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우리를 죽일 것"...카불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미국이 철군하면서 탈출하지 못한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에게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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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미국이 철군하면서 탈출하지 못한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에게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지난 2주 동안 수많은 아프간 주민이 탈출을 위해 카불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대부분 물, 음식, 화장실도 없이 며칠을 애타게 기다렸다.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IS-K)의 자살폭탄 공격과 잇따른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많은 사람들은 가까스로 죽음을 피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과 함께 지난달 31일 철군 시한 전까지 12만3000명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프간 전 정부 직원, 여성 운동가, 언론인, 종교적 소수자, 성소수자 등 많은 이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아프간에 남았다.

BBC는 아프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3명을 만났다. 현재 탈레반을 피해 숨어 지내는 이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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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후 나지프는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집을 떠났다.

그는 BBC에 "불행히도 나는 한곳에 머물 수 없다"며 "집을 떠나 이동 중이고 매일 위치를 바꾼다. 지금은 친척 집에 숨어 지낸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의 중간관리자로 일한 나지프는 탈레반과 오랫동안 얽혀 왔다. 그는 일부 농촌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대출금 감사팀에 투입되면서 곤경을 겪기 시작했다. 해당 농촌 지역은 탈레반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미국으로 대피한 이들 가족처럼 많은 아프간 난민이 제대로 된 가방조차 없이 아프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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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미국으로 대피한 이들 가족처럼 많은 아프간 난민이 제대로 된 가방조차 없이 아프간을 떠났다

그는 "감사 역할로 거의 2년간 18개 지방을 돌며 주민들을 만났다"며 "탈레반은 외국 자금을 지원받은 이 프로젝트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일하면서 탈레반의 활동을 보고 관련 정보를 언론계 친구들에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나지프가 취재원임을 알아냈고 그의 형을 통해 "경고문을 전달"했다. 나지프는 수 차례의 경고를 무시하고 소셜미디어에서 탈레반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등 무장세력에 대한 비판 의견을 계속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그가 아프간 전 정부에서 맡은 마지막 직책이었고, 이 때문에 그는 탈레반의 주요 표적이 됐다.

나지프는 "나는 사람들의 서비스 기록을 관리하는, 매우 민감한 부서에서 근무했다"며 "탈레반은 나를 체포하면 자신들이 표적으로 삼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들로부터 탈레반이 지난 2주간 최소 3번 그의 집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지프는 "탈레반이 불과 이틀 전 아프간 전 정부를 위해 일한 7명을 살해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탈레반 무장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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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카불 시내를 순찰중인 탈레반 무장 대원들

그는 외국 정부에서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방 정부로부터 공항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운에 맡겨보기로 하고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공항에 갔다.

나지프는 "네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떠나지 못했다"며 "민감한 분야에서 근무했고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도 있었지만 그 어떤 대사관 관계자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항 출입구 근처에도 못 갔다"고 설명했다.

나지프는 카불에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확장되면, 이동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밀수업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아내, 아이와 함께 위험한 이동을 시도하려 준비 중이다.

그는 이것이 힘든 여정임을 알고 있다. 이동 중에 수많은 이주민들이 살해됐고, 여성들에게 특히 위험한 여정이다.

나지프는 탈레반이 주변국들의 국경을 봉쇄했기 때문에 "이 위험한 이동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

그는 "탈레반은 나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카불에 남으면 탈레반은 나를 찾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주도의 아프간 주둔 병력이 모두 철군하며 아프간의 앞날은 더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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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미군 주도의 아프간 주둔 병력이 모두 철군하며 아프간의 운명은 더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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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메드도 "내 삶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기에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언론사에서 일한 후 아프간 정부 부처의 언론 자문관을 역임했다.

그는 직접적인 살해 위협을 받지는 않았지만, 탈레반이 그가 근무했던 사무실에 침입해 그의 이름이 적힌 직원 명단 등 모든 서류를 가져갔다며 불안해했다.

아흐메드는 "탈레반이 지금 특이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그들이 정부를 수립할 때 어떻게 행동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여전히 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적으로 간주하는 자들을 제거"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흐메드는 탈레반이 일반사면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의 아내와 남동생은 그에게 아프간을 떠날 것을 권유했다. 아흐메드는 유효한 영국 비자를 갖고 있었고 지난 26일 카불 공항에 가려고 했지만, 공항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정문 바깥 도로 전체가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는 공항에 가려는 절박한 심정에 긴 줄을 피해 도로 옆에 있는 하수로에 뛰어들었다.

그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물길을 따라 걷고 있을 때 폭발음을 들었다.

아흐메드는 "폭발은 매우 강력했고, 나는 충격으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며 "손과 얼굴에 멍이 들었고 폭탄이 터진 곳은 약 150m 거리였다"고 말했다.

이날 자살 테러 공격으로 미국과 서방 주요국가의 대피 수송 작전은 중단됐고,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 명이 사망했다.

아흐메드가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은 버려진 가방과 신발 위로 시체가 나뒹구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남동생이 그를 데리러 왔고 그는 몇 시간 후 집에 도착했다. 아흐메드는 아프간 전 정부에서 언론 담당관으로 일한 12명이 항공기를 타고 외국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아흐메드는 최대한 빨리 떠나길 원한다. 그는 민간 항공기가 언제 카불 공항에서 운항을 재개할지 알 수 없기에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에서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끔찍하다"라며 "탈레반은 지나가는 차들을 세우고 모든 사람을 점검하며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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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파르바나는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급히 카불 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남편이 외국군에서 일했기 때문에 나도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르바나는 현재 아프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파르바나는 아프간에 주둔 영국 군대에서 통역사로 일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몇년 전 영국으로 이주했고,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후에야 아내가 영국으로 올 수 있는 허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파르바나는 비자를 받지 못했고 이제 목숨이 위태롭다는 공포를 느낀다.

캐나다에서 열린 아프간 대피 수송을 촉구하는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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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캐나다에서 열린 아프간 대피 수송을 촉구하는 집회

그는 "카불의 외국 대사관들은 폐쇄됐다. 영국 정부는 어떤 재정착 계획을 갖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제3국으로부터의 재정착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너무 나쁘고, 절망적이다. 나는 영국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달 14일부터 1만5000명 이상을 대피시켰다. 하지만 파르바나는 영국으로 떠난 대피 행렬에 끼지 못했다.

그는 "6일 밤낮을 기다렸지만 결국 대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나는 먼지 구덩이 위에 앉아 있었다. 그곳은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 공항 안에 들어가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계속 공항으로 몰려오면서 파르바나의 음식과 물도 동이 났다.

그는 "화장실이 없어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려 했다"며 "낮에는 너무 더웠고 나는 완전히 지쳐버렸다"고 말했다.

파르바나는 화장실에 가기위해 공항을 벗어나 친척 집에 들렸다.

그는 "친척 집에서 돌아왔을 때 군중은 더욱 늘어났고 나는 이전보다 더 멀리 공항에서 떨어져 있었다"며 "공항 출입구에서 매우 먼 위치였다"고 말했다.

파르바나는 대피 수송이 재개될 경우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다.

현재 거리 곳곳에 있는 탈레반의 존재 때문에 파르바나의 이동 반경은 줄어들었다.

그는 "거리가 거의 텅 비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 집에 머물고 있다"며 "기관총과 유탄발사기(RPG)를 든 탈레반 병사들이 거리를 순찰하며 아프간을 떠나려는 사람들을 심문한다"고 설명했다.

파르바나는 매우 보수적인 가정 출신으로 얼굴을 가리고 부르카를 입는 것에 익숙하다. 그는 현재 직업이 없고 소셜미디어를 주시하며 정보를 찾고 있다.

파르바나는 "탈레반은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나는 그들이 카불에서 몇 명의 군 장교들을 죽이는 동영상을 봤다. 난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 미국인들이 떠난 후 탈레반은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르바나는 마지막 대피 수송기가 떠나버리자 희망이 사라졌고, 부디 서방 국가들이 탈레반에 압력을 가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이동 경로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우리를 잊지 않고 당장 우리를 돕기 위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그들이 계속 시간을 낭비하면 나 같은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