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최고사령관, 아세안서 '폭력진압 즉각 중단' 뭇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한 모습

사진 출처, Handout/Indonesian Presidency

사진 설명,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한 모습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들이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에게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 진압사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로 집권한 후 첫 해외 일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얀마군이 시위대에 대한 폭력진압을 중단하고 정치범을 석방하라는 각국 정상들의 요구를 들었다.

쿠데타 이후 군부가 폭력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면서 지금까지 미얀마에서 700명이 넘게 사망했고, 수천 명이 구금됐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는 미얀마 사태를 다룬 첫 대규모 국제적 노력의 일환이었다.

회의 이후 발표된 성명에서 아세안 10개국 정상 및 외교장관들은 5개 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5개 항은 미얀마에서의 폭력 즉각 중단, 군부와 민주진영 사이의 대화 시작, 아세안 특사·대표단의 대화 중재와 미얀마 방문, 인도적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미얀마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도 이같은 합의를 반겼다.

회의가 끝난 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아세안 특사·대표단의 방문과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자신이 보기에 도움이 될 만한 사항들을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고 했다.

무히단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미얀마의 개탄스러운 사태가 즉각 멈춰야 한다"며 정치범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현재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반쿠데타 지도자들이 대거 구금돼 있다.

시위대들은 정상회의가 열린 장소 앞에 모여 냄비와 팬 등을 두드리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복원하라", "군부 쿠데타를 반대한다" 등의 손팻말도 들었다.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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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쿠데타 주역을 초대한 아세안의 도박

Analysis box by Jonathan Head, South East Asia correspondent

조나선 헤드

BBC 동남아시아 특파원

아세안 지도자들은 미얀마에서 민주선거로 당선된 정권을 정복하고, 미얀마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쿠데타의 책임자를 초청해 큰 비난을 받았다.

이제 그들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초청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가 폭력 사태를 중단하고 미얀마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진영과 대화를 시작하라는 합의사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흘라잉을 최고사령관으로서 초청했을 뿐, 합법적인 정부의 수장으로 초대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최종 5개 합의 사항에는 정치범들을 석방하는 내용이 빠졌다. 또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앞으로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폭력사태를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했던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자신의 첫 외교 데뷔무대에서 군부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미얀마에서 내전이나 국가 몰락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미얀마 전역에서는 시위대들이 군부 쿠데타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미얀마 전역에서는 시위대들이 군부 쿠데타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등에선 시위대가 모여 냄비와 팬을 두드리며 군부 쿠데타를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지금껏 단 한번도 이토록 큰 저항을 받은 회원국과 관련한 문제를 다뤄야 했던 적이 없다. 아세안 회원국 상당수가 비민주국가라 이같은 문제를 다루는 건 아세안으로서도 큰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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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미얀마 국경을 넘어서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인도적 결과"를 피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미얀마를 아세안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역사적으로 각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았다.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 후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미얀마 전역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1일 군부는 지난해 총선에서 대규모 선거 조작이 있었다며 민주선거로 당선된 아웅산 수치와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주동맹(NLD) 정부를 전복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군부는 비상사태가 끝나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부는 지난 몇 주간 더 강경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이달 초 군부의 폭력 진압으로 양곤 인근의 바고 지역에서 80명이 넘게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