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블루수소' 선택한 일본...석탄 대안 될까?

도쿄만에 건설중인 새로운 석탄 화력 발전소를 바라보고 있는 환경 활동가들
사진 설명, 도쿄만에 건설중인 새로운 석탄 화력 발전소를 바라보고 있는 환경 활동가들
    • 기자, 루퍼트 윙필드-헤이즈
    • 기자, BBC 뉴스, 도쿄

눈부신 가을 오후, 나는 언덕 위에 서서 도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는 온화한 70대의 신사 사이키 타카오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사이키는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이건 완전 웃긴 일이고, 정말 말도 안 된다"라고 했다.

사이키가 분노하는 이유는 만 너머로 시야를 차단하는 거대한 건설 현장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1.3기가와트 석탄 화력 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왜 아직도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을 태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이키 씨의 친구 스즈키 리쿠로도 거들었다.

"이 공장만 따져봐도 매년 7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석탄에 대한 우려가 큰 시기다.

일본은 석탄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왜 하필 석탄일까?

이유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참사에 있다. 2010년 기준 일본은 전력의 약 3분의 1을 원자력 발생 에너지에 의존했다.

하지만 2011년 재난이 찾아왔고, 일본 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는 폐쇄됐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대부분 문을 닫은 채로 남아 있다. 재가동 하려해도 국민 정서가 좋지 않다.

일본은 그 빈 자리를 천연 가스로 채웠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비용이 많이 든다.

사이키 타카오(오른쪽)와 스즈키 리쿠로는 석탄 발전소 건설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설명, 사이키 타카오(오른쪽)와 스즈키 리쿠로는 석탄 발전소 건설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호주에서 수입한 값싼 석탄을 이용해 새 석탄 화력발전소 22곳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는 경제적으로는 합당하지만,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행보는 아니다.

석탄 사용 중단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길을 취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일본은 수소 혹은 암모니아 연료로 전환을 시작했다.

스웨덴 칼메르스 대학의 에너지 정책 전문가 토마스 카베르거 교수는 이와 관련해 "막상 대차대조표에 가치가 없으면 이 투자는 바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건 전력 회사, 은행, 연기금 등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야기시키리라고 본다"며 "그렇기에 일본의 도전과제다"라고 예측했다.

수소나 암모니아 연소 발전 전환은 꽤 쉽고, 두 개 모두 이산화탄소를 생성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그보다 훨씬 더 큰 야망을 갖고 있는데, 바로 세계 최초의 '수소경제'를 이루는 것이다.

자동차 기업 토요타도 여기와 연관돼 있다.

'미라이'는 토요타의 첫 제로 배기 가스 전기 자동차다
사진 설명, '미라이'는 토요타의 첫 제로 배기 가스 전기 자동차다

오늘 날씨는 화창했다. 도쿄 시내, 새로운 수소 충전소를 찾았다.

앞마당에 서 있는 날렵한 신형 토요타 '미라이'가 보인다. 대형 렉서스 크기의 고급 차다.

나는 직접 이 차를 몰아보기로 했다. 차는 매우 부드럽고, 완전히 조용하며, 도로에서 느껴지는 건 약간의 물뿐이었다.

미라이는 토요타의 첫 번째 제로 배기가스 전기 자동차다. 다른 전기 자동차들과 달리, 미라이는 바닥 아래에 큰 배터리가 없다.

대신, 보닛 아래 연료 전지가, 뒷좌석 아래에 수소 탱크가 달려있다.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과해서 전기 모터로 작동하는 전기로 변환된다.

아폴로 우주선의 달 임무에 사용된 것과 같은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는데, 이유는 배터리보다 비싸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수소 자동차에 대해 "멍청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히사시 나카이 토요타 공보국장은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료 전지에 대한 회사의 비전이 단순한 자동차 그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사람들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탄소 중립 실현입니다. 우리는 연료 전지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수소가 강력하고 중요한 에너지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는 토요타가 가정, 사무실, 공장, 자동차 등 모든 곳에 수소 연료 전지를 이용하는 미래를 염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토요타는 새로운 수소 사회에서 앞서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자. 일본의 제로 탄소 사회를 실현할 수소는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블루수소(blue hydrogen)'다.

지난 10월 일본 중부 헤키난의 한 발전소에 쌓여 있는 석탄더미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지난 10월 일본 중부 헤키난의 한 발전소에 쌓여 있는 석탄더미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해 물로 수소를 만들면 '그린수소(green hydrogen)'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그린수소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 또는 석탄에서 만들어진다. 비용은 적게 들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하지만 그 온실가스를 포집해서 땅에 묻으면 '블루수소'라는 걸 만들 수 있다.

올해 초, 일본과 호주는 갈탄을 수소로 바꾸는 공동 프로젝트를 빅토리아주에서 시작했다.

두 나라는 수소를 영하 253C에서 액화시킨 다음, 특수 제작된 선박을 이용해 일본으로 운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온실가스는 어떻게 될까? 현재로선 대기권으로 곧장 올라간다.

일본과 호주는 앞으로 라트로브 계곡에서 생산된 온실가스를 포획해 해저에 주입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기후변화 운동가들은 이 계획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다. 온실가스를 포획하고 저장하는 기술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양의 갈탄을 파낼 거라 우려하고 있다.

카베르거 교수는 이 계획은 경제적으로 비용이 계속 들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에서 건설 중인 새 석탄 화력 발전소
사진 설명, 일본에서 건설 중인 새 석탄 화력 발전소

그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항상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를 포획하고 저장하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화석연료 자체 사용보다 항상 더 비쌀 수밖에 없지요. 현재 세계 많은 지역에서 쓰는 재생가능 에너지는 탄소 포획 없는 화석연료보다 이미 더 저렴해졌어요."

카베르거 교수는 일본 정부가 재생에너지가 비쌌던 10년 전 수소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그 계획에 갇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기업 입장에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값싼 전기가 필요하고, 국제적으로 인정 받으려면 깨끗한 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건 재생 가능 전기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의미해요. 이러한 발전을 지연시킨다면 일본 경제에 해를 끼칠 겁니다."

여전히 도쿄만 끝자락에서는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거대한 새 석탄 화력 발전소는 2023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앞으로 최소 40년 동안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저는 일본이 부끄럽습니다."

취재에 동행한 젊은 활동가 히카리 마츠모토(21)의 말이다.

그는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지만, 일본 사람들은 너무 조용합니다. 우리 세대는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