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데빈 할발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동영상 설명, 미국 뉴욕 출신의 26세 데빈 할발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다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데빈 할발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김치 쿠다사이!”

지난 5월 3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는 10대 학생들부터 2, 30대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 약 33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데빈 할발’을 보기 위해서다.

데빈 할발은 미국 뉴욕 출신의 26세 트랜스젠더다. ‘나비’, ‘미스 쿠다사이’, ‘할 배디’ 등 여러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여행 블로거이자 프리랜서 작가다.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2019년에 뉴욕에서 폭행을 당한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트랜스젠더의 삶과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죠.”

뉴욕에서 트랜스젠더로서의 삶을 공유하고자 글을 쓰던 데빈은 어느 날 여행 차 일본의 작은 도시 구라시키시를 찾았다.

그곳에서 “주세요”를 의미하는 일본어 “쿠다사이”가 귀에 맴돌았던 그는 이 단어에 멜로디를 입혀 일본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쿠다사이”를 외치는 자신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데빈의 영상은 틱톡에서 약 14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일본을 넘어 한국, 홍콩, 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인기를 끌게 됐다.

한국에 와달라는 국내 팬들의 외침에 데빈은 일본에서 뉴욕으로 되돌아가는 대신 가까운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제가 가는 곳마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서 처음엔 너무 놀랐고, 믿을 수 없었어요. 이제는 팬들과 제 긍정적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는 재밌는 경험 같아요. 모두가 행복해하니까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그냥 나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 사람은 뭐지?’하는 호기심이 인기로 이어진 것 같아요.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자로서의 사회적 기준에 맞추지 않고 ‘나답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제 영상이 사람들에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아닐까 싶어요.”

그는 성소수자들을 향한 폭력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트랜스젠더를 겨냥한 폭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립스틱을 발랐다는 이유로,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기도 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찢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점점 변화하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성소수자 인권의 달(Pride Month)인 6월을 맞아 BBC코리아가 화제의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데빈 할발을 만났다.

기획·취재: 이래현

영상: 최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