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공동체: '노예무역의 그림자, 사과만으로 해결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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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공동체 배상위원회의 힐러리 베클스 위원장이 노예를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이들의 과거 청산 노력은 "사과로 끝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일부 금융기업들이 과거 노예무역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힌 뒤 나왔다.
자메이카에 위치한 웨스트 인디스 대학의 부총장이기도 한 그는 "안타깝게도 과거로 돌아가서 역사를 다시 쓸 길은 없지만 죗값을 치를 수는 있다"며, "단순히 대중을 위한 쇼로 사과하고, 회사 이미지를 위한 활동의 하나로 삼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영국 회사들은 카리브해 지역의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라고 촉구했다.
그는 "상황이 이 지경이 되게 하는데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실질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셜 플랜(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16개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 계획으로, 해당 나라들의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공산주의의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이뤄졌다)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경찰 진압과정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인종 간 불평등 문제와 과거 노예 문제 청산에 관련해 전 세계 많은 회사들을 압박했다.
앞서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가 고위직에 있던 과거 인사 중 일부가 노예 무역에 일조한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 이를 처음 보도한 텔레그래프지는 영국 국교회가 이 같은 연루를 "수치의 근원"이라고 묘사했다고 밝혔다.
영란은행 역시 노예무역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전직 총재들의 초상화가 건물 안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런던 사우스 뱅크 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케이티 도닝턴 박사는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는 민족 우월주의는 영국 내에서 아프리카와 카리브계 후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역사적으로 대서양 횡단 노예 무역과 관련이 있는 회사들이 과거를 인정하기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단계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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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달린 노예들
지난 2006년 영국 국교회는 내부 투표 결과에 따라 노예무역 피해자들의 후손들에게 사과했다.
영국 국교회에 소속된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해외 복음선교회(SPG)는 카리브해 지역에 위치한 설탕 농장 3곳을 상속받아 운영했다.
직접적인 운영은 농장주에 의해 이뤄졌지만 그로부터 얻는 수익은 선교회의 소유였다.
이곳에서 일하던 노예들의 가슴팍에는 선교회의 소유임을 뜻하는 '사회(Society)'라는 단어가 새겨졌다.
텔레그래프지는 100명에 달하는 성직자들이 노예들을 통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교회 대변인은 "영국 국교회의 성직자들과 회원들이 노예제를 폐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에 속한 또 다른 일부가 적극 노예제도를 이용하고 그로부터 경제적인 이득을 얻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1833년 노예제도가 폐지될 당시 영국 정부는 상당한 수준의 보상금을 지원했다. 그렇다면 이 보상금은 노예들에게 지급되었을까? 충격적이게도 이 보상금을 받은 것은 노예를 소유했던 주인들이었다. "인적 재산 상실"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이 그 명목이었다.
'용납할 수 없는 역사의 한 부분'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이 수집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영란은행의 전직 총재 최소 11명과 이사 16명이 노예무역과 연관이 있거나, '인적 재산 상실'에 대한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영란은행 대변인은 "18-19세기에 이루어진 노예무역이 영국 역사의 용납 될 수 없는 한 부분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영란은행이 직접적으로 노예무역에 관여한 적은 없지만, 전직 총재들과 이사들 중에 관련된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 대신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또 노예 무역과 연관이 있는 사람의 초상화가 은행에 남아있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지난 17일 영국의 유명 펍 체인 '그린 킹'과 보험 업체인 '로이즈'도 노예무역과 관련한 과거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린 킹의 설립자 중 한 명은 카리브해에 노예 노동력이 이용되는 농장을 여럿 소유하고 있었으며, 로이즈는 노예 무역선에 해양 보험을 판매하는 등 대서양 횡단 무역을 중심으로 부를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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