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당신이 들어본 적 없는 중요한 숫자

지금까지 1년간 미국내 대규모 기후 재앙 최대로 발생한 기록은 2020년의 2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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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보다 현실적인 탄소 1톤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계산하려 하고 있다.

극단적인 기상 이변은 미국에서 간혹 발생하곤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피해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21년 현재까지 미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기후 재앙은 18건. 가뭄 1건, 홍수 2건, 폭풍 9건, 열대성 사이클론 4건, 산불 1건, 겨울 폭풍 1건 등이다.

이로 인해 주택, 기업, 기반시설, 농지 등에서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1년간 미국내 대규모 기후 재앙 최대로 발생한 기록은 2020년의 22건이다. 이전까지는 2011년과 2017년의 16건이 최대였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에 따르면, 기록이 시작된 1980년 이래 308건의 재난이 발생했고 누적 피해액은 2조 달러를 넘어선다.

그러자 최근 경제학자들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비용을 다시 측정하려 하고 있다. 특히 2005년 대비 탄소배출량 50~52% 감축이라는 목표를 위해 강력한 정책을 만들려는 미국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무행동이 초래하는 비용

이른바 '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이하 SCC)'이 이 과정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마이클 그린스톤은 SCC를 "당신이 들어본 적이 없는 가장 중요한 숫자"라고 말했다.

이는 2010년에 처음 시작됐는데,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 자동차의 연비 요건 등 여러 요소를 통해 산출한다.

SCC는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말한다. 보통 CO2 1톤 배출과 관련된 모든 비용과 이익을 수량화해서 금전적 가치로 표시한다.

그리고 이 수치는 정책결정자들이 배출량 감소를 위한 비용과 온난화 감소로 인한 혜택을 저울질할 때 사용된다.

그린스톤에 따르면, SCC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탄소 배출로 인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피해 규모다. 다른 하나는 배출된 온실 가스가 오랫동안 대기에 남아있기에 현재의 배출이 미래에 미칠 영향이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은 기후에 영향을 주는 광범위한 요소들을 반영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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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몇몇 국가들이 SCC를 활용하고 있지만, 특히 이것이 발명된 미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2017년판 SCC 검토에 참여했던 국립과학원 회원인 모린 크로퍼는 미국의 환경 관련 규제 80건이 SCC를 반영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의 에너지 효율 기준이나, 캘리포니아주의 '배출 상한 및 거래 정책' 등이 SCC를 반영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SCC를 반영해 매년 온실 가스 배출량에 대한 전반적인 한도를 정하고 기업들이 오염 크레딧을 경매 형식으로 사고 팔게 하고 있다.

크로퍼는 "SCC는 이렇게 환경에 대한 평가나 관련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일 대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의 논문에 따르면, SCC를 반영해 만들어진 규제의 혜택은 1조 달러 이상이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SCC는 미국에서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 차량의 연비 표준, 냉장고와 에어컨에 사용되는 불화탄소의 폐지 등과 같은 규제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SCC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랜탐 기후변화 연구소의 닉 스턴과 콜롬비아 대학의 조셉 스티글리츠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현재 미국에서는 SCC를 톤당 51달러로 평가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 거의 100달러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SCC가 반영된 53개 정책의 가시적인 영향을 분석한 2014년 연구에 따르면, 정부는 SCC를 반영했는지와 상관없이 모든 정책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즉 SCC가 미국의 정책 수립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그린스톤은 SCC가 기업들이 비즈니스 및 투자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탄소의 비용을 정할 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SCC가 미국의 탄소세 입법안도 이끌어냈다며 "SCC는 미국의 정책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톤은 탄소 1톤당 21달러라는 초창기 SCC는 매우 엄정한 산정 과정을 거쳤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미국 연방정부가 이를 채택하자마자 주정부에서도 빠르게 채택했고, 자체적으로 SCC를 계산중이던 캐나다 정부 역시 미국의 SCC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탄소의 가치

최근 몇 년간 SCC의 수치는 여러 번의 변화를 겪었다. 값을 산정하는데 들어가는 자료와 이와 관련된 지식체계가 발전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017년 미국 국립과학원은 SCC 갱신을 위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였다. 국립과학원이 제시한 자료는 무시되었고, SCC는 더 낮은 수치로 대체됐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 Defence Council, NRDC)의 정책분석팀 책임자인 스타라 예는 "(당시 사건은) SCC를 뒷받침하는 기후 과학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측정한 수치가 최근 몇 년간 크게 요동쳤고, 이로 인해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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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권에서는 SCC가 톤당 1~7달러(SCC는 보통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값의 범위로 주어진다)로 내려갔다. 미국의 탄소 배출로 인해 다른 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계산 과정에서 생략되고, 미래세대의 피해를 감안한 비용 추정은 크게 낮추었기 때문이다.

스타라 예에 따르면, 이러한 평가 절하의 영향은 오바마의 '청정 전력 계획(Clean Power Plan)'을 대체한 트럼프의 '적정 청정 에너지 계획(Affordable Clean Energy, ACE)'에서 드러난다.

오바마의 계획은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에 비해 32%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ACE는 같은 기간 동안 0.7~1.5% 감축을 계획했다.

스타라 예는 "트럼프의 계획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며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소스 포 더 퓨처(Resources for the Future)'에 따르면, ACE는 석탄 발전소의 배출 강도는 낮추지만, 실제로 가동 중인 석탄 발전소의 수와 석탄 화력 발전소의 숫자를 증가시키는 계획이었다.

결정적 재계산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SCC관련 실무 그룹을 만들었다.

내년 1월에 발표할 새로운 SCC의 방법론을 개발하는 한편, 그때까지 사용할 SCC를 제안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2021년 2월 오바마 정부 때와 같은 수준(톤당 51달러)의 SCC가 발표됐다.

SCC 방법론도 계속 변화중이다.

SCC를 산정하는 몇 가지 모델이 있는데, 보통 이 과정에서 4 가지 핵심 요소를 결합한다.

첫 번째는 사회경제적 예측이다. 경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 것인가, 인구는 어떻게 될까, 이들이 얼마나 많은 CO2를 배출할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CO2 배출로 인해 기후가 어떻게 달라질까이다.

여기에는 해수면이 얼마나 빨리 상승할까,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 등이 포함된다. 세 번째는 이익과 피해다. 해수면 상승에 적응하는 비용 또는 기온 상승이 노동 생산성과 농작물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마지막은 오늘날의 화폐 가치로 평가되는 미래의 이익과 비용이다. 이 요소는 CO2가 수천 년 동안 대기 중에 지속되며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피해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따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 "할인"이라 불리는 요소가 있다. 이 요소는 SCC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수백 년에 걸쳐 체감하게 되는데,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당장 자금이 투입된다.

즉 비용을 쓰는 시점과 그 효과를 체감하는 시점이 다른 것이다. 이를 고려하는 것이 '할인'이다.

그런데 높은 할인율은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이 미래 세대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반면, 낮은 할인율은 그 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사용하는 할인율은 오바마 행정부가 사용한 것과 같은 3%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것을 7%로 바꿨다.

주거지 손실부터 기후에 대한 불안까지 기후 변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요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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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C가 처음 나온 이후 극적으로 변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기후 변화 피해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해다. 그린스톤에 따르면, 지금은 과학자들이 미래의 어느 추상적인 시점에 기온과 인간의 삶이 어떠할지를 가정하는 대신 많은 실제적인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기후와 인간의 삶의 이루는 관계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던 것에서 보다 제대로 된 이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쪽으로 나아간 것은 커다란 진전"이라고 말했다.

또한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의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기후 변화의 영향도 따져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린스톤은 "세계 GDP가 5% 감소할 것이라고 말하거나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는 런던, 뭄바이 또는 디트로이트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계획

과학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반명하기 위해 SCC가 달라져야 하는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 영구 동토층의 해빙, 해양 순환의 변화, 그리고 시민 분쟁과 같은 중요한 변화가 가진 위험성을 고려하는 것도 한 가지 예다.

국내총생산과 인구에 대한 예측도 고려될 수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배출량과 피해 예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후 변화 대응을 둘러싼 지식 격차를 반영하는 것도 보다 의미있는 SCC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SCC의 수치는 더 높아져야 하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리소스 포 더 퓨처'는 SCC가 현재의 세 배가 넘는 톤당 171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만약 우리가 영구 동토층의 해빙과 빙산 붕괴와 같은 기후 변화의 특정한 티핑 포인트(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이제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를 지나게 된다면, SCC는 약 4분의 1 정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영구 동토층이 녹는 것과 같은 기후의 티핑 포인트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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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영구 동토층이 녹는 것과 같은 기후의 티핑 포인트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크로퍼는 "(수치가 증가된 SCC는) 분명 사람들의 행동과 정부의 정책, 기업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정부가 더 높은 SCC를 채택할 경우, 기업들이 사업을 위해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탄소 가치도 달라지게 압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전력연구소 '에너지 시스템 및 기후 분석 그룹'의 기술 책임자인 스티브 로즈는 정부의 SCC 검토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새로운 SCC는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며, 그 방법론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립과학원의 SCC 모델링 위원회에서 일하고 있기도 한 그는 "가정은 정당화되고, 투명하며, 잘 문서화되어야 한다"며 "SCC는 미국 경제에 수백만 달러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로즈는 또 "SCC가 과학에 근거하고 제대로 검토될수록 미래의 정부들도 계속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SCC는 과거 행정부에서 몇 차례 오르락내리락하는 변화를 거듭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사업을 계획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처한 것이죠. 저탄소로의 전환을 계획하려면, SCC에도 안정성이 필요합니다."

스타라 예는 미국 환경보건국이 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대한 규정을 갱신한 만큼, 새로운 SCC도 강력한 환경 규제를 이끌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SCC가 최고의 과학에 기초해 미래 세대가 직면할 문제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추정치가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를 파괴한 것에 따른 비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도구(SCC)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미래 세대, 단지 미국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십 억 인류를 위해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