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들은 점점 더 분노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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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스테파니 헤가티
- 기자, BBC 인구 전문기자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연례 조사 결과 지난 10년간 전 세계 평균적으로 여성들은 갈수록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년 전 타샤 르네는 부엌에 서 있었다. 폐 끝에서부터 깊고 어둡고 공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르네 본인도 놀랄 정도였다.
르네는 "분노는 항상 가까이 있는 감정이다"면서도 이런 종류의 깊은 분노는 이전에도 느껴본 적 없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당시, 르네는 정말 지긋지긋했다. 이에 분노 유발 요인을 모두 큰소리로 나열하며 집 주변을 20분간 걸어 다녔다.
그렇게 집으로 들어와 부엌에서 비명을 지르고 나니 육체적으로 강렬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 이후 르네는 파트너 재클린 페이스와 함께 전 세계 여성들을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불러들였다. 이들의 신성한 분노 치유 세션에서 여성들은 분노 유발 요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이 세션에 참가했던 여성들은 변화를 느꼈다.
한편 BBC가 '갤럽 월드 폴'의 지난 1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성들은 점점 더 분노를 느끼고 있다.
매년 150여 개국의 12만여 명을 대상으로 응답 전날 어떤 감정을 가장 많이 느꼈는지 물어본 결과 여성들은 꾸준히 분노, 슬픔, 스트레스 걱정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남성들보다 더 자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의 분석에 따르면 슬픔 혹은 걱정을 느꼈다는 비율은 성별을 막론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2012년을 기점으로 그렇다는 여성 응답 비율이 남성보다 커졌다.
그런데 분노와 스트레스 부문에선 여성과 남성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012년까지만 해도 분노와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남성과 여성의 응답 비율은 비슷했다. 그러나 9년 뒤인 2021년 기준 분노를 느낀다는 여성 비율은 남성보다 6%p나 앞섰으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여성도 남성보다 많았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즈음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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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치료사로 활동하는 사라 하몬은 이러한 조사 결과가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작년 초 하몬은 여성 고객들을 불러 모아 벌판에 서서 소리를 지르게 했다.
하몬은 "나도 어린아이 둘을 키우던 엄마로, 재택근무를 하며 계속 좌절감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분노로 치솟곤 했다"라고 말했다.
1년 후 하몬은 다시 여성들을 데리고 벌판으로 향했다. "소리 지르기 세션은 입소문을 타던" 중 하몬의 온라인 엄마 그룹에서 기자인 여성이 이에 관해 보도했고, 갑자기 전 세계 언론에서 전화가 쇄도했다.
하몬은 전 세계 모든 여성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 즉 여성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부담을 더 많이 짊어진 상황에서 느끼는 강한 좌절감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2020년 영국 '국가세입연구소'가 이성 부모 약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봉쇄 기간 어머니들은 아버지보다 가사책임을 더 많이 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어머니들은 근무 시간을 단축해야만 했는데, 심지어 어머니의 근로 소득이 아버지보다 많은 가정에도 동일했다.
전날 분노를 느꼈다고 말하는 여성과 남성 간 차이가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더 큰 국가도 있었다. 일례로 작년 기준 캄보디아에선 17%p, 인도와 파키스탄에선 12%p 차이가 났다.

이렇듯 특정 국가에서 나타나는 더 큰 성별 간 차이에 대해 인도의 정신과 의사인 라크슈미 비자야쿠마르는 해당 국가 여성의 교육률, 취업률, 경제적 자립성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갈등 결과라고 분석했다.
비자야쿠마르 박사는 "(교육도 받고 직업도 있고 경제적으로 자립성도 높은 여성들이) 동시에 시대에 뒤떨어진 가부장적 문화에 얽매이기 때문"이라면서 "가정 안팎의 문화와 분위기가 서로 달라 불협화음이 나고 많은 여성의 분노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 퇴근 시간마다 비자야쿠마르 박사는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시내에서 이 현상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남성들은 퇴근 후 긴장을 풀며 찻집에 가고 담배를 피웁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서둘러 버스나 기차역으로 향하지요. 저녁으로 무엇을 요리할지 생각하는 중 일 겁니다. 많은 여성들이 퇴근 기차 안에서부터 채소를 썰기 시작합니다."
과거엔 분노를 느낀다고 말하는 여성을 적절치 않다고 봤지만, 이젠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게 비자야쿠마르 박사의 생각이다.
"이제 여성들은 조금씩 더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더욱 분노도 느끼고 있습니다."

여성 분야의 진전?
BBC는 매년 전 세계에 영감을 주며 영향을 끼친 '올해의 여성 100인'을 선정해 공개한다. 이번에 10회째를 맞아 올해는 지난 10년간의 진전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BBC는 영국의 여론조사 업체 '사반타콤레스'에 의뢰해 15개국 여성들의 현 상황을 2012년과 비교해봤다.
- 각국 여성 응답자의 최소 절반은 10년 전에 비해 스스로 재정적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 미국과 파키스탄을 제외한 국가에선 여성 응답자의 최소 절반이 성적으로 친밀한 상황에서 파트너와 동의와 거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고 답했다.
- 대부분 국가에서 여성 응답자의 최소 3분의 2가 SNS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으나, 미국과 영국에서는 해당 비율이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 15개국 중 12개국에선 여성 응답자 40% 이상이 의견 표현의 자유가 지난 10년 동안 삶에서 가장 많이 진전한 분야라고 말했다.
- 미국 여성 응답자의 46%는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에 대한 접근이 10년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성의 일에 미친 영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UN 여성기구'의 데이터 과학자 지네티 아즈코나에 따르면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노동력 참여는 느리지만 천천히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엔 완전히 멈춰 섰다.
그리고 올해 직장에 다니는 여성 수는 179개국에서 2019년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분노에 관한 저서 '우리의 분노는 길을 만든다(원제: Rage Becomes Her)'를 집필한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소라야 시멀리는 "노동 시장은 성차별적"이라고 말했다.
돌봄 노동과 같이 여성 노동자가 대다수인 산업군에서 코로나19 관련 번아웃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노동자들에게) 거의 모성을 요구하는 일이며, 보수는 형편없습니다. 이 분야 노동자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억압되고 전용된 분노 수준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쉼 없이 일해야만 하는 환경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적절한 경계도 없습니다."
시멀리는 이성 부부간에도 비슷한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에선 여성들에게 주어진 코로나19 부담을 논한 글이 많이 출판 혹은 게재됐지만, 실제 '갤럽 월드 폴'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분노를 느꼈다는 미국 여성이 남성보다 많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멀리는 "미국 여성들은 분노를 느낀다는 것에 깊은 수치심을 느낀다"면서 분노를 스트레스나 슬픔으로 응답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미국 여성들에 있어 주목할 지점은 스트레스와 슬픔을 느낀다는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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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는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우루과이, 페루, 키프로스, 그리스에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응답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심지어 브라질에선 10명 중 6명 비율로 전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답했는데, 남성은 10명 중 4명도 안 되는 비율이었다.
그러나 르네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여성들이 이제 "더는 안돼!"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실제 변화를 촉진하는 방식"이라는 르네는 "여성들은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분노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즈코나 또한 "분노와 격노의 감정이 필요하다"면서 "때론 주변 상황을 뒤흔들어 놓기 위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기 위해선 분노하고 격노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리아나 브라보, 크리스틴 지반스, 헬레나 로지카
추가 보도: 조지나 피어스, 레베카 손, 발레리아 페라소, 라라 오웬

셰이프
설문조사 방법
'갤럽'은 매년 150여 개국의 12만여 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설문하며, 이는 전 세계 성인 인구의 98%를 대표하며, 각 국가의 대표 표본이 된다.
설문 조사는 대면 혹은 전화 통화로 진행되며, 조사 결과의 오차 범위는 국가와 질문별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성별 간 질문을 달리해 표본 크기가 더 작을 경우 오차 범위는 커진다.
갤럽의 올해 여론조사 전체 데이터는 이곳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사반타 콤레스는 올해 10월 17일~11월 16일 사이 이집트(1067명), 케냐(1022명), 나이지리아(1018명), 멕시코(1109명), 미국(1042명), 브라질(1008명), 중국(1025명), 인도(1107명), 인도네시아(1061명), 파키스탄(1006명), 사우디아라비아(1012명), 러시아(1010명), 터키(1160명), 영국(1067명), 우크라이나(1009명) 등 전 세계 18세 이상 여성 1만572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나이와 지역별로 각국 여성을 대표할 수 있도록 데이터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각국의 결과 오차 범위는 +/- 3이다. 전체 데이터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BBC 2022 올해의 여성 100인에 대한 더 자세한 소식은 BBC Korea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