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접어든 우크라전...러시아군 사망자 규모는?

전쟁에 동원되기 전과 후의 다니엘 두드니코프
사진 설명, 도네츠크 국립대학교의 학생이었던 다니엘 두드니코프는 징집되어 전쟁터로 향했다
    • 기자, 올가 이브시나
    • 기자, BBC 러시아어 뉴스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접어든 가운데 BBC가 분석한 데이터 결과 러시아를 위해 싸우다 사망한 이들은 9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 러시아어 서비스, 독립적인 언론 그룹인 '미디어조나', 자원봉사자들은 2022년 2월부터 사망자 수를 집계하고 있다.

공식 보고서, 신문 보도, SNS 게시물, 새롭게 지어진 기념관이나 무덤 등의 정보를 확인해 사망자 명단을 작성한다.

그러나 돈바스 지역의 자칭 공화국 내 친러시아 민병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숨진 이들은 포함되지 않기에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BBC는 이들만 해도 약 2만1000~2만3500명 사이일 것으로 추정한다.

동원되어 일회용품처럼 쓰이는 병사들

다니엘 두드니코프(21)는 도네츠크 국립대학교의 역사학도로, 국제관계학 책을 읽고, 수영을 즐기던 학생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한 첫날인 2022년 2월 24일,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당국은 두드니코프를 강제로 징집해 하르키우 지역에 배치했다.

한 달 후인 3월 25일, 두드니코프는 작전 중 실종되었다. 그의 부대원 18명 중 돌아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13명은 전사했으며, 나머지 5명은 포로로 붙잡혔다. 4개월 후 포로 교환이 성사되어 돌아온 이들은 두드니코프가 전쟁 중 숨진 13명 중 하나라고 확인해주었다.

두드니코프의 이야기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분리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내 주로 러시아어 사용 지역에서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 수천 명의 사연과도 유사하다.

2022년 러시아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면서 민간인 남성들은 대규모로 징집되었고, 제대로 된 훈련이나 장비도 없이 거의 불가능한 임무에 배치되었다.

그 결과 수많은 이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는데, 이들의 생존 여부는 종종 수개월 혹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지역에서 발표된 부고 기사 및 실종자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돈바스 민병대 출신 사망자 대부분이 침공 첫해에 숨졌다. 이는 같은 기간 확인된 러시아군 총 사망자 수인 2만5769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 지역 주민 중 러시아 쪽에 친지나 친구가 있는 이들이 대부분임에도, 이들은 러시아의 일상적인 삶과는 덜 통합된 집단이기에 이들의 죽음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덜 눈에 띄는" 일이다.

전선의 범죄자들

러시아 측의 또 다른 대규모 인명피해 집단으로는 모집된 범죄자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두스 사디코프는 59세의 나이에 모스크바의 한 기차역에서 가방을 훔친 혐의로 체포되었는데, 그가 감옥에 간 것은 이번이 벌써 4번째로, 총 16년 동안 여러 건의 범죄로 투옥되었다.

2024년 여름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혔던 사디코프는 "그들은 내게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했다"면서 "그들은 내 나이를 보더니 전선엔 투입되지 않을 것이고, 그저 보조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래서 따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포로 교환으로 러시아로 보내진 사디코프는 다시 전선으로 복귀했고, 2025년 2월, 결국 전투 중 전사했다.

일두스 사디코프

사진 출처, ARMED FORCES OF UKRAINE

사진 설명, 일두스 사디코프는 총 16년간 복역했다

현재 BBC 러시아어 서비스의 전쟁 사상자 데이터베이스 중 전쟁터로 모집된 범죄자는 1만6171명이다. 오픈 소스를 통해 범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이들만 포함된 수치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민간 군사 기업인 '바그너 그룹'에서 유출된 문서 등을 분석한 결과, 침공 3년 동안 러시아 군 사망자 중 수감자가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추정할 수 있었다. 이들 중 다수는 수년 동안 일반 사회와 사실상 단절된 채 교정 시설에서 생활한 이들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전쟁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굴나즈 샤라푸트디노바 '러시아 연구소' 소장은 "러시아 사회 내부적으로도 교육, 재정, 정치적 자원 등이 부족한 계층의 인명 피해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는 크렘린궁이 의도한 바라고 생각합니다. 최고 특권층은 전쟁과 동떨어진 채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범죄자들이나 외국 용병을 모집하는 것입니다."

샤라푸트디노바 소장은 "소규모 마을일수록 사람들이 사상자 규모에 대해 더 잘 인지한다. 즉 이번 전쟁은 항의할 수단은 물론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단조차 부족한 사회 집단에 특히 큰 피해를 입혔다. 이들의 담론은 사적인 대화로 한정된다"고 덧붙였다.

2024년 9월 러시아 야당 정치인 알렉세이 미니일로가 설립한 '크로니클' 연구 프로젝트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 중 전쟁에 직접 노출되었거나, 참전한 가족이 있다고 답한 러시아인은 30%에 불과했다.

반면 죽거나 다친 지인이 있다고 답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비율은 거의 80%에 달한다.

물론 다수의 응답자가 솔직히 답하기 두려워하기에 이번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헬싱키 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PROPA' 프로젝트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한 러시아인의 43%가 공개적으로 러시아 침공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빅토르 바흐슈타인은 "만약 지인 중 전사자가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 과연 이번 전쟁에 대한 여론이 달라질까"라는 질문에 "물론이다"고 말했다.

사망자 수 집계

러시아 측의 실제 인명피해는 오픈 소스 데이터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우리가 자문을 구한 군사 분석가들은 BBC의 조사 결과도 전체 사상자의 45~65%만 포함한 데이터일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최근 몇 달간 사망한 이들의 시신은 전장에 그대로 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살아 있는 군인들이 드론 공격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습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러시아 군 사망자 수는 14만6194~21만1169명 사이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돈바스 지역의 루간스크인민공화국 민병대의 예상 사망자 수까지 더하면, 러시아 측의 총 사망자 수는 16만7194~23만4669명 사이일 수 있다.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군사적 인명 피해를 발표했던 시기는 2022년 9월로, 당시 사망자가 6000명 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경우에는 2024년 1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병사와 장교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군 4만3000명이 숨졌다고 발표한 것이 마지막이다.

서방의 분석가들은 이 수치 또한 과소평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 소스 데이터를 통해 사상자 정보를 수집하는 '우크라이나 인명피해' 웹사이트에는 현재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성 7만400개 이상이 나열되어 있다. 그 중 샘플로 400명을 무작위로 뽑아 검증한 결과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 포상에 관한 우크라이나 대통령령이 있기에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명단은 러시아보다 더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기밀로 분류된다.

전쟁이 4년째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의 관심은 미국 새 행정부의 평화 협상 추진에 몰리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의 군 묘지 및 전쟁 기념관 변화, 지난해 9월 이후 급격히 증가한 부고 기사 등을 계속해서 분석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