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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정말 좋아하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요'…티켓 가격 5배 인상 소식에 대한 축구 팬들의 반응은?
- 기자, 올가 소추크, 안토니오 쿠베로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의 평생 팬이자 회계사인 귀도 페랄타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2026년 월드컵을 위한 저축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돈이 필요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페랄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 월드컵 당시 구매한 티켓들 가격은 1470달러(약 210만원)이었는데, 이번 2026년 월드컵 푯값에만 벌써 6960달러(약 1027만원)를 썼다"고 호소했다. 그는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 티켓을 구매한 상태다.
직전 월드컵 우승국인 아르헨티나가 만약 결승에 오르지 못할 경우 일부 표는 환불받을 수 있지만, 만약 끝까지 진출한다면 페랄타는 이번 대회에서 티켓 구매로만 카타르 월드컵 당시 모든 경비를 합친 것과 같은 금액을 쓰게 된다.
그는 "축구도 비즈니스라는 건 이해하지만, 이번엔 도가 지나치다"면서 "이건 월드 '비즈니스' 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페랄타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그와 같은 열성 축구팬들을 위해 각 국가의 축구협회들이 일반 예매에 앞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팬들은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숙박 및 교통비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듯 비싼 푯값으로 인해 팬들이 경기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단연코 역대 가장 비싼 월드컵
2026년 월드컵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공동 개최한다. 북중미 대륙 전역의 경기장 16곳에서 경기가 치러지며, 대부분은 미국에서 열린다.
지난해 12월 초, 전 세계 팬들이 간절히 기다리던 티켓 추첨 결과가 발표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소득 수준의 팬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표는 여러 등급으로 구분됐다.
하지만 팬들은 특히 직전 대회와 비교해봐도, 가장 낮은 등급의 티켓조차도 가격이 매우 비싸 놀랍다는 반응이다.
모든 티켓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배분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등급은 가장 비싼 1등급부터 가장 저렴한 4등급까지다.
각 등급 별 정확한 수량은 알려진 바 없으나, FIFA가 제공한 경기장 좌석 배치도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대부분의 티켓이 1, 2등급이다.
보통 현지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제공되던 4등급 티켓에 대해, FIFA는 모든 팬들이 월드컵 대회에 접근할 수 있는 "입문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축구 팬들의 모임인 '유럽축구팬연합(FSE)'은 4등급 티켓의 경우 "존재 자체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티켓 추첨이 마감된 상황이기에 현재 공식 FIFA 예매 플랫폼을 통해 해당 등급의 티켓 신청도 불가능하다. 또한 이 티켓들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1차 판매에서 이미 매진됐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구매 가능한 경기 티켓 중 가장 저렴한 등급은 3등급이다. 조별리그 경기의 3등급 티켓은 인기에 따라 140달러~1120달러(약 20만원~165만원) 사이이며, 결승전의 경우 무려 4185달러(약 617만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결승전의 4등급 티켓은 이후 재판매하는 팬으로부터 구입할 수 있다. 현재 FIFA 공식 웹사이트상 재판매 티켓 가격은 8749달러~4만6000달러(약 1291만원~약 6790만원)까지 다양하다.
FSE는 "터무니없이 높은 푯값"에 경악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페랄타와 같은 축구 팬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비해 거의 5배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그러나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2월 말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 스포츠 서밋'에서 이번 푯값 결정을 옹호하고 나섰다.
"FIFA가 없다면 전 세계 150개국에 아예 축구가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월드컵과 함께, 그리고 월드컵을 통해 수익을 얻고 이를 전 세계에 재투자하며, 이 수익 덕에 축구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티켓 판매 마감 후 FIFA는 보도자료를 통해 무려 5억 건이 넘는 티켓 신청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 대회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알기에, 경기장에 모든 팬을 들일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비판에 대한 FIFA의 60달러짜리 대응
지나치게 비싼 푯값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FIFA는 60달러짜리 '서포터 입장권'을 추가로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각국 대표팀의 공식 서포터 단체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티켓이다.
FIFA는 이 티켓을 통해 충성스러운 팬들은 심지어 결승전 경기마저도 4185달러가 아닌 60달러에 관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IFA는 올해 전체 좌석의 8%를 대회 '참가국 회원 협회(PMA, 참가국 축구협회)' 팬들에게 배정했으며, 이 중 10%를 60달러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에 FSE는 "전 세계에서 부정적인 반발이 이어지자 내놓은 달래기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FIFA의 티켓 정책이 확정적이지 않으며, 충분한 협의 없이 급하게 결정된 결과임을 보여준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FIFA는 각 등급 별 정확한 티켓 수를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식 웹사이트의 좌석 배치도가 단서가 될 수 있다.
BBC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AT&T 경기장을 살펴봤다. 이곳은 요르단, 오스트리아에 맞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조별 경기를 치를 곳으로, 페랄타는 이중 한 경기를 관람할 계획이다.
FIFA 웹사이트 상 이곳 경기장의 수용 가능 인원은 7만122명이지만, 경기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이는 달라질 수 있다. 녹색으로 표시된 4등급 좌석은 401, 424, 431, 454 구역이다.
FIFA 웹사이트에서는 등급별 정확한 좌석 수를 확인할 수 없으며, 해당 경기장 측도 BBC에 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AT&T 경기장의 공식 제휴사인 매표 웹사이트 '시트지크'를 통해 BBC는 4등급 티켓 구역의 대략적인 좌석 수를 추정할 수 있었다. 우리가 확인한 좌석 수는 558석이다.
401, 424, 431, 454 구역에서도 그중 절반 이하만 4등급으로 지정돼 있기에 이 수치를 반으로 나누면 279석이다. 이는 경기장 전체 좌석 중 가장 저렴한 4등급은 고작 0.39%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아래 좌석 배치도에서 알 수 있듯 파란색으로 표시된 자리는 2번째로 저렴한 3등급이다. 각각 빨간색, 금색으로 표시된 2등급, 1등과 비교해보면 저렴한 티켓들이 전체 좌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경기 티켓 외 비용
한편 티켓 외 다른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페랄타는 카타르 월드컵 당시 예산을 총 5000달러로 잡은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에는 경기 티켓, 항공권, 숙소, 일일 경비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심지어 돈이 조금 남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북중미 대회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대회 6개월 전인 지금까지도 그는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부킹닷컴'에 따르면 2026년 6월 22일 기준 댈러스의 최저가 호텔은 1박에 190달러(약 28만원)에 달한다.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댈러스까지 아메리칸 항공 직항 최저가 항공권은 1260달러(약 186만원)이다.
실제 경기일이 다가올수록 티켓 가격처럼 수요에 따라 이러한 부대 비용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멀리 이동할 필요 없는 현지 팬들조차도 지나치게 높은 티켓 가격 때문에 관람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은 미식축구팀인 '뉴욕 자이언츠'와 '뉴욕 제츠'의 홈구장인 뉴저지 소재 '메트라이프 경기장'에서 열린다.
인근에 사는 뉴욕 시민 샬럿 바월(23)은 티켓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바월은 BBC에 "나는 월드컵을 사랑하지만, 정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다.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진심으로 소외감을 느낍니다. 우리 도시에서 엄청난 행사가 벌어질 예정이지만, 우리 주민들은 그 어디에도 참여할 수 없을 듯합니다."
전 세계 다른 지역의 팬들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한다.
가나 출신 스포츠 전문 언론인 무프타우 압둘라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나에 사는 팬이 토론토, 보스턴, 필라델피아에서 치르는 경기를 제대로 관람하려면 약 1만5000달러(약 2213만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박비, 식비, 현지 교통비 등을 합치면 1만~1만5000달러 정도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경제 수준은 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축구를 사랑하지만, 우선 기본적인 삶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