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북러 회담 직후 러시아 방문해 '전략 안보 협의'

왕이 외교부장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러시아 언론들은 왕 부장의 이번 방문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기념비적인 중국 방문의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 기자, 테사 웡
    • 기자, BBC News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구하는 가운데 중국 왕이 외교부장(장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 부장은 회담 이후 “전쟁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시도는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가까운 동맹국인 중국은 이번 전쟁 중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이를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왕 부장의 이번 방문이 곧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중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앞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뒤 이뤄졌다. 북-러 정상 간 만남에 미국은 양국이 무기 거래를 체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전략 안보 협의”를 위해 4일간 러시아에 머무른다고 설명했다.

18일 회담 후 러시아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과 왕 부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했으며 “러시아의 이익, 특히 러시아의 참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왕 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등 각종 외교를 펼치던 올해 초 자체적인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로리 다니엘스 ‘아시아정책연구소’ 상무는 중국 또한 유럽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종전을 바라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러시아에 동조적이기에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는 문제와 (전쟁) 결과는 분리하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핵심 기술을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미국 정보부 보고서는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수출 통제의 영향을 완화하고자 러시아에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보고서는 중국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 증가,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루블화 사용 증가, 무인기처럼 민간 및 군사적 목적으로 배치될 수 있는 이중 기술에 대한 “가능성 있는” 공급 등을 언급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중국은 지속해서 부인하는 한편, 전쟁에 대해 자신들은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달 초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발언했으나,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밝히지 않은 가운데 다음 달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서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전쟁범죄와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떠난 적 없다. 푸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외국 땅을 밟은 건 지난해 12월로 당시 벨라루스와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다.

다니엘스 상무는 “중국 입장에서 푸틴 대통령 초청은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유럽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선 이러한 중국의 러시아 지지가 러시아를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정당한 시도라는 프레임으로 보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회담 중인 라브로프 장관과 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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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라브로프 장관과 왕 부장은 18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회담을 가졌다

한편 왕 부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던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뤄졌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같은 날(18일) 러시아제 소총, 우주비행사 장갑, 방탄조끼, 털모자, 군용 무인기 등의 선물을 챙겨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은 김 위원장의 방문이 러시아에 대한 북한제 무기 판매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주장한다. 현재 러시아는 무기와 탄약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군사 협력” 및 북한의 위성 프로그램 지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만 밝혔다.

지난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한 질문에 중국 외교부는 이는 “양국 간의 일”이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산 털모자를 쓰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김 위원장은 러시아산 털모자 등 선물을 챙겨 들고 평양으로 향했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떠한 북-러 상호 지원도 이미 중국이 알고 있었거나, 심지어 중국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 국가의 관계는 이제 사회주의 이념 공유 혹은 미국과 서방에 대한 공통된 불신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은 오랫동안 북한 경제의 구명줄이었으며, 중국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구매를 늘림으로써 러시아 경제에도 구명줄이 돼주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중-러 관계 전문가 알렉산더 코롤레프는 “러시아와 북한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중국이 모르는 사이에 일어날 수 없다”면서 “중국의 승인 없이는 두 국가가 군사적으로 협력할 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중국이 북한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기 위한 유용한 대리인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는 게 코롤레프의 설명이다.

코롤레프는 “북한의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허용해주는 것만으로도 중국은 자국의 평판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도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면서 “[그 행동이] 자신들과는 아무 관련 없는 북한의 불량 정권(rouge regime) 탓을 하면 되지 않나. 정말 이런 계산까지 마친 거라면 똑똑한 수”라고 평가했다.

한편 왕 부장은 러시아로 향하기 하루 전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이후 미국과 중국 양국이 내놓은 성명에 따르면 미-중 관계 외에도 역내 안보 및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코롤레프는 미국이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그 어떠한 협력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자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중국이 이를 들을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미국의 방식을 따를 거였다면 애초에 전쟁을 막을 시간이 1년이나” 있었으나,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추가 보도: BBC 모니터링 이브제니 푸도프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