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유적지 공격 협박한 트럼프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나크시-에 자한 광장, 17세기 초 테헤란 남방 이스파한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큰 광장 중 하나

사진 출처, AFP

사진 설명, 나크시-에 자한 광장, 17세기 초 테헤란 남방 이스파한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큰 광장 중 하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문화유적들을 위협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트럼프는 지난 4일 이란이 살해당한 자신의 사령관에 대해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란 문화에 중요한 52곳을 겨냥해 반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은 모두 1954년, 1972년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문화유산 보호 협약의 서명국이다.

협약은 전쟁 등 무력분쟁 상황이라도 문화유산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

솔레이마니는 이란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여겨진다

사진 출처, AFP/Getty

사진 설명, 솔레이마니는 이란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여겨진다

사건은 3일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이라크에서 미군 공습에 사망하며 시작됐다.

미국 국방부는 공습이 "대통령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고 밝혔다.

공습으로 사망한 솔레이마니는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 중 한 명이자, 이란의 역내 전략 설계에 깊이 가담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란의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번 공습을 "굉장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도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란 정부는 그의 죽음에 "강력한 보복"을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미국이 이란의 52개 장소를 목표물로 삼고 있으며, 만약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 이를 "매우 빠르고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오 국방장관은 '미국이 국제법 안에서 행동할 것'이라 말하며 긴장을 완화하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번 "그들은 우리 국민을 죽일 수도, 고문할 수도, 불구로 만들 수도 있고, 도로변에 폭탄을 폭파하는 것도 허용된다. 근데 우리만 걔네 문화 유적지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말이 안 된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다시 트럼프의 발언을 감싸며 "질문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 마크 에스퍼 역시 미국이 문화유적을 타격할 것이냐는 질문에 "무력분쟁과 관련한 법령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전쟁 범죄"이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게 무력분쟁 법령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문화유적 보존을 위한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유네스코가 이스라엘에 반 이스라엘 편향성에 대해 우려한다며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유네스코가 이스라엘에 반 이스라엘 편향성에 대해 우려한다며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은 모두 유네스코 주관의 1954년 '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헤이그협약' 서명국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유네스코가 이스라엘에 반 이스라엘 편향성에 대해 우려한다며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과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전쟁 범죄를 저지르겠다며 위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도미니크 랍 외무장관 역시 문화유적들이 국제법에 의거해 보호되어야 한다며 영국의 입장을 밝혔다.

중동 지역은 이미 테러 집단 IS에 의해 시리아의 팔미라 등 광범위한 문화재 훼손을 경험하고 있다.

IS는 중동 지역에서 문화유적, 모스크, 사원, 교회 등을 공격했다.

또 다른 테러 집단 탈레반은 바미얀 지역의 세계 최대 불상을 파괴한 바 있다.

Presentational grey line

트럼프의 문화 유적 훼손 협박이 이란인을 단합했다

샘 파르잔, BBC 페르시안어 서비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살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이란은 분열됐다.

일부는 분노했고, 다른 일부는 SNS를 통해 공습을 지지했다.

분열은 트위터에서 난잡해졌다. 누군가는 이란이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린 것이 아니냐며 비판했다.

그들은 살인에 화가 났고, 특정 집단을 배신자로 낙인 찍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이란을 그의 대항하는 하나의 세력으로 단합했다.

그가 언급한 장소 중 몇은 종교적 유산이고, 몇은 아니다.

그러나 세속적이든 종교적이든 이란인들은 모두 자신의 문화 유적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에 트럼프의 위협에 맞서게 됐다.

사랑하는 유적이 파괴되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이 많은 국내외 이란인을 단합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이란 외무부 장관은 시리아 문화 유적을 훼손하고 있는 테러 집단 IS와 트럼프 대통령을 비교하는 트위터를 쓰기도 했다.

Presentational grey line

이란의 문화유산

이란은 스무 곳이 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들을 보유하고 있다.

  • 페르세폴리스, 고대 페르시아 아캐메니드 제국 수도. 기원전 6세기 축조된 것으로 추정
페르세폴리스, 고대 페르시아 아캐메니드 제국 수도. 기원전 6세기 축조된 것으로 추정

사진 출처, Alamy

  • 나크시-에 자한 광장, 17세기 초 테헤란 남방 이스파한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큰 광장 중 하나
나크시-에 자한 광장, 17세기 초 테헤란 남방 이스파한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큰 광장 중 하나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골레스탄 궁전, 테헤란에 위치해있으며 1785년부터 1925년까지 이란을 통치한 카자 왕조의 궁전
골레스탄 궁전, 테헤란에 위치해있으며 1785년부터 1925년까지 이란을 통치한 카자 왕조의 궁전

사진 출처, Getty Images

BBC 코리아에서 새로운 소식을 보시려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