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살인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호주의 작은 마을들
- 기자, 케이티 왓슨
- 기자, 호주 모웰
빅토리아주 깁스랜드 지역의 겨울은 춥기로 유명하다. 밤마다 서리가 내리고, 낮에도 흐린 날이 많다.
낮은 구릉지에 둘러싸인 호주 작은 마을 코럼버라는 날씨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침울하다.
코럼버라는 에린 패터슨의 피해자들이 살던 동네다. 에린의 시부모 돈 패턴스과 게일 패터슨은 1984년부터 코럼버라에 살았다. 5000명 규모의 작은 마을에서 네 자녀를 키웠다. 게일의 자매 헤더 윌킨슨도 인근에 살았다. 매부인 이언 윌킨슨은 근처 침례교회 목사였다.
2023년 7월 29일 이들 네 사람은 에린의 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이날 식사로 세 명이 숨졌다. 이언 윌킨슨만이 간 이식 수술과 몇 주간의 약물 혼수상태를 거쳐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난 7일 배심원단은 에린이 독버섯을 실수로 넣었다는 주장을 기각했고, 살인 3건과 살인미수 1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에린의 10주에 걸친 재판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코럼버라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지난 2년간의 고통을 뒤로하고 이제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코럼버라가 속한 지역의 시의회 의원이자 소를 키우는 네이선 허시는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특히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사건일 때는 더 어렵다"고 BBC에 전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일단락을 지을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사진 출처, Reuters
코럼버라 주민 대다수는 말을 아꼈다. 허시는 이 사건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해 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허시는 "코럼버라 사람들은 이웃을 쉽게 받아들이고 마을의 일원처럼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숨진 세 사람은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분명 큰 역할을 했다.
이 마을의 특정 연령대 주민 대부분은 전직 교사였던 돈 패터슨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돈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주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돈은 훌륭한 교사였고, 굉장히 사교적이었습니다."
허시는 게일과 헤더가 베풀었던 친절과 관대함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코럼버라 침례교회 게시판에는 숨진 세 사람을 기리는 글이 붙어 있다. 그들은 "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향한 축복을 좋아했던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었다며, "헤더·돈·게일과 친구로 지낸 시간의 길고 짧음과 관계없이, 우리는 셋 모두를 매우 그리워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 비극은 코럼버라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빅토리아 농촌 지역은 작고 외딴 마을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어, 언뜻 고립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을을 연결하는 강한 유대감이 있다. 이번 사건은 그 유대를 흔들어 놓았다.
이웃 마을 아우트림의 닐슨 스트리트 주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닐슨 스트리트는 평범한 자갈길 주변으로 집 몇 채가 세워진 동네다. 그런데 검찰은 이 거리에 위치한 몇몇 집의 정원이 범행에 사용된 독버섯의 출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 참여형 과학 웹사이트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에는 알광대버섯 목격 사진이 올라왔는데, 닐슨 스트리트가 목격 장소 두 곳 중 하나였다. 검찰은 휴대전화 위치 기록을 근거로, 에린 패터슨이 독버섯을 채집하기 위해 두 곳에 모두 들렀다고 주장했다.
닐슨 스트리트의 작은 농장에서 일하는 이언 톰스는 "이 사건으로 인해 다들 주변의 누군가가 영향을 받았다"라고 BBC에 말했다.
이언 톰스는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나열했다. 그의 아들은 경찰 수사관이다. 그의 아내는 유일한 생존자인 이언 윌킨슨의 딸과 함께 일한다. 그의 이웃은 검찰 측 증인으로 소환된 버섯 전문가 '펑키 톰'과 친한 친구인데, 평키 톰은 우연히도 이 지역의 버섯 목격 사진을 처음 올린 사람이다.
길을 따라 15분 거리의 레온가사 마을에는 에린 패터슨이 거주하던 집이 있다. 에린 패터슨의 집은 이곳 비포장 골목길에 자리한 다른 넓은 부지들 사이에 세워졌다.
에린 패터슨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이곳에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평생 살 생각으로 지은 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18개월째 비어 있는 상태다. 대문에는 침입 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때때로 이웃의 양 떼가 풀을 뜯으러 들어온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이번 주에는 기르던 가축이 사라졌고, 차고와 출입구 주변에 검은 천막이 설치됐다.
호기심을 가진 이웃도 있지만, 피로감도 크다. 매일 구경꾼들이 차를 몰고 골목길로 와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사건 현장 앞을 지나간다. 한 이웃은 심지어 관광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큰 길에서 만난 엠마 버클랜드는 "작은 마을에 살면 사람들 이름을 다 알게 된다"며 "그래서 이 사건을 쭉 지켜보게 된다"고 말했다.
버클랜드의 어머니 가브리엘 스테파니는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기에 믿기 힘들다"며 "너무 이상하다"고 말했다.
대화 주제는 버섯 채집으로 옮겨갔다.
버클랜드는 "우린 농장에서 자랐다. 앞마당에도 항상 버섯이 있었는데, 먹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건 구분할 수 있다"며 "그런 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간 이 사건으로 가장 영향이 컸던 마을은 모웰이다. 라트로브시의 행정 중심지이자 이번 재판이 열린 곳이다.
지역 언론인 리암 더킨은 "한적하던 모웰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킨은 라트로브 밸리 법원의 벽 앞에 앉아 인터뷰에 응했다.
더킨은 근처에 사무실을 둔 주간지 '라트로브 밸리 익스프레스'의 편집자다.
"몇 주 동안이나 버섯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 일도 있네요. 이런 사건은 모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겠습니다."
모웰은 호주 기준으로 외딴 지역까지는 아니지만, 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다. 빅토리아주의 주도 멜버른과는 멀리 떨어져 있으며, 종종 잊혀진 도시처럼 느껴진다.
2023년 7월 에린 패터슨이 운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 몇 달 전, 모웰의 제지 공장이 문을 닫았다. 호주에서 마지막으로 백지를 생산하던 공장이었고, 지역 고용의 주요 원천이었다. 그 전에는 인근 발전소가 폐쇄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년층은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일자리를 찾아 퀸즐랜드 등 다른 주로 이주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갑자기 주목을 받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고 말한다.

로라 헬러는 경찰서와 법원 맞은편의 제이디스 커피숍에서 일한다. 평소에는 하루 약 150잔의 커피를 내리는데 요즘은 그보다 두 배쯤 된다고 말했다.
헬러는 "이번 재판을 두고 주민들 반응이 엇갈린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매출이 증가한 것은 좋지만, 오래 전부터 지역 내에 자리잡은 경찰과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것이다.
헬러는 "모웰도 범죄가 제법 일어나는 동네지만, 이런 범죄는 처음"이라며, 여긴 주로 마약·청소년 범죄 같은 게 많았다고 말했다.
"주민 절반은 경찰과 판사를 별로 안 믿어요."
코럼버라에서 흔들린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였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밈으로 만들어진 이 범죄가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허시는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이 영원히 바뀐 일인데, 많은 사람들에겐 그저 '유행'처럼 소비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지난 2년간 마을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가장 밝은 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지탱하며 어려움을 이겨낸 강한 마을로 기억되고 싶어요...살인 사건이 일어난 마을이 아니라요."
추가 취재: 티파니 턴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