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할까?... 질문에 따라 달라지는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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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여론 조사와 독립적인 사회학적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 대부분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런 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의 비율
우크라이나에서의 이번 "특별 군사 작전"에 대해 러시아인 71%는 지지하고, 21%는 지지하지 않으며, 8%는 잘 모른다. 러시아 여론조사센터(VCIOM)이 지난 3월 5일 조사 후 발표한 결과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러시아군의 이번 작전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러시아 사회여론기금(FOM, 러시아 행정부의 의뢰를 받아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해당 조사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에 대해 러시아인의 65%가 찬성을, 17%가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18%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러시아 반정부 성향 운동가 알렉세이 미냐일로가 독립적으로 실시한 '러시아 국민은 전쟁을 원하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도 반전 운동가들이 만족하지 못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51% "그렇다"라고 응답했으며, 오직 27%만이 "아니"라고 답한 것이다.
이러한 여론 조사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전쟁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대부분(75%)은 국영 언론을 신뢰하는 한편,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중에서는 85%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에 적극적으로 반전 의사를 내비친 사람은 대부분 30세 미만의 청년들로, 군에 소집될 가능성이 있거나 최근 군 복무를 마친 이들이다.
한편 SNS를 조사한 결과는 전화 통화를 통해 실시한 여론 조사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내 인터넷 게시물 중 전쟁에 찬성한다는 논조는 52%, 반대한다는 의견은 30%였다. 또한 전쟁에 대한 찬반 의견과 상관없이 러시아인 30%는 우크라이나에 동정과 연민을 보였는데,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이는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인을 향한 감정 중 가장 지배적인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 내 언론 검열
우크라이나 TV와 뉴스 웹사이트는 끔찍한 전쟁 장면으로 가득하다. 폭격으로 폐허가 돼버린 주택가, 죽거나 다친 민간인, 불타거나 파괴된 많은 러시아 군용 장비를 담은 사진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또한 우크라이나 공식 SNS에는 생포한 러시아 군인과 장교들, 시신과 유혈이 낭자한 장면을 담은 영상 수십 개가 올라와 있다.
반면 러시아 TV 채널에서는 러시아군의 실패와 피해에 관한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지 일주일 만에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군에 대한 "믿을 수 없는 보도를 유포하는" 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보도하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또한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묘사하지 못하며, 대신 '특수 작전'이라는 용어를 고수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당국의 검열 조치에 따르지 않은 언론 매체는 일제히 폐쇄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 내 거의 모든 독립 성향 언론사가 전쟁 첫 주에 문을 닫았다.
전쟁 발발 전, 러시아 크렘린궁에 반대하며 독립적인 성향임을 밝힌 러시아 언론사 대부분은 "외국의 스파이"로 낙인찍힌 바 있다.
질문의 '표현 선택'
한편 알렉세이 베수드노프 영국 엑서터 대학 사회학 부교수는 "지지와 반대의 비율은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라며 질문의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기관들은 '무엇'을 지지하는지 각기 다르게 물었습니다.
VCIOM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로 한 러시아의 결정을 지지하는지' 물었습니다. 이는 중립적인 질문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정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대답과 '특별 군사 작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별 군사 작전에 관한 질문과 우크라이나 침공 혹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에 관한 질문은 완전히 다르다"라는 게 베수드노프 교수의 의견이다.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대답에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낯선 사람이 문득 전화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행동에 관한 의견을 묻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대부분은 솔직한 대답을 내놓기 조심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도 많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의견을 구축해가는 사람도 많다. 질문자가 어떻게 말하는지,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가는지 등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의견이라는 것은 모순될 수 있다. 지지하는 것과 지지하지 않는 것 사이에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앞선 조사로 알 수 있는 확실한 점은 러시아 국민 50~70%가 정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성향이라는 것이다. 해당 수치는 높은 것일까. 물론 상당히 높은 수치임은 맞다. 그러나 50~70%가 지지한다고 해도 여전히 국민의 30~50%는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거나 혹은 잘 모른다. 이 또한 높은 비율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서로 다른 집단 간에도 응답에 큰 차이를 보였지만, 연령대별 차이가 가장 두드러졌다. 30세 미만 러시아인 대부분이 이번 '특별 군사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러한 청년 중에서도 대도시,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연금 수령 연령대 집단에서는 10명 중 9명꼴로 지지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
정보 출처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노년층 대부분이 TV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이들이 매일 시청하는 러시아 TV 뉴스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나치와 싸운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쏟아내며, 러시아 크렘린궁의 여러 가지 선전 내용을 24시간 반복하고 있다.
반면 청년들은 TV 시청 대신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정보 환경에 노출돼있다.
성별 간 차이도 있었다. 중년 여성이 특히 전쟁 지지 성향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교적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대졸자와 비대졸자 간에도 견해차를 보였다.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대졸자들은 비교적 낮은 침공 지지 성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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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러시아 내에선 침공에 대한 집단적 추진력도, 일반적인 합의도 없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소수 의견은 존재한다. 이러한 소수의 의견이 얼마나 유의미할지는 무엇을 질문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설문 조사가 이뤄지고 결과가 발표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질문 방식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정부 지원 조사 결과와 독립 조사 결과 각각 2건을 살펴봤다. 독립적으로 실시된 조사에선 전쟁 지지 비율이 비교적 낮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차이가 크지도 않았다.
여론 조사는 섬세한 기술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FOM과 VCIOM 모두 노련하고 전문적인 기관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들 기관에 수행해야 할 임무가 주어졌다. 이들이 결과를 위조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정부와 가까운 관계상 이번 조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이들 기관이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도 생각된다.
조사 결과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결과를 믿어서도 안 된다. 언제나 이 숫자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의견은 서로 갈릴 수 있고, 이를 포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견이란 설문 조사 과정에서 생성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설문 조사가 존재 가치를 잃는 것은 아니다. 여론 조사가 없는 상황은 더 나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