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수사대가 사막 한 가운데 ‘모노리스’를 찾아나섰다

사진 출처, David Surber
- 기자, 케빈 포니아 & 아시타 나게시
- 기자, BBC 뉴스
스탠리 큐브릭의 1968년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검은 비석 '모노리스'를 닮은 기둥이 미국 유타의 사막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온 지 48시간 만에 한 남성이 그곳에 다다랐다.
유타주 당국은 지난 23일 레드락 사막 한가운데서 반짝이는 철제 구조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정확한 위치를 밝히기는 거부했다.
아마추어들이 '모노리스'를 찾겠다고 사막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국 당국의 우려대로 행동했다. 25일이 되자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모노리스 앞에서 각종 포즈를 취한 사진들을 자랑스레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왜 이곳에 모노리스가 있는지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네티즌 수사대가 구글 어스를 뒤져 모노리스가 위치한 곳의 좌표를 온라인에 올렸고, 사람들은 이를 참고해 모노리스를 발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서 모노리스의 정확한 위치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을 발견한 33세의 예비역 미 육군 보병 장교 데이비드 서버는 그날 밤 6시간을 운전해 그곳으로 달려갔다.
서버는 “이 물체가 5년 동안 자연 속에 숨겨진 채 있었다는 사실에 매료돼 일등으로 그곳에 간 사람이 돼야 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타주 야생보호 당국은 지난 18일 큰뿔야생양의 개체수를 확인하기 위해 헬리콥터로 사막을 탐색하다 이 모노리스를 발견했다. 좌표를 레딧에 올린 사용자 팀 슬레인은 헬리콥터의 비행 경로를 추적했고, 헬리콥터가 레이더 탐지에서 벗어난 지점을 찾아냈다고 한다. 이는 헬리콥터가 착륙했음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국에서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지형 특성을 찾아 지도를 뒤졌다. 마침내 이와 부합하는 지형의 위성사진에서 길고 가느다란 그림자를 찾을 수 있었다. 2015년의 위성사진에서는 이를 볼 수 없었는데, 2016년 10월의 위성사진에서는 이 모노리스와 함께 주변의 잡목들이 제거된 걸 볼 수 있었다.
슬레인은 “정확한 위치가 공개되면 사람들이 그곳을 방문하리라는 걸 알았다. 위치를 공개한 것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찾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금방 위치를 찾아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Google Earth
유타주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서버는 즉각 행동을 개시했다. 수천 명이 팔로우하고 있는 레딧의 모노리스 커뮤니티에 자신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이동하는 와중에 수백 건의 메시지를 받았다. 어떤 사람은 “거기에 비밀 문이 있을 수 있으니 자석도 챙겨가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사막이 어두컴컴하던 새벽에 도착했다. 처음에 그는 혼자였다. 그는 모노리스뿐만 아니라 별똥별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곧이어 온라인에서 좌표를 찾은 다른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레딧에 자신의 짜릿한 발견에 대해 썼다.
“우리가 2020년 겪은 모든 부정적인 일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두 가지의 의문이 있다. 누가, 그리고 왜 이 구조물을 여기에 세운 걸까?
많은 이들이 (일부는 장난으로, 또 일부는 진지하게) 외계에서 온 방문자가 모노리스를 세웠을 거라고 추정하긴 했다. 하지만 가장 그럴싸한 가설은 아직까지 정체를 밝히지 않은 개념미술 작품이라는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 모노리스가 비슷한 형상의 작품으로 유명한 고(故) 존 맥크라켄의 미공개 작품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맥크라켄의 갤러리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즈워너는 처음에 이를 인정했다가 나중에는 다른 예술가가 맥크라켄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발언을 철회했다. 맥크라켄은 2011년 세상을 떠났다.
온라인에서는 또 다른 예술가인 페테샤 르폰호크를 주목했다. 그는 사막의 은밀한 지역에 토테미즘적 조각을 설치하는 예술가인데, 결정적으로 르폰호크는 유타주에 거주하면서 작업을 한다.
그러나 르폰호크는 온라인 미술 매거진 아트넷에 자신이 “비밀리에 사막에 기념비 같은 걸 설치할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이것은 내 작품이 아니”라고 말했다.
모노리스를 만든 게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은 것이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외딴 곳에 예술작품이 설치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조각으로 설치되기도 하고, 주변의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예술의 형식인 ‘대지미술’로 설치되기도 한다. 이런 작품들의 경우 그 작품이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하는 행위 자체도 작품의 일부로 간주되곤 한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월터 드마리아의 ‘번개 치는 들판’이다. 작품의 정확한 위치는 기밀이다. 알려진 것이라곤 뉴멕시코 서쪽의 고지대 사막 어딘가에 있다는 것 뿐이다. 2009년 뉴질랜드 와나카 호수에 설치된 마틴 힐과 필리파 존스의 ‘시너지’도 유명한 대지미술 작품이다.
야외에 조각을 설치하는 영국 예술가 앤디 메릿은 유타주 모노리스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아마도 “예술가이거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매료된 부유한 인물”이 만든 것이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릿은 “특히 미국에는 독특한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메릿은 내년 봄에 런던 북부 교외의 밀턴킨즈에 있는 한 가옥의 내부에 혼합물을 부어 ‘화석화’시킬 계획이라면서 “내 자신의 작업에서도 우린 늘 독특한 장소에서 뭔가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게 만약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모노리스를 유타주 사막에서 다른 곳, 이를테면 광장 같은 곳으로 옮기면 훨씬 덜 흥미로워질 것이다. 주변의 경관 그 자체가 사실은 핵심인 것이다.”

사진 출처, David Surber
모노리스를 방문한 수십 명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이 모노리스는 전문가의 작업물인 것으로 보인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보이는 거대한 철판 세 조각이 고정돼 있으며 그 내부는 텅 비어있다. 여기에 모노리스를 세운 사람이 누구든 간에 암반을 뚫고 모노리스를 세우기 위해서는 중장비를 사용했을 것이다.
데이비드 서버는 “처음부터 나는 뭔가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안 그럴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분명 매우 인내심이 좋은 예술가이거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팬이 만든 것이리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타주의 공공안전부 공보관은 위험할 수 있으니 모노리스 방문을 권하지 않지만, 해당 지역이 공공지이기 때문에 방문하려는 사람들을 막을 수도 없다고 26일 BBC에 말했다. 모노리스를 제거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