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연해주에 노동자를 대거 파견하려는 이유

북한을 방문한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대표단이 북한 윤정호 대외경제상과 평양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출처, KCNA

사진 설명,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북한 윤정호 대외경제상과 만났다
    • 기자, 리차드 김
    • 기자, BBC 코리아

러시아 극동 연해주 정부 대표단이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면서 양국 간 교류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 노동신문은 13일 방북 중인 러시아 극동 연해주 정부 대표단과 회담을 통해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윤정호 대외경제상과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전날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열었다.

해외 노동자 추가 파견 가능성

이들의 방북 목적이나 회담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무역과 관광 등 통상적인 경제 협력뿐 아니라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관련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연해주 등은 지역 청년층이 모스크바 등 대도시로 빠져나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대거 투입되면서 건설 산업 등에서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보당국은 이미 북한이 러시아에 노동자 파견을 추진 중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최근 대러 노동자 파견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일행들이 김일성ㆍ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고있다

사진 출처, KCNA

사진 설명, 북한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일행들이 김일성ㆍ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는 모습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노동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고, 북한은 더 많은 노동자를 해외로 보내 외화를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양국 간 국내 사정과 서로 간의 경제적·군사적 이익 때문에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코제먀코 주지사는 지난달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으로 북한을 방문해 관광·통상·농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북한과의 관광 협력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면서 "북한 농민들에게 농업용지 일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연해주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노동자를 파견받는 문제는 물론 북한 관광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은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북한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학생 파견이나 관광객 유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연해주 대표단이 방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이어 “외화벌이를 해야만 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에 더 많은 노동자를 파견하기를 바라고 있고,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는 부족한 포탄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니 반대 급으로 북한에 뭔가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도 “북러정상회담 이후에 북한과 러시아 간의 관계가 굉장히 긴밀하게 이뤄지는 과정에 연해주 주지사가 방북을 했다”며 “양국간 이슈는 당연히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파견이 주요 의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9월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불법적 무기 거래를 포함한 교류·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태다.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측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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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9월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교류·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엔 안보리 위반…마땅한 제재 방법 없어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이나 고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위반에 해당한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결의 2397호를 채택했다. 이 결의에는 러시아 등 해외에 머물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본국 송환과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외화벌이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와 중국 등은 그동안 송환 의무를 회피해 왔고, 북한 역시 노동자 송출을 이용한 외화벌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과거 모스크바에서 영업 중이던 북한 식당 '고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과거 모스크바에서 영업 중이던 북한 식당 '고려'

이처럼 러시아와 북한이 국제사회 대북제재에는 눈치를 보지 않는 상황에서 양국의 불법적인 거래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 노동자 파견은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인데, 최근 국제관계의 구도가 한미일, 북중러 삼각 동맹이 더욱 강화되는 형국이어서 향후 러시아로 향하는 북한 노동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정 센터장은 “북한과 러시아는 국제사회 제재에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이고, 제재를 하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라 볼 수 있고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