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일자리를 잃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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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SOPA Images

4월 셋째 주, 미국의 실업 수당 청구 건수가 3백만 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 65만5000건, 1982년 69만5000건보다 4배 이상 많다. 4월 둘째 주 28만여 건에 그쳤던 수치가 일주일 만에 3만 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미국 실업 수당 자격이 없는 노동자와 자영업자, 프리랜서 근로자가 빠진 수치이다.

코로나19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전 세계는 비슷한 경제 상황을 겪고 있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 상담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블러스타인은 "전 세계가 '실업'이라는 전염병에 감염될 것"이라고 말한다. [불확실한 시대에서 노동의 중요성]이라는 책을 발간한 블러스타인 교수는 지금 상황이 "위기 중 위기"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더이상 일할 곳이 없음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해고 수당을 받거나 무기한 무급 휴가에 들어갔든, 완전히 해고됐든 모두 다 마찬가지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심리적 변화까지 떠안게 된다. 당신이 직업을 잃었다면 어떻게 이 심리적 변화들을 다뤄야 할까?

'힘들다'

39살의 제임스 벨은 실업 수당을 신청한 많은 미국인 중 한 명이다. 바에서 일했던 벨은 코로나19 사태로 실직했다. 벨의 주된 수입은 현금으로 받는 팁과 주마다 받는 급여였다. 벨은 이 돈으로 그의 아내와 두 살, 세 살, 7살 된 자녀들을 부양해왔다. 그는 이미 장사가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고를 당했을 땐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벨은 그가 받을 수 있는 실업 수당 외에도 바텐더와 식당 종업원들을 지원해 주는 자선 단체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원자가 몰려 선정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두렵게 한다.

생계수단을 갑자기 상실해 버린 충격은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더 이상 없다는 안도감과 함께 누그러졌다. 벨은 "사실 지난주 전만 해도 가게의 손잡이를 소독하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을 '감정적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에 빗대어 말했다. 실직에 대한 스트레스와 두려움, 그리고 바이러스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감정을 어지럽게 흔든다.

벨은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면서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시간들이 지속된다면 재정적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상실의 과정

어떤 직업이든 일단 실직을 하게 되면 감정적으로 무너진다. 하지만 여기에 높은 불확실성이라는 현재 상황이 더해지면 스트레스 요인은 가중된다. 뉴욕의 심리학자 아담 벤슨은 "스트레스를 다루는 문제는 이런 특별한 상황에서 더 어렵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애쓰지만, 지금 우리는 상황을 혼자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심리학자들은 실직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만큼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 감정은 충격, 부인, 분노, 수용과 희망에 이르는 슬픔의 모든 단계를 포함한다.

벤슨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실제로 상실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도움이 된다"면서 "이렇게 하면 그들이 스스로를 동정할 수 있고 떠오르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또 벤슨은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직면한 상실의 깊이를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어. 난 이런 감정을 느껴서는 안 돼. 그런데 왜 난 이런 식으로 느끼는 거야?"

그러나 누구든 자신이 상실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할 때,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3월 셋째 주 미국의 실업 수당 청구가 1982년의 65만 5천 건을 훨씬 넘어선 3백만 건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Polly Thomas

사진 설명, 3월 셋째 주 미국의 실업 수당 청구가 1982년의 65만 5천 건을 훨씬 넘어선 3백만 건을 기록했다

일자리 상실에 따른 심리 변화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100명의 실직자를 대상으로 12주간의 감정 변화와 1년이 지난 후의 감정 변화를 조사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의 사회학 및 노동 고용 관계학 부교수 사라 다마스크는 "실직한 사람들은 가장 먼저 '분노'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연구는 코로나19 위기가 닥치기 전에 실직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예외적인 환경(코로나19 상황)에서 실직한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와, 그전에 실직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까? 다마스크는 "확실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연구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다마스크는 "처음 일자리를 잃게 되면 매우 화가 나게 되고 그들의 고용주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다마스크는 "이 분노가 자신이 다른 사람에 의해 교체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고용주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일을 시킬 수 있는 인력을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는 자신을 진정한 팀원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팀에서 떠나게 했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또 예외적인 환경에서는 언뜻 보기에 정신적 희생양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조직 심리학과 캐리 쿠퍼 교수는 "고용 환경 불확실성은 팬데믹 이전에도 똑같았다"고 지적한다.

또 쿠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개개인이 심리적으로 '그들 자신'이 아닌 '팬데믹'을 비난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상황이 길어질수록 조직은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고, 기술이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한다.

균형 유지하기

연구에 의하면, 재정적 어려움이나 주거 문제, 또는 불황에 따른 구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정신 건강 문제에 훨씬 더 취약하다. 그렇다면 예측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사람들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벤슨은 "어떤 종류의 상실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통제 가능한 영역에 더 많이 집중해야 한다. '가계 지출 줄이기'와 같은 즉각적 문제들을 식별하고 주기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게 도움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지금의 상황은 어려울 수 있고 변화가 따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위기는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 격변을 겪었던 2008년의 나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출처, NurPhoto

사진 설명, 지금의 위기는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 격변을 겪었던 2008년의 나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현재의 실업 상황이 갖는 차이점은 일시적이고 상황이 통제되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제임스 벨처럼 침착한 생각이다. 벨은 "상황이 종료되고 나면 사람들은 다시 레스토랑, 바로 가고 싶어 할 것이고 많은 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게다가 이런 집단적 경험은 '모두가 함께'라는 생각을 형성한다. 벤슨은 "맨해튼 인근의 레스토랑 운영자들이 세심하고 관대해지고 있다"면서, "그들이 근로자들을 배려해 임금을 미리 주거나 후원을 위한 캠페인을 벌인다"고 언급한다. 물론 이런 작은 지원들이 사회 및 경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통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도록 돕는다.

벤슨은 "이런 지원들은 실직한 사람들이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에 빠질 때, 자기 자신의 잘못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도록 해주고, 그들이 부정적 감정을 거부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한다.

긴 여정

도나 베르타치니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했다. 하지만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그녀의 회사는 불황으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미국 코네티컷에 위치한 독립 영화 및 텔레비전 회사 몰스워스(Molesworth Enterprises)는 그가 남편과 함께 35년간 꾸려왔다. 사람들이 재정을 긴축하면서 모든 계약 건들은 줄줄이 흐지부지됐다. 이 계약들을 다시 살려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베르타치니는 "지난해 12월,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보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든 것을 뒤바꿔 놓고 말았다.

비록 프로젝트들은 한동안 보류됐지만, 베르타치니는 다시 제시간에 모든 것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한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외롭진 않다"고 말한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불안을 막기 위한 그녀의 전략 중 하나는 어떤 자원들이 있는지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녀는 의회 지도자들과 백악관이 제정하는 2조 달러 규모의 긴급 구호 법안에 용기를 얻었다. 그녀의 또 다른 전략은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감사함을 잃지 않는 능력을 계속 계발해 나가는 것이다.

"삶은 갑자기 바뀌기도 해요. 물론 오랜 기간이 걸릴 수도 있죠. 하지만, 당신이 균형 감각을 잃지 않기를 희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