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분노, 혼란에 빠진 아이티...정치, 사회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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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새벽 1시경(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대통령 사저에 무장 괴한들이 침입했다.
이날 조브넬 모이즈(53) 아이티 대통령은 괴한들의 총에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까를 앙리 데스틴 치안판사는 모이즈 대통령의 시신에서 12발의 총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르 누벨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무실과 침실을 뒤진 흔적이 있었으며, (모이즈 대통령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운 채 피투성이로 발견됐다"라고 말했다.
47세의 영부인 마르티네 모이즈도 총상을 입어 미국 플로리다로 치료를 위해 이송됐다.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부부의 세 자녀인 조마를리, 조브네, 조벨린도 "안전한 장소"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잔혹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몇 시간 후, 포르토프랭스에서 경찰과 암살 용의자 사이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이날 총격전으로 용의자 4명이 숨지고 2명이 구금됐으며, 추가 용의자를 찾기 위한 수색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잡히거나 사살될 것"이라고 밝혔다.
암살 배후에 누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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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총리는 무장 괴한들을 "용병"이라고 표현하며, "영어와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신부 장관은 이후 용의자 중 내국인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총기 난사 후 공개된 영상 화면 속에는 검은 옷을 입고 중무장한 남성들이 사저 밖에서 영어로 "DEA(미국 마약단속국) 작전이다. 모두 엎드려라!"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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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아이티 대사 보치트 에드몬드는 이들 무장 괴한이 진짜 미국 DEA 요원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며, 이들이 마약단속국을 사칭한 것이라고 밝혔다.
에드먼드 대사는 NTN24 채널에 "그들은 용병이다. 그들은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대가를 지불받았다.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었는지 밝히기를 희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샤를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찰관들이 암살 용의자들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극적인 장면들을 묘사하면서 "범행 현장을 떠나는 용의자들의 도주로를 막은 이후 계속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국은 용의자들이 단단히 무장했으며 지금은 풀려난 경찰 3명을 인질로 잡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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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즈의 정치적 궤적은 다른 라틴 아메리카 지도자들의 경력과 비슷했다.
모이즈는 인국 1100만의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2017년 대통령에 취임 후 의욕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던 그는 야권과 끊임없이 갈등했다.
새 총선은 2019년 10월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정치 불안 속에 연기됐고, 모이즈 대통령의 임기도 연장됐지만, 이를 둘러싸고 야당과 줄곧 갈등을 빚었다.
모이즈 재임 4년 동안 6명의 총리가 거쳐 갔고, 그가 살해되기 하루 전날에는 신경외과 의사 출신 아리엘 앙리를 새 총리로 지명했다.
그러나 앙리가 취임 선서를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임자 조제프가 현재 임시 총리직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를 누가 통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만연해 있다.
충격, 소문, 미래에 대한 의문점들
조제프 임시 총리는 모이즈 암살에 관해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암살 이전에도 압박은 가중되고 있었다. 모이즈의 재임 기간은 늘어나는 정치적 불안감과 부패 그리고 잘못된 국정운영에 관한 주장으로 얼룩져있었다. 그리고 모이즈의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도 있었다.
아이티에서 태어난 미국 버지니아 대학 로버트 패튼 교수는 BBC에 이번 사건이 "아이티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모이즈의 암살은 "가난, 자연재해, 질병 발생, 독재, 정치적 음모 등으로 얼룩진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아이티처럼 불안정한 국가에서도 이런 종류의 암살은 드물고 걱정스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패튼 교수는 이어 "정치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누가 왜 그랬는지 상상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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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의 약탈 공화국: 민주주의로의 끝없는 이행'의 저자인 패튼 교수는 이번 사건은 빈곤한 카리브해 국가를 넘어 더 넓은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아이티는 혼돈의 문턱에 섰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정치적, 사회적 불안은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과거 이러한 쿠데타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이민자의 대거 유입 문제를 넘어 타국 정부, 심지어 UN의 개입이 이뤄지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패튼 교수는 다음 일을 예측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아이티의 가까운 미래를 걱정했다.
아이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도 사회적, 경제적 혼란으로 고통받아왔다.
이제 이 정치적 불안정이 아이티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도 있다.
정부는 암살범들을 색출하고 잠재적인 사회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2주간의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은 집회 금지와 군이 경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허용한다
아이티 당국은 8일 포르토프랭스 공항을 폐쇄하고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촉구했다.
조제프 임시 총리는 색출 작업과 사회 불안 통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했다며 "민주주의와 공화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가 최고 권력자의 잔혹한 암살로 중심까지 흔들리고 있는 이 나라에서 얼마나 큰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