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가 말하는 '이별 통보 후 교제폭력과 스토킹'

동영상 설명, 이별 통보 후 스토킹과 교제폭력에 죽는 여성들
생존자가 말하는 '이별 통보 후 교제폭력과 스토킹'

"제가 죽어야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인생이 5년 시한부 삶처럼 느껴집니다."

인천 스토킹 피해자 김민지(가명)씨는 가해자가 선고받은 '형량 5년'을 시한부 기간처럼 여긴다. 가해자가 출소 후 다시 자신을 해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집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된 여성은 최소 181명. 이틀에 한 명꼴로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2025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의 절반가량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부산 연제구에서 전 연인에 의해 살해된 20대 정가영(가명)씨의 동생 유리(가명)씨도 묻는다. 언니의 죽음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폭력이나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어도 연인 간의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시선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부산경찰청은 "피해자가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말해 다소 관리를 미흡하게 한 점이 있다"며 "피해자들은 보복의 두려움 등으로 진술을 꺼려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방식 등을 적극 검토해보겠다"라고 밝혔다.

스토킹 가해자로부터 생명·신체에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자는 경찰에 신변안전조치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때 제공되는 스마트워치 역시 피습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법무부는 가해자가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하면 피해자가 스마트폰 지도에서 '실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2026년 6월 시행할 예정이라고 BBC에 밝혔다.

지난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된 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개정안이 발의되고 일부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기도 했지만, 피해자 보호 확대를 위한 법안 마련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대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 관련 개정안 34건이 발의됐지만 상당수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교제폭력 관련 법안은 꾸준히 발의됐으나 10년째 법제화에 이르지 못했다.

사건 이후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교제살인 피해자 유가족 유리 씨와 스토킹 피해자 민지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영상: 최유진

취재: 리차드 김, 최유진, 이선욱

※가정폭력·스토킹·교제폭력 피해 신고는 경찰청(112), 상담은 여성긴급전화(1366, 지역번호 + 1366), 카카오톡(women1366) 등을 통해 365일 24시간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