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얼마나 더웠으면’···경기 중 선수 실신

2020 도쿄올림픽의 막이 오른 23일 한 선수가 경기를 치르던 중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태풍 예보가 내려지면서 조정 종목은 일정이 변경됐다.

올해 23살, 러시아 양궁 대표팀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는 이날 오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에서 열린 여자 양궁 경기 도중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다 쓰러졌다. 곧 의식을 회복했지만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앞서 일부 전문가들은 도쿄의 현 기온과 습도가 선수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조정 경기는 기상 조건상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일요일(25일)로, 일요일 경기는 토요일로 앞당겨졌다.

일본 환경청은 열사병 주의보를 내리고 시민들에게 바깥활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날 양궁 경기장 기온은 33도를 넘나들었다. 체감 온도는 38도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수들은 상대뿐 아니라 체내 수분 유지 및 체온 조절과도 싸워야 했다. 그나마 경기 지원단 관계자들은 그늘 아래 모여 열을 피했다.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관계자는 “선수가 하루종일 땡볕 아래 서 있을 수는 없다”며 “이런 일이 발생한 건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을 받을 때도 날씨는 비슷했지만 도쿄의 습도는 수준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조정 종목에선 사나운 날씨가 경기 일정에까지 영향을 준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국제조정연맹 관계자는 “돌풍을 동반한 날씨가 예상되면서 선수들의 경기 환경이 고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치발리볼 선수들 사이에선 모래가 너무 뜨겁다는 항의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맨발로 경기를 치른다. 현재 관계자들이 경기장에 물을 뿌려 모래를 식히고 있는 상황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 때는 여름 고온을 피하기 위해 대회를 가을로 미뤘다.

‘여름 대회’를 고수한 올해는 대신 마라톤이나 경보 같은 종목을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삿포로에서 진행한다.

경주마들을 위해선 물안개 분무기가 설치됐고, 심판들에겐 ‘쿨링 조끼’가 지급됐다.

'날씨, 대회 시스템에 충격 주고 있어'

23일 도쿄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 조정 선수들은 거친 날씨와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영국 대표팀 존 콜린스는 “어떤 면에선 이렇게 강한 바람과 노를 젓기에 좋은 물살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일요일 열리는 더블스컬(2인조) 준결승에 진출했다.

콜린스는 “2016 리우올림픽 때는 수상경기장에 나비가 날아들어 코스 내내 영향을 줬다”며 “그런 면에서 현재의 날씨는 차라리 안심”이라고 했다.

다만 고온은 또 다른 문제다. 콜린스의 동료 선수인 그레임 토마스는 무더위에 대처하느라 얼음주머니와 에어콘을 동원했다.

토마스는 “시스템에 약간의 충격이 있는 수준”이라면서 “방에 에어콘을 적당히 가동하기가 늘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온도 변화에 따라 어지럼증을 느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 ‘태풍’ 온다

일본의 여름은 단지 고온이 이어지는 시기일뿐만 아니라 태풍이 불어닥치는 시기이기도 하다.

파도의 높낮이를 이용하는 서핑은 태풍을 반기는 종목 중 하나다.

국제서핑연맹 관계자는 “태풍이 오고 있는만큼 더 큰 파도가 일어나는 등 파도 상태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핑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파도가 약하면 선수들이 기량을 제대로 뽐내기 어렵다.

첫 경기는 도쿄에서 동쪽으로 64km 가량 떨어진 쓰리가사키 서핑 비치에서 오는 25일 치러진다.

뉴질랜드 대표팀 관계자는 “파도가 아직까진 조금 약하지만 흐름이 좋다”며 “세계에 ‘서핑이란 어떤 것인지’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