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100주년: ‘마우스 하우스’가 실패한 이유

사진 출처, Alamy
- 기자, 니콜라스 바버
- 기자, BBC
최근까지만 해도 이 스튜디오는 거침없이 할리우드를 장악하는 듯했다. 하지만 2023년, 디즈니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마법은 사라졌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게 2023년은 마법 같은 한 해였어야 했다.
1923년 월트와 로이 디즈니가 설립한 이 스튜디오는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영화와 책, 이벤트를 기획했다.
최근 ‘겨울왕국’, ‘모아나’ 등으로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과시한 디즈니는 다양한 합병을 통해 픽사와 스타워즈, 마블 프랜차이즈도 장악한 상태다.
찰스 간트 ‘스크린 인터내셔널’ 박스오피스 에디터는 “(디즈니는) 브랜드들을 놀라우리만큼 하나로 모았다”고 말했다.
“2019년의 디즈니는 거침이 없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2019년 글로벌 흥행 영화 톱 10 중 7개가 디즈니 작품이었고, 이 영화들은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2023년에는 그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지만, 분명 머지 않은 미래에 다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사진 출처, Alamy
그런데 이러한 기대와 달리, 올해는 디즈니의 마법이 통하지 않은 해로 회자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올해의 글로벌 히트작 3는 ‘바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오펜하이머’ 모두 디즈니의 라이벌 스튜디오 작품이다.
‘마우스 하우스’라고 불리는 디즈니는 4위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와 9위에 ‘인어공주’ 실사 리메이크를 올려놓았지만, 실패작이 히트작보다 많았다.
‘더 마블스’는 마블 스튜디오의 역대 개봉작 중 가장 낮은 수익을 올렸다. 간트는 BBC에 “영화가 (2019년 ‘캡틴 마블’처럼)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관객들이 속편을 열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스튜디오 수장들에게 일깨워준 분명한 참사였다”고 말했다.
마블의 또 다른 작품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도 실망스러웠다. ‘헌티드 맨션’은 진정한 실패작이었고, ‘인디아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은 2008년 ‘인디아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거둔 수익의 절반 정도밖에 얻지 못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개봉 첫주 주말에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후 실적이 개선되었지만 픽사의 대표 짐 모리스는 지난 8월 ‘버라이어티’의 레베카 루빈과 인터뷰 당시 굉장히 자중하는 태도로 말했다.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박스오피스 극장 매출은 손익분기점은 넘는 것입니다…이 영화는 분명 디즈니 컴퍼니에 수익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한 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위시’로 마무리됐다.
관객들은 파티에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개봉 첫주 주말 이 영화는 ‘나폴레옹’과 ‘헝거게임’에 밀려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버라이어티의 루빈 에디터는 “팬데믹 이전 디즈니의 추수감사절 개봉작들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간트는 최근의 불행이 “과장일 수 있다”며, 일부 수치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디즈니 영화가 10억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별에게 소원을 빈다고 그 꿈이 항상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원인 추정
2023년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몇 주 동안 전문가들은 마우스 하우스의 악몽같은 해를 의아해하며 그 요인을 파악해봤다.
그 중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이 영화관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디즈니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디즈니+’ 구독자라면 한두 달 후에 추가 비용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굳이 티켓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슈퍼 히어로 피로감”도 원인으로 거론됐다. 만화책 속 캐릭터를 다른 장르로 활용하는 흐름에 대해 대중이 이미 “질렸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블루 비틀’과 ‘더 플래시’, ‘샤잠! 신들의 분노” 같은 영화들에서도 나타났다.

사진 출처, Alamy
하지만 올해 디즈니의 부진에 대한 보다 중요한 설명이 있다. 영화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다양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허술한 콘셉트와 조잡한 비주얼, 엉성한 플롯 등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엉성함이었다.
‘스크린 랜트’의 브레넌 클라인이 지적했듯이, 위시는 2005년 ‘치킨 리틀’ 이후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로튼(썪었음)” 등급을 받은 최초의 디즈니 만화였다.
문제는 2023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작년 디즈니의 공상 과학 만화인 ‘스트레인지 월드’와 픽사 ‘토이 스토리’의 스핀오프인 ‘라이트이어’도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는 관객과 평론가 모두의 마음을 돌릴 만큼 눈에 띄는 결함이 있는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했다.
팬데믹이나 슈퍼히어로에 대한 피로감, 스트리밍의 유혹은 차치하고서라도, 위시나 더 마블스를 본 사람 중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대작이 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영화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점이다. 스튜디오 경영진은 회사 창립 100주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창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만 열중했던 것 같다.
그들은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향수에 기대고 있었다. 어쩌면 많은 영화 포스터에 다음과 같은 슬로건을 붙일 만했을지도 모른다. “전에 본 것과 비슷하지만, 더 나쁜 것.”
그간의 성취에 안주하는 안일함은 바비 및 오펜하이머의 대담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영화 중 하나는 여러 시대를 넘나들며 인류가 왜 스스로를 파괴하기로 했는지를 고찰한다.
다른 하나는 가부장제를 조롱하기 위해 어린이 인형을 사용하고,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가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했다. ‘롤링스톤’의 데이비드 피어는 바비를 “21세기의 가장 전복적인 블록버스터”로 표현했다.
디즈니는 어떠했을까? 마우스 하우스는 똑같은 옛날 물건을 더 많이 팔려고 내놨지만, 관객은 그것을 사지 않았다.
이 회사의 마지막 황금기였던 2019년이 속편과 리메이크 영화로 점철된 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뜻밖의 지적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당시 전 세계 흥행 톱 10에는 ‘어벤져스: 앤드게임’, ‘스타워즈: 라이즈 오프 스카이워커’, ‘겨울왕국2’, ‘토이스토리4’, ‘라이온킹’, ‘알라딘’이 있었다.
이 영화들은 모두 전작에서 파생된 영화이기는 하지만,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모두 오랫동안 기다려온 장대한 멀티 파트 판타지의 완결판이었다.
라이온킹에는 사실적인 동물들이 등장했다. 겨울왕국2는 디즈니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속편으로, 이전에는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시도였다.
창의적 타성
이 모든 것을 올해의 디즈니 영화와 비교해 보자. 나이 든 인디아나 존스의 귀환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을까? 인디아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도 그랬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귀한은 그다지 눈부시지는 않았다.
인어공주는 어떠했나? 실사 리메이크의 참신함은 이미 사라졌고, 이 영화엔 말하는 바다 생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첫 번째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만화로 남아있을 때가 더 낫다는 반응을 얻었다.
그렇다면 엘리멘탈은? 픽사의 작가들은 종종 장난감과 자동차, 감정을 의인화해왔다. 그래서 불과 물, 땅, 공기라는 고전적인 요소가 사람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위시의 경우 속편이나 리메이크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익숙했다. 디즈니는 지난 10년 동안 다정하고 단호하지만 어설픈 동화 속 공주들을 너무 많이 선보였다.
가장 최근작인 ‘아샤’는 피터 팬과 메리 포핀스, 피노키오 등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로 둘러싸여 있었다. ‘아이리쉬 타임즈’의 도널드 클라크의 지적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한때 얼마나 뛰었났었는지(최근 겨울왕국까지) 상기시켜줄 뿐,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이정표는 제시하지 못했다.”

사진 출처, Alamy
그렇다면 마블 영화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문제는 2019년의 어벤져스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10년간 이어진 블록버스터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 영화는 ‘인피니티 사가’라고 불리는 대서사의 마지막 장이었다.
때문에 그 이후의 모든 영화는 마치 포스트 스크립트나 각주처럼 느껴졌다. 주요 캐릭터의 팬이라면 한 번쯤은 볼 만한 가치가 있지만, 후속작이 더 이상 주요 서사에 핵심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디즈니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 영화는 3편으로 3부작을 끝냈다. 하지만 앤트맨과 캡틴 마블은 여전히 인피니티 사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디즈니가 처한 문제의 원인이 간단하다면, 그 해결책도 간단하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의 실패는 적어도 디즈니가 더 모험적인 태도를 취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거대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모험적"이라는 표현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한때 20세기폭스가 소유하고 있다가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 자산 ‘판타스틱 4’와 ‘엑스맨’의 부활로 슈퍼히어로물의 판도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모아나의 실사 리메이크작에도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는데, 만화에서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최초의 리메이크작이 될 예정이다. 디즈니가 하루이틀만에 엄청나게 독창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익숙하더라도 흥미롭고 새로운 방식을 가미한 익숙함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마법의 불꽃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