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예멘의 '인도적 위기'를 악화시켰나

전 세계 이목이 우크라이나로 쏠린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사람들의 생명과 희망을 앗아간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또 있다.

유엔(UN)은 예멘의 상황을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로 묘사했다. 하지만 구호를 위한 기금 마련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 세계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집중되는 동안, UN이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라고 묘사한 예멘 전쟁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최근 UN은 예멘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UN은 지난 16일 모금 활동을 통해 40억달러(약 4조8532억원) 이상을 확보하기를 기대했지만 목표 금액의 3분의 1도 채 달성하지 못했다.

비영리 자선단체 무슬림 핸즈의 사라 샤우키 프로젝트 책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예멘 물가는 두 배로 치솟았다"며 "특히 한 포대에 21~25달러(약 2만5000~3만원)였던 밀가루 가격이 50달러(6만원)로 뛰었다"고 말했다.

무슬림 핸즈는 예멘에서 빵 공장 5곳을 운영 중이다. 그는 "빵을 공급하기 위해 다른 모든 예산을 줄여야 했다"고 밝혔다.

무슬림 핸즈의 수혜자는 약 2만5000명이며 대부분 빵으로만 끼니를 때우고 있다. 샤우키는 "우리는 특히 개인, 고아, 장애인, 여성 등 취약 계층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예멘은 식량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예멘은 밀의 40%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예멘 남부 아덴에 있는 무슬림 핸즈 직원들은 BBC에 가격 상승으로 인도적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아덴에서 홀몸으로 다섯 자녀를 키우는 라이드하 모타나 알리는 자선 단체에 의존하고 있다.

"저는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고정적인 수입원도 없고요. 저와 아이들은 빵 두 덩이로 하루를 버팁니다. 앞으로 빵을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빵 공장에서 일하는 살라흐 아흐와스는 "타이즈 주민들이 식량을 찾기 위해 밤중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걸 봤다"며 "그들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얼굴을 가렸다"고 전했다.

예멘에서는 이미 5만 명이 기근과 유사한 상황에 놓였으며 500만 명은 기근 위기에 처했다. 현지 소식통은 정치・경제적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언제 그리고 어떻게 전쟁이 시작했나?

예멘 전쟁은 2014년 후티 반군이 국가 최대 도시이자 수도인 사나를 장악하면서 시작됐다.

후티는 주로 시아파 자이디를 따르며 이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는 압드라부 만스루 하디 예멘 대통령이 이끄는 수니파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하디 정부는 2012년 2월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가 '아랍의 봄' 여파로 물러난 이후 집권했다.

예멘은 전환기에 있었고 하디 정부는 국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군대는 분열되고 분리주의자들은 남쪽에 집결한 상황이었다.

후티는 혼란을 틈타 더 많은 지역을 점령했다. 하디 대통령은 반군에 권력 분점과 헌법 수정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 후티는 남부 독립을 주장하는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처럼 더 많은 것을 바랐다.

하디 대통령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그를 예멘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멘 전쟁은 국내를 벗어나 국외 세력까지 끌어드리는 '대리전'으로 치달았다.

2015년 3월 서방이 지원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수니파 아랍연합군은 예멘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이란에 맞서기 위해 후티 반군을 공습했다.

연합군은 미국, 영국, 프랑스로부터 군수 및 정보 지원을 받았다. (다만 지난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 판매를 중단했다)

예멘 곳곳에서 전투와 공습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팩트박스: 숫자로 보는 예멘 사태

7년이 넘는 전쟁 동안 집계된 수치는 사태의 긴급성을 보여준다. 전투보다 굶주림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더 많으며, 예멘 인구의 80% 정도에 해당하는 약 3000만 명이 생존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원조를 받고 있다.

  • 2021년 말까지 최소 37만7000명이 사망했다
  • 2014년 말 전쟁 발발 이후 1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
  • 현재 1740만 명이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19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500만 명이 기근 위기에 있고 약 5만 명은 이미 기근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 400만 명 이상이 살던 곳을 떠났다

해결책은?

예멘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여러 계획이 실패했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걸프협력회의(GCC)는 이달 리야드에 후티 반군과 다른 분쟁 당사자들을 초청해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흔치 않은 시도로 UN 주도 평화 노력을 뒷받침한다. 회담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후티는 회담이 중립국에서 이뤄진다면 사우디 주도 연합군과의 대화를 환영한다며 이를 통해 예멘 항구와 사나 국제공항에 대한 '임의적인' 제재를 해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 소재 중동연구소에서 예멘 분쟁을 분석하는 나드와 알 다우사리는 회담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나는 하루빨리 (예멘 전쟁에 대한)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길 바라지만, 빠른 시일 안에 가능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당사자들은 기꺼이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후티는 여전히 그들에게 국가를 통치할 신성한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년 동안 국가를 떠나 있는 하디 대통령도 이 상황을 끝내는 데 관심이 없다"며 "후티와 마찬가지로 (전쟁을 통해) 돈을 벌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당사자들이 전쟁을 통해 많은 혜택을 누려왔는데 어떻게 평화 협정을 맺을 수 있겠습니까?"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3월에도 UN 감독하에 후티 반군과 정부가 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2021년 미국 바이든 정부는 예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바꿨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때 후티를 '테러리스트 그룹'이라고 규정했던 것을 철회하고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활동을 '공세적 작전'이라고 부르면서 관련 지원을 중단했다.

인도적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멘 국민은 대부분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구호단체와 국제기구를 통한 원조는 예산 문제로 제한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가와 식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부분의 단체는 프로젝트를 이행하기 위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UN은 2020년 34억달러(약 4조1252억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액수를 모금했고 지난해에는 23억달러(2조7906억원)를 조달했다. UN 산하 세계식량계획(WFP)도 자금이 바닥나면서 예멘에 대한 식량 원조를 축소해야만 했다.

지난 16일 UN은 원조국의 관심을 예멘으로 돌리기 위해 또 한 번 시도했다.

하지만 원조국에 예멘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첫날 모금한 금액은 13억달러(약 1조5773억원)에 그쳤다. 이는 UN이 목표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1730만 명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예멘이 우크라이나 위기에 가려져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예멘 원조 금액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최소 8700만파운드(약 1389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난해 약속한 2억1500만파운드(3433억원)에서 줄어든 금액이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UN 회의에서 "정말 충격적이다"라며 "이제 우리에겐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제공할 식량을 예멘 아이들에게 주는 결정을 내리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현장에서는 자금 부족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압둘 라만 후세인 무슬림 핸즈 예멘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분명히 우리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예산을 축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예멘 국민에게 매일 빵을 5만 개씩 제공한다"며 "하지만 가격이 두 배로 뛰었기 때문에 지원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일부 공장을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은 예멘과 같은 제3세계 국가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예멘은 지난 몇 달 동안이 아니라 지난 7년 간 소외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