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영국 앤드루 왕자 군 직함 박탈

앤드루 왕자는 근위보병연대 그레나디어 가드 대령 등의 군 직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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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앤드루 왕자는 근위보병연대 그레나디어 가드 대령 등의 군 직함을 갖고 있다

영국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차남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61)의 군 직함과 그에 대한 왕실 후원 자격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왕실 관계자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는 앞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하'(HRH, His/Her Royal Highness) 칭호도 쓸 수 없다.

이번 결정은 앤드루 왕자가 미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민사 재판을 받게 되면서 이뤄졌다. 그는 계속 혐의를 부인해왔다.

앤드루 왕자 측근은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미국 뉴욕주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 대해 "(앤드루 왕자가) 계속 자신을 변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측근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민사 재판을 진행키로 한 법원의 결정과 관련해선 "주프레가 제기한 소송 본안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고 말했다.

영국 왕실은 성명에서 "여왕의 승인과 동의 하에 요크 공작의 군직과 왕실 후원 자격을 박탈한다"며 "공작은 앞으로도 공무를 수행하지 않으며 일반 시민으로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의 모든 직함은 그의 어머니인 여왕에게 반환됐다

사진 출처, DAVE M. BENETT/GETTY IMAGES

사진 설명, 앤드루 왕자의 모든 직함은 그의 어머니인 여왕에게 반환됐다

왕실 관계자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의 모든 역할은 여왕에게 즉시 귀속되며 다른 왕실 일원에게 분배될 예정이다. 이 문제는 왕실에서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에서 독립한 해리 왕자와 그의 아내인 메건 마클처럼 앤드루 왕자도 '전하' 칭호를 아예 박탈당한 것은 아니지만 공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앤드루 왕자는 영국 해군에서 22년 복무했으며 포클랜드 전쟁 때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영국 왕실의 이번 결정으로 앤드루 왕자는 영국군에서 가장 오래된 연대 중 하나인 그레나디어 가드의 대령을 포함한 여러 군 직함을 잃었다.

성폭행 의혹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여러 자선단체와 기관들은 앤드루 왕자와의 관계를 끊었다. 하지만 그는 유명 골프클럽이나 학교, 문화재단 등의 후원자나 회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왕실 후원자 자격을 유지해왔다.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올해 38세인 주프레는 지난해 8월 뉴욕 법원에 앤드루 왕자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뉴욕주 아동피해자법에 의해 미성년자 성폭행 피해자는 일반적인 공소시효를 지났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주프레는 미국 억만장자 금융가인 제프리 엡스타인이 당시 17세였던 자신을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갖도록 팔아 넘겼다고 주장한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주프레는 미국 억만장자 금융가인 제프리 엡스타인이 당시 17세였던 자신을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갖도록 팔아 넘겼다고 주장한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주프레는 자신이 억만장자 금융가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매매와 성 학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주프레는 자신을 권력 있는 남성에게 넘기는 식으로 성적 학대가 이뤄졌다며 혐의를 제기했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이 당시 17세였던 자신을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가 영국과 미국에서 총 3번에 걸쳐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미국법에 의하면 당시 자신은 미성년자였다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는 2019년 BBC뉴스나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주프레를 만난 기억이 전혀 없으며, 미국과 영국에서 주프레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앤드루 왕자는 인터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공식 활동에서 물러났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주프레의 주장을 부정하고 엡스타인과 그의 여자친구였던 길레인 맥스웰과 한때 친분이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 착취를 도운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앞서 주프레의 변호를 맡은 데이비드 보이스는 BBC에 금전적 합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주프레가 불명예를 씻길 원한다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의 변호인단은 2009년 주프레가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엡스타인과 합의한 내용을 근거로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루이스 A. 카플란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46페이지 판결문을 통해 앤드루 왕자 측의 요청을 기각했다. 왕자 측은 제기된 혐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고 이후 심리를 진행할 수 없다며 소송을 기각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