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문제가 있다'고 회사에 밝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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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직원이 있다고 해보자. 요즘 고용주들은 개방적인 자세로 그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노동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거리낌 없이 밝히고, 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팬데믹 동안 많은 이들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 굵직한 스트레스 요인들이 쉴 새 없이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경제 상황이 격변하면서 일자리와 소득이 줄었다. 고립이 장기화하고 가족의 죽음을 겪은 사람도 많아졌지만, 정신건강 관리나 주요 사회정치적 행사로의 접근성은 오히려 줄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더 두려워졌고, 더 불안해졌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2020년 10월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발표한 7개국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팬데믹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최근 불안이나 우울 장애 증상을 경험했다"는 성인은 2020년 8월 36%에서 지난해 2월 42%로 증가했다. 이 밖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코로나19의 직접적인 결과 및 불확실성이 우리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 때문에 많은 고용주들이 긴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심리적 안정에 중점을 둔 복지정책을 늘렸고, 정신건강 문제나 약물 남용 문제를 치료하기 위한 서비스를 직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직원 지원 프로그램(EAP)'을 확대했다. 휴가를 늘리거나 직원 교육과 같은 예방 조치를 강화한 기업들도 많아졌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직장 내에 공개하는 노동자들도 많아졌다. 사회적 기업인 '멘탈 헬스 퍼스트 에이드 잉글랜드'에 따르면, 영국 노동자 중 32%가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문제를 직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해졌다"고 답했다. 2019년 중반 14%와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정신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2019년 4월엔 노동자의 51%가 상사 또는 동료와 정신 건강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수치가 같은 해 9월 65%로 증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부정적 낙인이 붙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향후 고용주의 인식이 더 변화하고, 지원이 강화되고, 자신의 상황을 밝히는 노동자들이 훨씬 더 많아진다면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이들에 대한 직장 내 낙인이 사라질까?
두려움과 망설임
팬데믹 동안 직원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되자 많은 기업들이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2020년 4월 EAP를 시행하던 미국 기업 중 25%가 사별 관련 상담 등을 포함해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했고, 57%는 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 내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또한 글로벌 기업에 정신건강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마인드 셰어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와 2019년을 비교했을 때 직원을 위한 추가 유급 휴가 제공(55% 증가), 정신 건강의 날 시행(41% 증가), 정신건강 교육 실시(33% 증가) 등을 시행하는 미국 기업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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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원들이 늘어난 서비스를 실제로 더 많이 사용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일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근로자 중 EAP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밝힌 비율은 10%였다. 전년도에 비해 조금 상승한 수치지만, 여전히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의 비율에는 크게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저조한 활용률이 '낙인'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특히 혜택을 누가 이용했는지 고용주가 알 수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켈리 그린우드 마인드 셰어 파트너스 CEO는 이런 서비스의 비밀 보장 여부를 직원들이 믿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일자리나 향후 이직에 부정적 영향을 줄까봐 노동자들이 회사의 상담 지원을 꺼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린우드는 "정신건강 문제와 직장 내 성공적인 업무 수행이 상충한다고 생각하는 직원이나 리더들이 많다"고 말했다. 미디어도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낙인은 유색 인종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린우드는 "역사적으로 과소 대표된 그룹은 이미 직장에서 많은 장벽에 부딪힌다"며 "이들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인드 셰어 파트너스의 2021 보고서에 따르면, 흑인과 라틴계 및 LGBTQ 근로자에겐 정신 건강 문제가 퇴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또한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 지역 출신들은 직장에서 정신 건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가장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또한 내면화된 낙인과 씨름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다. 그린우드는 "우리는 보통 남성을 소외된 집단으로 보지 않는데, 어떤 면에선 남성이 소외집단"이라고 했다. "남성성에 관한 오래된 규범이 많죠. 그런 규범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많은 남성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남자다운' 것에 대한 자신과 주변의 편견이 남성들을 속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직장 내 판단에 대한 우려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동료가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알면 자신에게 낙인이 찍힐까봐 두렵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인적 자원 컨설팅 기업 '라이프워크'의 2022년 6월 자료에 따르면, 영국인의 91%, 미국인의 92%, 호주인의 90%가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이들은 남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런 믿음이 개인이 직장에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지원과 치료를 구하는 것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했다.
낙인은 사라지고 있나?
그러나 긍정적인 변화의 징후도 있다. 마인드 셰어 파트너스의 2021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이들을 고용하거나 함께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19년의 46%보다 증가한 것이다.
라이프워크의 수석 부사장인 파울라 알렌은 팬데믹을 겪으며 그 누구도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취약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조금 더 공감하게 됐어요. 물론 그것이 완전한 것은 아니죠. 공감만으로 취약성을 둘러싼 낙인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알렌은 지식의 부족도 낙인이 지속하는 데 영향을 주는 원인이라고 했다.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지식 수준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우리는 정신건강에 대한 근거 없는 가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이겨내라고 몰아세우는 것도 낙인이 지속하는 데 기여한다고 했다. "오래된 행동은 변화가 어려워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치열한 노력'을 의미있게 여기죠. 말이 안 되는 겁니다. 바꿔야 해요."
우리가 넘어야 할 장벽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직원에 대한 고용주의 낙인이며, 두 번째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직원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숨기게 만드는 내면화된 낙인이다. 첫 번째 장벽과 관련해선 진전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부끄럽게 여긴다. 과거에는 암에 관해서도 같은 장벽이 존재했지만, 암에 관한 지식 수준과 문화적 태도가 바뀌면서 내면화한 낙인이 줄었다는 게 알렌의 주장이다.
그녀는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나서 지식 격차,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된 두려움, 정신건강이 사람의 업무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 없는 가정을 해결해야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직원들이 처벌받거나 고립되지 않고 안전할 것이라 믿을 수 있게 지속적인 소통과 훈련, 조직 관행 정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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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우드는 고용주들이 나서서 정신건강 문제를 '보통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일을 잘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리더들이 보여준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내 정신건강은 자원을 마련하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훈련도 필요하다. 인재개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기업의 43%(작년 51%에서 감소)만이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직원들을 돕기 위해 팀장이나 관리자 교육을 실시한다.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답한 직원들은 77%였지만, "실제로 상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찾아 지원한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에 그쳤다. 따라서 기업은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발견해 회사가 지원하는 도움을 이용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리자들을 교육해야 한다. 이러한 건설적인 보살핌이 EAP의 사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이와 함께 광범위한 사회 변화에도 발맞추는 게 필요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팬데믹은 정신건강에 관한 대화의 장을 열었다. Z세대가 노동층에 진입한 것도 기본적으로 개방성을 확대했다. 개인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Z세대는 직장 내 대화에서 무엇이 정상적이고 적절한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알렌은 "모든 세대가 다른 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르침을 갖고 있지만, 그중에서 젊은 세대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대화를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낙인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불행하게도 노동자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공개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린우드는 "어떤 직원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정신건강 문제 그 자체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건강 문제를 정상화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조직 안에서 고립되지 않고 수용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하죠."
팬데믹은 정신건강 문제를 포함해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과 관련해서 직장과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다. 짧은 기간 내 전염병이 보여준 변화와 더불어 자신의 상황을 밝히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난다면, 더욱 긍정적인 진화가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