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가 이렇게 자주 나오다니'…강화 주민 불안, 북한 지뢰 어디서 발견됐나

해병대 2사단 소속 병사들이 해안에서 보호구를 쓴 채 탐지 도구로 지뢰를 찾고 있다
사진 설명, 해병대 2사단 지뢰탐지 작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기자, 리차드 김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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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가 한국 인천 강화군의 해수욕장과 주민들의 생활 터전인 포구 등 해안 곳곳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이달에도 북한군 지뢰로 추정되는 물체 3개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부 해수욕장에서는 여름철 지뢰 발견으로 한때 출입이 통제되면서 조개 채취와 민박 영업 등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군 당국이 해안 수색과 지뢰 제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추가 유입 가능성도 남아 있다.

강화군 지뢰 발견 지점을 표시한 지도 그래픽

북한 지뢰, 강화 어디서 발견됐나

지난 8일 인천 강화군 서도면 주문도 대빈창해수욕장 인근에서 북한군 플라스틱 대인지뢰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해변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던 근로자가 발견해 신고했고, 출동한 해병대 2사단 폭발물처리반(EOD)이 현장에서 폭파 처리했다.

이틀 뒤인 10일, 지뢰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날 오전 7시 40분쯤 주문도 응구지 해안에서 수색 중이던 해병대 장병들이 원형의 북한군 플라스틱 대인지뢰 1개를 발견했다.

같은 날 오전 9시 50분쯤 강화군 불은면 오두돈대 인근 해안에서도 북한 목함지뢰가 발견됐다.

앞서 지난 7월 23일 교동도 죽산포구에서 목함지뢰가 발견된 이후 24일 교동도 우선포구와 말도, 27일 강화도 내가면 황청포구, 8월 10일 볼음도 조개골해변 등 곳곳에서 북한 지뢰가 발견되고 있다. 강화군에 따르면 7월부터 8월 사이 강화군 해안에서 발견된 지뢰는 모두 16개에 달했다.

강화군은 지뢰의 추가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8월 동막해변과 민머루해변, 외포리항, 건평항, 초지항 등 해안 관광지와 포구 42개 구간에 안전 안내 현수막 44매를 설치했다.

실제로 강화도 해안 곳곳에서는 지뢰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현수막을 볼 수 있다.

해병대는 주문도와 볼음도 해변 등을 비롯한 주요 해안에서 지뢰 탐색 작업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 인천 강화군 서도면 주문도 대빈창해수욕장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 지뢰. 해병대는 이 지뢰를 현장에서 폭파 처리했다
사진 설명, 지난 8일 인천 강화군 서도면 주문도 대빈창해수욕장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 지뢰. 해병대는 이 지뢰를 현장에서 폭파 처리했다

'지뢰에 관광객 발길 끊겨' 피해 호소

지뢰 발견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인천 강화군 주문도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BBC에 "이곳에서 오래 살았지만 이렇게 자주 지뢰가 발견되는 건 처음"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김 씨는 "한 달 전에도 지뢰가 발견돼 폭파하는 일이 있었는데 며칠 전에 또 해변에서 지뢰가 발견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해수욕장 출입이 전면 통제되면서 20일 정도 손님을 받지 못해 민박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며 "관광객이 끊기고 예약 취소도 줄줄이 이어져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다시 해변 출입이 허용되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지뢰가 또 발견되니 불안하다"며 "영업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없고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인천 강화군 해안에 북한 유실지뢰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설명, 인천 강화군 해안에 북한 유실지뢰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주민들이 갯벌에 나가 조개를 채취하는 활동도 영향을 받았다.

주문2리 이상의 이장은 "올해는 유독 지뢰가 많이 발견됐다"며 "비가 많이 온 뒤 목함지뢰와 대인지뢰가 많이 떠내려왔고, 이 지역에서만 10건 넘게 발견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이장은 "주민들이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잡아 용돈벌이를 하기도 하는데, 바닷가 출입을 차단하면서 그런 부분에 차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지역 경찰에도 주민들의 신고와 피해 호소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강화경찰서 서도파출소 관계자는 "여름철 지뢰가 발견됐을 당시 신고 전화가 많이 들어왔다"며 "민박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불안감과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도 많았다"고 전했다.

현재 주문도 해안 출입통제는 해제된 상태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추가 발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이장은 군 장병들이 주기적으로 해안 순찰을 벌이고 있다면서, 주민과 관광객에게도 바닷가의 부유물 등에 접근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변가에서 발견된 목함지뢰. 가로 20cm, 세로 9cm, 높이 4cm의 나무상자 안에 200g의 폭약과 기폭장치가 설치돼 상자를 열거나 일정한 압력을 가하면 폭발한다.
사진 설명,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012년 9월 북한수계 하천지역과 강화도 등에서 지뢰 탐색작전을 실시해 목함지뢰 4개, 빈상자12개를 발견해 처리했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북한 지뢰 위협

북한에서 유실된 지뢰가 강화도와 임진강 일대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여름에도 북한 목함지뢰가 대량으로 떠내려와 군 당국이 수색과 제거 작업에 나섰다.

당시 군 발표에 따르면 2010년 7월부터 8월까지 강화도 인근 도서와 임진강 지류인 사미천 일대에서 모두 176개의 북한 목함지뢰와 목함이 수거됐다.

이 가운데 102개는 강화도와 인근 도서에서, 74개는 사미천 일대에서 발견됐다. 전체 수거 물체 중 123개는 폭발물이 들어 있지 않은 빈 목함이었다.

당시에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2010년 7월 31일 경기도 연천군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쪽에서 낚시를 하던 주민들이 북한 목함지뢰를 주워 이동하던 중 폭발해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이 크게 다쳤다.

군 당국은 당시 북한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지뢰가 유실돼 하천을 따라 남쪽으로 흘러온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도 파주시 제3땅굴 인근 철책에 설치된 지뢰경고 안내문. 지난 2015년 8월 4일 파주시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작전 중이던 수색대원 두 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설명, 경기도 파주시 제3땅굴 인근 철책에 설치된 지뢰경고 안내문. 지난 2015년 8월 4일 파주시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작전 중이던 수색대원 두 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북한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대규모 지뢰 매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군은 2024년 4월부터 비무장지대 북측 지역에서 지뢰 매설과 방벽 설치, 철조망 구축 등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착수했다.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만 수만 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1일에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한국군 장병 3명이 다쳤다. 군 당국은 조사 결과 폭발한 지뢰가 북한군의 수지반보병지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5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군사분계선 전 구간으로 작업을 확대했으며, 올해도 지뢰지대와 철책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13일 강화도 맞은편 북한 해안에서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폭발음도 북한군의 해안경계시설 보강 작업에 따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규모 지뢰 매설이 유실지뢰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양의 지뢰를 매설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런 지뢰들이 큰비가 내리거나 하천이 범람할 때 유실돼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지뢰 종류.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상자 모양의 목함지뢰, 원통형의 수지 반보병지뢰, 길쭉한 나뭇잎 모양의 나뭇잎 모양의 나뭇잎 지뢰가 나열돼 있다.

장마철 지나도 지뢰 위험

북한에서 떠내려온 지뢰는 장마철이 지난 뒤에도 해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

집중호우로 떠내려온 지뢰가 중간에 걸려 있다가 이후 물살의 변화에 따라 다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욱 연구위원은 "큰비가 올 때 한꺼번에 내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중간에 걸려 있다가 물이 많아지면 차츰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꼭 장마철에만 이런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도파출소 관계자도 여름철 군 장병들이 집중적인 지뢰 제거 작업을 벌였지만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지뢰가 해안 곳곳에 남아 있다가 뒤늦게 발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해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를 발견했을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해안으로 떠내려온 지뢰는 쓰레기나 해양 부유물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 일반인이 식별하기 어렵다.

강화경찰서 관계자는 "지뢰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하면 절대 만지거나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즉시 주변에서 벗어나 안전한 곳에서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