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시민들, 우려와 기대 동시 호소

비트 코인을 받는 상점 앞에 서 있는 남성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앞으로 엘살바도르 전역에서 기존 화폐인 달러 대신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 기자, 조 타이디
    • 기자, 사이버 전문기자

중미 엘살바도르가 전 세계 국가 중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했다. 이 소식에 세계 곳곳에선 암호화폐의 가능성과 위험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선 현지시간 7일부터 비트코인을 기존 화폐 대신 쓸 수 있게 됐다.

수백만 명이 정부의 ‘디지털 지갑’을 다운받을 전망인데, 이 지갑엔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제공하는 33달러(3만80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저장돼 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엘살바도르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동조하는 의미로 30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기대

엘살바도르의 택시 운전수 대니얼 헤르큘레스는 새 화폐 정책이 잔뜩 신이 났다. 그러나 자신의 벌이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대니얼 헤르큘레스
사진 설명, 헤르큘레스는 한참 전부터 이미 택시 요금으로 비트코인을 받아 왔다

“저는 이미 두 달 전부터 승객들이 비트코인으로 요금을 지불할 수 있게 했어요. 이런 정책이 시행될 줄 알고 있었거든요. 방금 전에도 한 승객이 공항까지 가는 요금으로 40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냈어요.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에요. 전체 승객의 10% 정도만이 비트코인으로 택시비를 내죠.”

대니얼은 비트코인을 현지 화폐인 미국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10% 정도 수수료를 떼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요금 대신 받은 비트코인을 적금 계좌에 넣어둔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지갑 속 비트코인을 1000달러까지 늘리고 싶다면서도 비트코인 가격의 추락을 걱정했다.

“아무래도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죠. 한참 일해서 얻은 돈을 날리는 건 좋은 상황이 아니잖아요.”

유동성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 한 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개당 1만 달러로 시작해 지난 4월엔 6만30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석 달 뒤엔 3만 달러로 떨어졌다.

최근 몇 주 사이 개당 가격은 5만1000달러로 다시 상승했다. 다만 최근의 가격 상승은 엘살바도르 정책의 영향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불확실성

센트럴 아메리칸 대학교(UCA)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개념과 작동 원리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시민은 극히 드물었다. 조사 대상자 1281명 중 4.8% 정도였다.

응답자 68%는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쓰는 데 반대했다.

올해 일흔 살인 자넷 산도발은 아들과 함께 식료품 판매 사업을 한다. 그는 정부의 비트코인 정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넷 산도발

사진 출처, Google

사진 설명, 산도발은 정부의 비트코인 도입에 회의적이다

“저는 항상 변화에 열려 있는 사람이었는데요. 이번엔 좀 다르네요. 우리 고객들은 비트코인으로 물품값을 지불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요.”

산도발은 “엘살바도르엔 아직 문맹인 데다 휴대전화도 없는 이들이 많다”며 “이런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지금 상황에선 저는 비트코인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는 받아야겠죠. 그러나 지금 당장은 정부의 30달러 지원금에 관심 없어요. 땀을 흘려서 돈을 버는 게 좋아요. 언제나 그래 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현재 엘살바도르 전역에 현금인출기 200여 대가 추가로 설치됐다. 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용도다.

엘살바도르의 정책은 상당히 급진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가상화폐 단속을 부쩍 강화하는 식이다.

그러나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미국에 살고 있는 비트코인 열성 지지자, 게르슨 마르티네즈는 곧 다른 나라들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제가 지금 느끼는 희망과 기쁨을 다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고국이 이 피할 수 없는 변화의 선두주자가 된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