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부정론자와 대화하는 법

멀린 토마스, 마르코 실바

BBC 기후 역정보 전문기자

기후변화 관련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출처, JANA TAUSCHINSKI/ BBC

가장 가까운 사람이 기후변화는 거짓이라며 부정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랜스 로슨(21)은 몇 년 전 하교 후 자신을 데리러 온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당시 “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두려움을 조장”하는 부도덕한 정치인들이 있다면서 랜스에게 기후변화는 완전히 “과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앤더슨(왼쪽)과 아들 랜스 로슨

사진 출처, LANCE LAWSON

사진 설명, 브라이언 앤더슨(왼쪽)은 아들 랜스 로슨과 기후변화에 관해 얘기하기 전까지 기후변화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믿었다

현재 아버지와 함께 사는 랜스는 아버지와 처음 기후변화에 관해 얘기했을 때 자신은 10대였지만 당시 대화가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랜스는 “아버지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기에 “아버지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의 견해는 과학적 증거로 뒷받침될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했고, 이에 아버지에게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아버지가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주실 때마다 제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내민 증거를 가볍게 생각하셨죠. 그래서 매번 새로운 증거를 가져오게 됐고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제 이해도도 깊어졌습니다.”

‘소통을 위한 채널이 돼야 합니다’

만약 가까운 누군가가 기후변화가 거짓이라고 믿는다 해도 랜스처럼 하기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대와 대립하기 두려울 수도 있고, 지구 온난화의 기초적인 과학 지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영국 엑서터 대학에서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는 게일 화이트만 교수는 말을 꺼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 부정론 혹은 기후변화에 대한 무관심과 씨름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더 안전한 세상으로 만들려는 이 힘든 싸움은 지게 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이에 무관심한) 선생님, 이웃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 우리 모두가 소통을 위한 채널이 돼야 합니다..”

이들과 정확히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팩트 나열이 언제나 답은 아니다

샌더 반 데어 린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사회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음모론에 빠져드는지 연구한다.

샌더 반 데어 린덴 사회심리학 교수

사진 출처, DANIELLA DA SILVA

사진 설명, 샌더 반 데어 린덴 사회심리학 교수는 사실을 통해 언제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라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 데어 린덴 교수는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확실한 증거를 들이밀며 맞서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팩트를 열거하며 음모론에 단도직입적으로 대항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지만,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거나,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더 방어적인 반응을 일으킬 뿐입니다.”

한편 랜스는 기후변화가 허구라고 믿는 사람들은 “멍청하거나 교육받지 못했다”고 흔히 다들 오해하지만, “그냥 성격상 자연스럽게 회의적인 사람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랜스의 아버지 브라이언도 이런 성격이다. 브라이언은 1970년대 미네소타주 시골에서 자랐다. 그는 당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웠다”면서 그렇기에 “행성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말을 믿기 힘들었다고 한다.

두 남성이 거리를 두고 소통하려는 사진

사진 출처, Getty Images

세계관 긍정해주기

랜스는 아버지에게 만약 기후변화가 진실이라고 가정해보면 신이 주신 것을 돌볼 도덕적 책임이 있진 않을지 질문을 던졌다. 브라이언은 매우 신앙심이 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은 “아들은 내가 받아들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의 언어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 데어 린덴 교수는 또한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세계관을 어느 정도 긍정해주지 않고선 생각을 바꾸라고 설득하기 불가능하다고 본다.

반 데어 린덴 교수는 “이러한 음모론 중 일부가 사람들에게 이득을 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조작의 기술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겸손한 어조로 설득해야 합니다’

자신을 깔보는 듯한 어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듯 기후변화 부정론들도 마찬가지이다.

반 데어 린덴 교수는 “타인을 설득하려고 할 때, 상대가 당신의 파워가 자신보다 더 크다고, 차이가 있다고 인식해버리면 설득은 불가능하다”면서 “음모론의 핵심은 권력을 쥔 엘리트층이 일반인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랜스 또한 평소 끈끈했던 부자 관계가 설득의 열쇠라고 믿으면서도, 설득할 때 자신의 어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선적으로 잘난척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지 확인하는 거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순한 어조로 설득해야 합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나?

음모론이라는 토끼굴에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빠져든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에 반 데어 린덴 교수는 일회성 대화로 한 번에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작은 승리에도 만족하고,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후변화 부정론자와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전문가들도 있다.

애비 리처즈는 SNS상에서의 가짜 정보 확산을 연구한다.

애비 리처즈

사진 출처, TIKTOK/TOFOLOGY

사진 설명, 애비 리처즈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와의 논쟁에 장점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리처즈는 “이러한 노력은 실제 변화를 끌어내는 데 쓰이는 게 더 낫다. 수년간 굳혀진 잘못된 정보와 맞서는 데 들이는 것보다 말이다”고 말했다.

리처즈는 틱톡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가짜 정보를 폭로하지만, 강경 음모론자와는 소통을 포기했다. 그는 “이들의 가짜 정보를 폭로하는 데 더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반 데어 린덴 교수는 “이러한 음모론자 중에는 매우 목소리가 크고 공론장에서 실제보다 더 비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상대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크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숨이 멎는 듯한 순간’

시간과 인내 끝에 랜스는 기후변화는 진짜라고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었다. 자신도 놀랄 만한 성공이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한밤중에 아래층으로 내려오셨는데 삼림 벌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신 후 너무 흥분해서 “아들아, 열대우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믿을 수 없을 거야”라고 소리치셨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그렇게 열중한 모습을 보는 건 숨이 멎는 듯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