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20년: 미국, 사우디 연루 의혹에 기밀 문서 첫 공개

사진 출처, EPA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국에 거주하는 사우디 시민과 9.11 테러범 중 2명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기밀 해제 문서를 최초로 공개했다.
9.11 테러 희생자의 유족들은 그동안 사우디 관리들이 테러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공격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며 기밀 문서 공개를 오랫동안 촉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사우디 정부가 9.11 음모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9.11 테러 당시 여객기 납치범 19명 중 15명은 사우디 국적이었다.
기밀 해제에 앞서 워싱턴 주재 사우디 대사관은 문서 공개 결정을 환영했다. 대사관은 이어 사우디 연루설에 대해 "그러한 주장은 거짓이고 악의적"이라며 여객기 납치범과의 연관성을 거듭 부인했다.
이 기밀 문서는 4대의 여객기가 납치돼 약 3000명이 사망한, 미국 영토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테러 공격 20주년을 맞아 공개됐다. 이 문서는 향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기밀 문서 중 첫 번째 서류다.
일부 희생자 유가족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문서를 공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뉴욕에서 열리는 9.11 테러 2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밀 해제를 압박했다.


9.11 테러범 19명 중 대부분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였다.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라덴은 영향력 있는 사우디 가문 출신이다. 그의 조직 알카에다는 1990년대에 부유한 사우디아인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은 9.11 공격에 사우디의 공식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그동안의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은폐했는지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졌다.
공개된 문서는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서에는 2016년 FBI가 '납치범 2명에게 물류 지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우디인들에 대해 여전히 조사 중'이라는 명확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사우디 연루설에 대한 모든 의혹이 해소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문서는 첫 번째 공개에 불과하다. 사우디 대사관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들이 9.11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미국과 사우디 양측은 더 많은 문서를 공개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등의 불편한 의혹에 직면할 수 있다.
16페이지 분량의 FBI 문서는 여전히 상당 부분 수정됐다. 신원이 기밀로 분류된 정보원(PII로 기재됨)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문서에는 다수의 사우디 국적자와 납치범 중 2명인 나와프 알 하즈미와 칼리드 알 미다르 사이의 접촉이 간략하게 기술됐다.
납치범들은 2000년에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학생으로 가장했다. FBI 메모에 따르면 이들은 이후 오마르 알 바요우미로부터 상당한 물류 지원을 받았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바요우미는 당시 학생이라는 공식 신분에도 불구하고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을 자주 방문했던 인물이다.
소식통은 바요우미에 대해 영사관에서 "매우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FBI에 말했다. FBI 메모에 따르면 '하즈미와 미다르에 대한 바요우미의 지원에는 번역, 여행, 숙박 및 자금 조달'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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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문서는 또 2명의 테러범과 로스앤젤레스의 킹 파하드 모스크의 보수적인 성직자인 파하드 알 투마리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투마리는 극단주의적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바요우미와 투마리는 9.11 테러가 발생하기 몇 주 전에 미국을 떠났다.
AP 통신은 9.11 희생자 유족의 변호사인 짐 크레인들러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공개된 문서를 통해, 9.11 공격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책임에 관한 소송에서 우리가 주장했던 것을 입증했다."
지난달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몇몇 전직 사우디 고위 관리들은 선서 하에 증인 심문을 받았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모두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문서 기밀 해제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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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관계자들에게 앞으로 6개월 동안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지시하면서 조사 문서 검토를 명령했다.
연루된 사우디 국적자의 숫자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사우디 배경을 고려해볼 때, 사우디의 연관성에 대한 추측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그러나 9.11 위원회 보고서는 사우디 정부나 고위 관리가 연루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때로는 어려운 관계였지만 오랫동안 동맹국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를 강화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가 터키에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끔찍한 살인에 관여한 부분과 관련해 사우디를 "버림받은 존재"라고 비판했다.
BBC의 프랭크 가드너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 이후 사우디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은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