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트라우마 극복하고 챔피언이 된 파이터...'북한서 거지였던 제가 한국서 챔피언 됐어요'
“딱히 시합장에서 두려움 같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탈북에 비하면 항상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지난 9월, 사단법인 한국킥복싱협회가 주최하는 전국 킥복싱 대회 미들급 타이틀매치에서 장정혁 선수(26)가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프로 데뷔한 지 4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그는 성공 비결로 ‘살아온 과정’을 꼽았다.
2009년 열세 살의 나이로 어머니와 함께 탈북한 그는 북한에서의 삶이 ‘거지’와 같았다고 전했다.
“모든 게 생존과의 전쟁이었습니다.”
험난한 탈북 과정은 정신력을 길러줬지만, 처음엔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였다.
중국에선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살아가며 공안에 잡혀 북송될 위험을 매일 감수했다. 새벽에 개만 짖어도 뒷문으로 도망 다녔고 하룻밤이라도 발 뻗고 편히 잠을 잔 적이 없었다.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에게 괴롭힘과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운동이었다. 거친 운동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극복하고 싶었던 그는 인터넷을 통해 이종 격투기를 알게 됐다.
“격투기를 하기 전엔 정말 야생마 같았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마음속 아픔이 있었어요.”
“운동하면서 마인드 컨트롤하는 법을 배웠고 상처도 치유되는 것 같고. 한마디로 차분해졌어요.”
생사의 고비를 함께한 어머니는 그가 운동을 시작한 이유이자,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죽을 고비 넘기며 탈북했으니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지금은 많이 응원해 주고 계십니다.”
한국에 온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북한 경찰에게 쫓기는 악몽을 꾼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거지에서 챔피언이 됐다’고 말하는 장정혁 선수의 이야기를 BBC 코리아가 들어봤다.
기획: 이웅비, 영상: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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