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이 침묵을 깬 이유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엄마, 엄마, 엄마'라는 환청이 들립니다. 여태껏 방에 불을 켜놓고 보일러를 틉니다. 내 아들이 추운 방에서 잘까봐, 따뜻하게 해주려고 보일러를 끄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비극으로 끝난 그날 밤, 배우 이지한 씨는 스물다섯 젊은 생을 마감했다.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이지한 씨는 그날 식사 약속을 위해 이태원에 갔었다. 집을 나서기 전 어머니는 직접 아들의 구두끈을 묶어줬다.
"'엄마 구두가 잘 벗겨져 나 좋은 구두 하나 사야 할 것 같아.' '어 그럼 사야지. 그래, 오늘 갔다. 와서 사자' 그리고 끈을 매서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그런 참사가 일어날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습니다."
참사 발생 후 약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이지한 씨 어머니 C씨는 고심 끝에 BBC의 인터뷰에 응했다.
참사 당일 당국의 대응이 하나둘씩 밝혀지며, C씨는 압사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죽음에 대해서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행태에 억울함과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참사 이후 언론 보도와 조사 과정을 통해 밝혀진 당국의 미흡한 초동 대처에도 충격을 받았다.
"제 아이의 사망 시간은 30일 00시 30분. 도와달라고 구조 요청을 한 아이의 시간은 29일 18시 34분. 도대체 몇 시간이 흐른 겁니까? 몇 시간 동안 대처를 못 했기에 그 많은 아이들이 간 겁니까? 다 살릴 수 있었어요."
"총리의 자식도 회사원의 자식도 시장 상인의 자식도 어느 하나 목숨의 무게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는 현장에서 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한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면서 비난의 화살이나 책임이 그들에게 향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참혹한 현장에서 아이들을 하나라도 구해내기 위해서 애쓰시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요? 용산구청장, 경찰서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똑같은 잣대로 철저히 조사해서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처벌만이 대통령이 유가족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전 배우이자 가수로써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지한 씨는 최근 MBC 드라마 '꼭두의 계절' 촬영을 하며 지상파 데뷔를 앞두기도 했다. 그동안의 노력과 고생이 마침내 빛을 받는다고 생각해 가족 모두 기대에 가득 차 있었으나 이지한 씨 촬영분이 방송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많이 낙담하기도 했다.
참사 당사자인 이지한 씨 가족의 이야기를 BBC 코리아가 들어봤다.
취재: 이웅비
영상: 최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