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항우울제, 먹다 끊어도 상태 악화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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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년 이상 항우울제를 복용해 온 사람들도 상태 악화 없이 약을 중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연구진은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장기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에선 지난 15년 사이 항우울제 처방 건수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장기 복용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이런 장기 복용이 몸에 어떻게 작용하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장기 복용이 어떤 경우에 이점으로 작용하고, 어떤 경우에 그렇지 않은지 살펴봤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점진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한 실험 대상자 478명 중 44%는 이듬해 우울증 재발에 시달리지 않았다. 또 장기 복용을 이어간 대상자의 66%에게선 우울증 악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에게 적합한 방법은 아냐'
이번 연구를 이끈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젬마 루이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많은 환자에게 장기 복용이 적절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두 달에 걸쳐 서서히 약을 줄였을 때 효과적으로 복용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층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복용 중단 결정을 내리기 전 의사와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신과적 치료법들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글린 루이스 UCL 교수는 "항우울제는 효과적이지만 다른 많은 약물처럼 특정 사람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모두 항우울제를 최소 2년 이상 복용해 왔고, 최근 들어 약을 끊기로 한 이들이다.
이들은 두 그룹으로 나눠졌다. 한 그룹은 복용을 이어나갔다. 다른 그룹은 석 달에 걸쳐 복용을 서서히 중단했고, 이후 1년간 추적 관찰을 받았다.
복용을 중단한 이들 중 56%는 "어느 시점에선 2주 이상 우울감을 다시 겪었다"고 응답했다. 복용 중단자들은 금단 증상도 더 잘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증상은 우울증 재발과 혼동될 수 있는데, 연구진은 이에 대해 특정 사람들은 보다 더 천천히 약을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약을 다시 복용하기로 결정한 이들은 절반에 불과했다. 연구가 끝날 때쯤엔 복용 중단자의 59%가 그 어떤 종류의 항우울제도 더이상 복용하지 않았다.
약 복용을 이어나간 이들 중에서도 3분의 1 이상이 어느 시점이 되자 다시 우울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항우울제 장기 복용, 정말 위험할까
연구진은 특정 사람들은 복용 중단이 가능한 반면 다른 이들은 왜 복용 중단에 어려움을 겪는지 밝혀내진 못했다. 어떤 이들이 복용 중단을 선택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건 다음 과제다.
항우울제 처방이 증가하면서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에 대한 우려도 많다. 장기 복용의 위험성 여부도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
연구 책임자 토니 켄드릭 사우샘프턴 대학교 교수는 65세 이상 환자의 항우울제 장기 복용은 뇌졸중과 발작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위험도는 낮고, 이 같은 부작용의 원인이 약물인지 기저질환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년층이나 중장년층 환자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적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
켄드릭 교수는 “일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이번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 대상 환자들이 복용한 약물들은 시탈로프람과 설트랄린, 플루옥세틴, 미르타자핀 등 일반적으로 널리 처방되는 약들이다. 복용 중단이 어려운 다른 종류의 약들은 이번 연구에선 쓰이지 않았다.
킹스칼리지 런던 대학교의 정신과 왕실 후원 교수인 사이먼 웨슬리 경은 이번 연구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환자들이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웨슬리 교수는 "서서히 약을 줄여 나간다는 전제 하에 약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도 "작지만 사소하진 않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답은 아직 없지만, 이번 연구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정보를 제공할 것"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엔 영국 요크 대학교, 사우샘프턴 대학교, 브리스톨 대학교를 비롯해 캐나다의 맥마스터 대학교의 연구진 등이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