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가 섬 주민들의 물을 빼앗고 있다?

인도네시아 바탐섬
사진 설명, 바탐섬이 디지털 중심지로 거듭나고자 힘을 쏟는 가운데 섬의 수자원 공급에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 기자, 무함마드 이슬라후딘
    • Reporting from, 바탐 섬
    • 기자, 켈리 응
    • Reporting from, 싱가포르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물! 물을 돌려달라!" 주민들은 빈 플라스틱 통을 들고 여러 데이터 센터가 자리한 단지를 향해 몰려들며 외쳤다.

약 300명에 달하는 시위대는 모두 인도네시아 바탐섬 주민들이다. 집에서는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반면, 새로 들어선 '농사 디지털 파크(Nongsa Digital Park)'의 데이터 센터에는 장비 과열을 막는 데 필요한 물이 충분히 공급되는 듯한 현실에 분노하는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데위 수산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개월 동안 수도꼭지에서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데이터 센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신이 사는 바카우 세립 마을 주민들은 물탱크 차가 공급하는 "더럽고, 탁하고, 냄새나는" 물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탐의 수도 당국은 BBC에 수자원 공습 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이번 공급 차질이 데이터 센터의 수요와 관련이 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무역 및 산업을 감독하는 기관인 'BP 바탐'은 장기간의 가뭄이 원인일 뿐, 가정용 물이 데이터 센터로 전용되고 있다는 지역 주민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바탐에서 이와 같은 시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섬이 디지털 중심지로 거듭나고자 힘을 쏟는 가운데 수자원 공급을 둘러싼 부담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 연이어 시위가 이어지자, 당국은 바탐에 데이터 센터를 개설하는 기업들에 섬 내 저수지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 해수 담수화 시설을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제 물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서버와 경쟁해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걱정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의 아구스 하산 교수는 "인도네시아 내 데이터 센터의 물 사용량에 대해서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이를 기밀 정보로 취급하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 센터를) 합리적이고, 투명하며, 책임감 있는 절차를 통해 건설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수치를 공개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왜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지 알지 못하는 주민들은 당연히 반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 센터에 반대하는 시위
사진 설명, 바탐 주민들은 물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몰려들었다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수십억을 쏟아붓는 가운데, 미국부터 영국, 아시아 일부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센터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창문 하나 없는 거대한 건물들과 끊임없이 울리는 기계 소음과 밤새 켜져 있을 보안등이 지역사회와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이로 인해 지역사회의 물과 에너지 자원에 어떤 부담이 가해질지 우려한다.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물이 있어야 서버 과열을 막는다. 엔지니어들이 만든 이 정교한 냉각 시스템은 물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데이터 센터는 하루에 약 30만 갤런(약 113만리터)의 물을 소비하는데, 이는 미국 내 1000가구가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력 용량 50MW 규모의 대형 센터는 하루에 2200가구가 사용하는 만큼의 물과, 2만2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의 전기를 사용한다.

바탐의 데이터 센터들이 정확히 얼마나 많은 물과 전기를 소비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바탐섬은 이미 정기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올해는 역사적인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천연 담수원이 없는 바탐섬의 130만 주민은 인공 저수지 6곳에 모인 빗물에 의존해 살아간다.

이 지역의 환경 비영리 단체인 '아카르 부미 인도네시아'는 앞으로 한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바카우 세립에 물을 공급하는 농사 지역의 저수지가 말라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위는 "물이 부족해 생계에 지장을 주고 있다…쌀을 사야 할 돈을 이제 물을 사고 있다"며 "남편은 물을 구하러 밤새워 기다렸다가, 다음 날 아침 바로 일하러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바탐의 수도 당국은 물 부족이 지속될 경우 인공 강우와 같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최근 시위에 대해 질문하자 기존에 발표한 성명을 참고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데이터 센터 외부에 줄지어 설치된 에어컨 장치들
사진 설명, 바탐섬의 '농사 디지털 파크' 내 데이터 센터

바탐 당국은 데이터 센터 10곳을 승인했으며, 이 중 6곳은 농사 디지털 파크에 들어설 예정이다. 2곳은 이미 가동을 시작했고, 3곳은 건설 중이다.

BP 바탐은 BBC에 현재 최소 6곳이 추가로 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배로 단 1시간 거리에 있는 싱가포르 내 수요가 부분적으로 촉진된 덕분에 올해 중반 기준 이 섬의 데이터 센터 투자액은 67억달러(약 8조9000억원)에 달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2019년 토지 및 에너지 제약을 이유로 데이터 센터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 2022년 법이 개정되면서 금지 조치는 해제됐으나, 투자자들은 다른 지역을 모색하게 됐다.

싱가포르는 바탐이 속한 리아우 제도와 말레이시아 조호르주를 "상호 보완적인" 지역으로 오랫동안 장려해왔다.

싱가포르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기회를 포착한 조호르주는 수백억 규모에 달하는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내 주민들은 소음, 먼지, 물 부족 문제를 호소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주 정부는 데이터 센터의 물과 전기 소비량을 규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싱가포르 해협 건너편에 자리한 바탐은 상대적으로 낮은 운영 비용, 싱가포르와의 근접성, 주요 해저 케이블 노선과의 연결성 덕분에 미국·중국·호주·싱가포르 등 국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탐 농사에 건설 중인 데이터 센터들
사진 설명, 바탐섬 농사에 건설 중인 데이터 센터

실제로 농사 지역에는 홍콩 사모펀드 회사 '가우 캐피털'과 인도네시아 개발사 '시나르 프리메라'가 운영하는 1만3000㎡ 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싱가포르의 데이터 센터 개발·운영 기업 '데이원'이 인도네시아 국영 전력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 데이터 센터 중 하나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시설의 전력 용량은 약 450MW로, 평균 3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어 6월에는 데이원,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 호주 AI 스타트업 '퍼머스 테크놀로지스'가 360MW 규모의 'AI 팩토리'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공식 추산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바탐의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는 1100M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거의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BBC는 데이원, 시나르 프리메라, 가우 캐피털 측에 논평을 요청했다.

한편 잇따른 데이터 센터 건설 소식에 바탐 지역 주민들을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들은 당국에 주민들의 필요를 우선시해달라고 촉구한다.

물 부족 문제도 겪고 있는 세이 베둑 지역에 사는 말린다는 "그저 위에서 앉아서 이런 프로젝트만 계속 승인하지만 말고, 이곳으로 내려와서 우리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은 BBC에 "정부가 서민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십억 루피아 투자를 결정하지 말아 주세요…우리는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정상적으로 물을 공급받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