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왜 남성 피임약은 없을까?

사진 출처, Getty Images
지난 3월, 남성용 피임약이 초기 임상시험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남성에게 유일한 피임 방법이었던 콘돔이나 정관수술을 대신할 수 있는 옵션이 개발된 것이다.
지금으로썬 약국에는 아직 남성용 피임약을 찾아볼 수 없다.
내분비학회의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한 의사들은 이 피임약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여전히 10년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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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알씩 먹는 이 남성피임약은 정자의 생성을 중단시키는 호르몬이 들어있다.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열린 2019년 내분비학회 콘퍼런스에서 연구자들은 4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벌인 제1상 임상시험이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성생활을 하는 영국 남성의 1/3이 남성 피임약을 복용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복용 의지를 밝힌 10명 중 8명은 남성이 여성과 피임의 책임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생활을 하고 있는 18세에서 44세 사이 미국 남성들 역시 77%가 남성용 피임약을 시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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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약국에는 아직 남성용 피임약이 없을까?
일각에서는 남성용 피임약을 시장에 출시하는 데 상업적인 의지가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용 피임약의 경우 부작용 위험이 있더라도 자신의 임신이라는 큰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구매율이 높은데, 남성용 피임약은 본인이 직접 신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결과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구매율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임약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몸무게 증가, 감정 기복, 성욕 감퇴, 발기부전 등이 남성성의 후퇴로 여겨지는 문화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남성용 피임약에 대한 영국 내 임상시험을 이끌고 있는 에든버러대학교의 라처드 앤더슨 교수는 남자와 여성 파트너 모두 새로운 옵션을 반길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있음에도 지금까지 제약 업계가 남성용 피임도구의 개발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업계가 여태껏 이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확신을 못 가졌던 것 같아요."
여성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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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피임약은 20세기 여성인권의 혁명이었다.
1960년대 대규모 배포되기 시작한 여성 피임약은 여성이 스스로 임신과 출산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남성의 콘돔 사용 등 피임에 의존해야 했던 여성은 피임약 출시 이후에서야 사회와 산업에 더욱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발전하면서 피임을 두고 신체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감정적,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책임도 대두하기 시작했다.
피임약의 비용, 부작용 등을 감당해야 하는 주체가 꼭 여성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드러난 것이다.
알바니 의학 대학의 리사 캄포 잉겔스테인 교수는 남성 피임약이 더 나은 남녀평등을 위해 꼭 필요하며 남성과 여성 사이 사회경제적 벽을 무너뜨리는 데 중요한 첫 단추를 끼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피임약이 개발되기까지 50년을 기다렸습니다. 상용화에 또 다른 50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