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이제 쉬워질까? 한국과 쿠바 문화 교류 어디까지 왔나

쿠바 한국문화센터에서 얘기를 나누는 쿠바 소녀들

사진 출처, AFP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2022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문을 연 한국문화센터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맺었다는 뉴스가 나온 후 한국어를 배우는 현지 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엄청 많이 올렸어요. 한국 유학 등 여러가지 꿈을 얘기하며 좋아했죠." (쿠바 현지 한국어 강사 장희주 씨)

한국과 쿠바가 65년 만에 수교를 맺었다는 소식에 대중문화와 여행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양국 간 문화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14일 밤 쿠바와의 대사급 외교 관계 수립 소식을 발표하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와 쿠바 내 한국 국민에 대한 영사 조력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쿠바가 “문화, 인적교류, 개발협력 등 비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 협력을 확대해 왔다”며 “특히 최근 활발한 문화교류를 통한 양 국민 간 우호인식 확산이 수교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65년 만의 수교에 경제적이나 정치적 요인 외에도 문화, 즉 ‘소프트 파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쿠바는 오랜 시간 한국보다는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먼 나라로 인식돼 왔지만, 서로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커져왔다.

쿠바를 여행하는 사람들

쿠바 거리를 여행 중인 조병관 씨

사진 출처, 조병관

사진 설명, 2014년과 2018년 쿠바에 방문한 조병관 씨는 "쿠바는 고유의 문화가 풍부한 곳"이라고 말했다

책꽂이 한 켠에 자리하던 헤밍웨이와 체 게바라,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그리고 시가.

쿠바를 여행 버킷리스트에 포함시킨 이들에게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한 ‘혁명과 낭만’의 나라이자, 조금은 조심스럽고 또 궁금한 곳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국인 쿠바 방문객은 연간 1만4000여 명으로, 5년 전에 비해 세 배 정도 증가했다.

여행 커뮤니티 미디어 ‘여행에미치다’를 공동 운영하는 조병관(34) 씨는 코로나 직전까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쿠바 여행 콘텐츠가 크게 늘었다고 얘기했다.

조 씨는 2014년과 2018년에 쿠바에 방문했다. 그는 쿠바를 처음 여행할 때만 해도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라서 위험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어서 긴장했지만 막상 가보니 굉장히 안전한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쿠바에 가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아요. 60~70년대 TV에서 봤던 영화 속 한 장면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것 같죠. 사람들은 올드카를 개조해서 타고 다니고 시가를 피우고, 눈앞에는 아름다운 카리브해가 펼쳐져 있죠. 모히또와 다이키리의 시작이자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쿠바 살사와 같은 고유의 문화가 풍부한 곳이에요.”

쿠바 올드카 뒷자석에 탄 김지윤씨

사진 출처, 김지윤

사진 설명, 쿠바에서는 1961년 미국과의 수교 단절 이후 새 차나 부품을 공급하기 어려워지면서 오래된 차를 수리해 쓰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김지윤(31) 씨는 2016년에 쿠바를 여행했다.

김 씨는 “수도에 있는 북한대사관을 지나면서, 또 북한에서 유학했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쿠바가 한국보다는 북한과 가까운 나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북한과 쿠바가 매우 다르다고 느꼈다고 했다.

“인력거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국가의 병원과 주거 시스템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독재나 배급 시스템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하더라고요. 프로파간다 벽화 한 구석에는 욕설이 적혀있기도 했고요. 이전에는 쿠바와 북한을 연결지어서 생각했었는데, 막상 오니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에 이어 미국 정부가 2021년 1월 12일부터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후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정부의 조치로 쿠바 방문 이력이 있다면 비자 없이 전자여행허가(ESTA)만으로 미국 방문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방문 계획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다만 이번 수교를 계기로 쿠바에 한국 공관이 생기면 현지 교민과 관광객이 행정상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과 쿠바를 연결하는 직항 항공편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단은 양국 간 관광· 비즈니스 등 다양한 목적의 방문 수요 증가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쿠바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는 장희주 씨

사진 출처, 장희주

사진 설명, 장희주 씨는 쿠바 문화부 산하 기관과 한글학교에서 매주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다

쿠바에서 조용히 퍼지는 한류

쿠바에도 중남미 다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2010년대부터 한류가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2017년부터 쿠바 영주권을 취득해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어 교사 겸 쿠바국립미술관 전시 해설가 장희주 씨는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맺었다는 뉴스가 나온 후 한국어를 배우는 현지 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엄청 많이 올렸다”며 “한국 유학 등 여러가지 꿈을 얘기하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특히 2013년 쿠바 방송사에서 이례적으로 ‘내조의 여왕’ 등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면서 K-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정식 방영되지 않은 작품이라도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해 유행했다.

쿠바에서 K팝을 비롯한 댄스 커버 그룹을 이끌고 있는 대학생 클라우디아 솔투라(21)도 이때 현지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문화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2012년에) 싸이의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쿠바에 한국 문화가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당시 쿠바 내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TV로 방영하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한국 드라마 또는 뮤직비디오 복사본을 사서 지인들과 돌려보곤 했습니다. 이후 인터넷 환경이 개선되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기 시작했고, 한국 문화에 점점 더 친숙해졌어요.

조 씨도 “2014년 쿠바에 갔을 때 중년 여성들로부터 배우 이민호 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2018년 재방문했을 때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고 느꼈는데, 여러 상점에서 한국 드라마를 CD에 담아 팔고 있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K드라마와 더불어 K팝이나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인기도 높아졌다. 쿠바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류 동호회로 손꼽히는 ‘ArtCor’ 등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K팝 댄스 모임 등이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바가 북한과 오랜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쿠바 내 한류 확산은 다소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장 씨는 “지난해 말 일주일 동안 한국문화주간이 열려서 한국요리나 음악 등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됐다”면서 “하지만 쿠바 정부도 북한 눈치를 봐야 해서 대놓고 (행사) 광고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인 후손들을 제외한 쿠바 사람들의 참여도가 아주 높진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대사관이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한국문화원 등이 한류 행사의 중심이 되고 있지만, 쿠바는 비수교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쿠바 현지 한국대사관 등이 '한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이나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현지에 공관 등 정부 시설이 설립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클라우디아는 "언제나 한국 방문을 꿈꾸지만, 쿠바에서 한국행 항공권을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번 수교를 계기로 한국에 방문하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