 페리'의 수석 파트너인 엘리스 프리드만은 "많은 기업들이 (팬데믹 이전의) 근무 형태로 돌아가고 있어서, 근로자들이 회사에 남는 게 가치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지금 채용중인 곳이 많다는 것도 또 다른 현실이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경영조직학과 교수인 에릭 아니치치는 이 두 가지 요인이 "티핑포인트"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행동을 시작하면 이를 따르는 이들이 생겨나며, 극적으로 변화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겐 직급이 비슷한 동료들이나 존경하는 고위직의 사표가 인내의 마지노선이 될 겁니다."

울리도 "직장을 바꾸는 친구들이 많아지면, 많은 이들이 새 출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사무실 복귀를 계속 미뤄왔다. 이제 막다른 지점에 이르러 회사와 노동자 모두 이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양자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아니치치는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터라, 노동자들은 지난 2년간 좋아하게 된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을 원천봉쇄하는 어려울 것입니다. 심지어 5일 재택에서 3일 재택으로 단축하더라도 말이죠."

동영상 설명, 로버트 켈리: 'BBC 아빠' 켈리 교수가 전하는 재택근무의 어려움

모든 노동자에게 선택권이 있을까?

모든 노동자가 같은 선택권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굿펠로우는 구글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노동자들이 유연한 직업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는 여러 요인에 좌우된다.

아니치치는 "만약 지식 노동자라면, 유연한 시간과 상대적으로 높은 자율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턴이든 경력직이든 지식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게 현재의 시장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및 금융 분야는 선택지가 많아서, 많은 노동자들이 직원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을 쉽게 떠날 수 있다.

하지만 판세가 유리하더라도, 모두가 굿펠로우처럼 높은 지위와 특별한 재능,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직을 하려면 해당 분야에서 요구하는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일부에게는 보다 유연한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는 게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프리드만은 "사무실 복귀 정책 때문에 이직을 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개인의 상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저는 기본적으로 여러분이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얼마나 빨리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결정하자'

만약 많은 노동자들이 정말로 사표를 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울리는 문제를 회피하는 기업들을 지적했다. 대량 사직을 막기 위해 "많은 조직들이 공식적인 정책 발표를 미루거나, 계속해서 모호하게 대처하거나, '유연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무실 복귀를 발표했다가, 정책을 완화하거나 번복한 기업들도 있다. 애플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사무실 복귀 계획을 일시 보류했다. 이 결정에 퇴직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직원들은 계획 보류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지난 2년 동안 재택 근무에 매료된 터라, 그 장점이 사라지면 사표를 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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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지난 2년 동안 재택 근무에 매료된 터라, 그 장점이 사라지면 사표를 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어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했던 것처럼, 이제는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수도 있다. '로버트 하프'의 미국 지사장인 리치 데오싱은 "많은 고용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낡은 사업 방식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이제 모든 고용주들에게 직원 유지는 커다란 고민거리가 됐어요. 유연한 근무 방식을 없애면, 직원들이 다른 선택을 고려하게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재택근무의 대가로 임금을 삭감하는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울리는 "현재 상황은 사람들이 '급여를 적게 받겠다' 또는 '일을 적게 하겠다'를 수긍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리드만도 이에 동의하며, 직원들이 어디에서 일하든 뉴욕시 노동자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스포티파이와 같은 기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수용하지 않는 기업을 떠나 "당신의 가치를 사겠습니다. 원하는 곳에서 일하세요"라고 말하는 기업들에 끌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에어비앤비가 사무실 복귀 정책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이달 초 채용 사이트 방문자가 80만 명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드만은 애플이나 골드만삭스와 같은 기업들은 일부 근로자들을 설득할 만한 명성이 있다고 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력서에 채용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기업 경력을 넣기 위해, 기꺼이 유연성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명성은 한계가 있다. 특히 비슷한 명성을 가진 기업들이 더 큰 유연성을 제시할 때 그렇다. 울리는 "모든 지표는 '조직들이 (사무실 복귀) 정책을 발표하면 더 많이 이탈할 것'이라는 결론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간의 이목을 끈 굿펠로우의 사직이 더 큰 도미노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경영진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수천 명의 애플 직원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없습니다.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우리가 결정하고, 우리 생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