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그너 그룹 ‘테러 단체’로 지정

바그너 용병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애도하고 있는 바그너 용병의 모습

영국 정부가 러시아 민간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을 테러 단체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테러법에 따라 테러 단체로 지정되면 해당 조직에 가입하거나, 지지 및 지원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의회에 제출될 명령 초안에 따르면 이러한 조직의 자산은 테러 재산으로 분류돼 압류될 수도 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바그너 그룹은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의 군사적 도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아프리카에서 바그너 그룹이 벌이는 활동이 “세계 안보를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브레이버먼 장관은 “바그너 그룹의 계속되는 활동은 크렘린궁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만 기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저들은 그야말로 테러범이며, 이번 조치를 통해 영국 법적으로 이 점을 분명히 할 것입니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뿐만 아니라 시리아, 리비아, 말리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작전 수행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민간 용병 단체다.

바그너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국민 살해, 고문 등 여러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20년 미국은 바그너 용병들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주변에 지뢰를 매설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앞서 7월엔 영국이 바그너 그룹이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형과 고문을 자행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2014년 바그너 그룹을 설립한 뒤 이끌어오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올해 초 러시아 군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하면서 바그너 그룹의 미래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던 지난 23일, 미심쩍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인해 프리고진은 다른 바그너 주요 인사들과 함께 사망했으며,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묻혔다.

한편 테러 단체로 지정될 경우 바그너 그룹은 극단주의 단체인 ‘하마스’, ‘보코 하람’과 나란히 금지 단체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영국에서 지난 2000년 제정된 테러법에 따르면 내무장관은 테러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조직을 지정 및 금지할 수 있다.

해당 법이 지정되기 전엔 북아일랜드 테러 관련 조직만 금지할 수 있었다.

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조직 활동 촉진을 위한 회의 준비, 조직의 목표에 대한 지지 의사 표시, 조직을 상징하는 깃발이나 로고 표시 등 지정된 단체를 지지 및 지원하는 행동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를 어길 시 징역 14년형 혹은 5000파운드(약 83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영국 행정부는 지난 몇 달간 의원들로부터 바그너 그룹을 테러 단체로 규정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올해 초 노동당의 예비내각 외교장관인 데이비드 라미 의원은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에서 벌어진 끔찍한 만행에 책임이 있다”면서 정부에 이들을 금지 단체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금지 명령 초안 작성 소식이 전해진 이후인 지난 5일, 라미 의원은 SNS를 통해 “오래전에 해야 할 일이었지만, 정부가 마침내 행동에 나선 건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제 정부는 푸틴의 침략 범죄를 기소하고자 (국제) 특별 재판소를 압박해야 한다”고 적었다.

앞서 영국 외무부는 프리고진 등 고위급 바그너 인사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 조치를 가한 바 있다.

그러나 ‘외교 위원회’의 의장이자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인 알리시아 컨스는 지난 7월경 “제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영국은 바그너 그룹을 금지해야 한다. 이들이 테러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교 위원회는 영국 정부가 “놀랍도록 안일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는 한편, 정부가 “바그너 그룹이 유럽을 넘어 특히 아프리카 국가에 끼치는 지배력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프랭크 가드너 BBC 안보 전문기자는 지난 6월 프리고진의 반란이 실패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최근 지도부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하면서 바그너 그룹의 힘이 크게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금지 단체로 지정될 경우 회원들은 자금을 움직이기 어렵게 될 것이며, 우크라이나 국민 및 다른 이들이 영국 법원을 통해 바그너 그룹을 상대로 잠재적으로 수십억파운드에 이르는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