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 TV 진행자 반드시 얼굴 가려야’

사진 출처, AFP
- 기자, 사이먼 프레이저
- 기자, BBC 뉴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21일(현지시간)부터 여성 TV 진행자 등 모든 여성이 방송 중에는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내용의 법령을 발표했다.
아프간 종교경찰 대변인은 BBC 파슈토(아프가니스탄의 공용어)와 인터뷰에서 언론 매체에 이 법령을 지난 18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려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처벌이 뒤따를 수 있다는 명령이 내려진 지 2주 만에 나온 방침이다.
아프간 내 여성에 대한 규제는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 여행할 수 없으며, 여학생을 위한 중등학교는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아프간 현지 방송국의 한 여성 언론인은 최근 전해진 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언론인은 "저들은(탈레반은) 우리(여성들)가 TV 방송에 나올 수 없도록 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BBC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어떻게 입을 가린 채 뉴스를 읽을 수 있죠?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을 해야만 합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로이터 통신은 이번 법령이 오는 2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탈레반의 '권선징악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변인은 이번 명령이 "권고"라고 했지만, 만약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벌어질 일은 분명하지 않다.
로이터 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주요 언론인 '톨로 뉴스'에 전해진 내용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내 모든 언론사에 이 같은 명령이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위터에선 탈레반의 이번 결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극단주의를 조장하기 위한 탈레반의 또 다른 조치라는 것이다.
한 운동가는 트위터에서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탈레반은 사람들이 여성 언론인의 얼굴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탈레반에게 여성은 질병인 것"이라고 적었다.
아프가니스탄 민영 '샴샤드 뉴스'는 마스크를 쓴 여성 뉴스 진행자의 사진을 올렸으며, 이 사진이 SNS상에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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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캡션: 아프가니스탄 여성(톨로 뉴스 진행자)이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는 우리에게 성찰을 요구합니다: "권선징악부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여성 얄다 알리입니다. 앞으로는 화면에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한편 탈레반은 1990년대 집권기에도 모든 여성에게 공공장소에서 모든 신체를 가리는 부르카를 입으라고 강요한 바 있다.
이렇듯 이슬람 율법을 기반으로 사회를 엄격하게 통치하던 탈레반 정권은 2001년 미국 주도 연합군에 의해 쫓겨났다. 이후 여성을 향한 많은 사회적 규제가 완화됐다. 여성이 얼굴을 드러낸 채 텔레비전에 나오는 일은 아프간 내에서도 흔한 광경이 됐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연합군의 철수로 재집권한 탈레반은 여성의 복장에 관한 새로운 법 발표를 미뤘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탈레반이 매우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국가인 아프간을 더 유연하게 통치할 것이라는 희망이 싹텄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여전히 부르카를 착용하는 여성이 많았지만, 몇몇 도시 지역에서는 머리 스카프만 착용한 여성 또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달 초 권선징악부는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려야 한다고 발표하면서 부르카가 이를 위한 이상적인 복장이라고 밝혔다.
이 명령에 불복하면 가중 처벌을 면치 못할 수 있다.


전 세계 이슬람교도 대부분은 여성들이 반드시 얼굴을 가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아프간 여성들은 여전히 보건·교육 등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많은 여성들은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편 탈레반 통치하에 아프간의 경제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기근을 겪고 있다.
서방의 외교관들은 아프간에 대한 원조가 재개되고 해외자금 동결을 풀기 위해선 여성에게 더 나은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유연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당초 기대는 강경파가 영향력을 행사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자 사라졌다.
수도 카불의 한 여성 언론인은 BBC와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탈레반에 압력을 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탈레반에게 '10일을 줄 테니 당장 정책을 바꿔라. 그렇지 않으면 모든 원조와 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 언론인은 탈레반이 여성의 모든 집 밖 활동을 막으려고 계획했다고 믿는다면서 "탈레반은 여성이 집에서 죄수처럼 살기 원한다. 매일 여성에게 불리한 법령을 발표한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가보도 : 마흐포즈 주바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