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멸종위기종입니다' 중증외상센터 의사가 전하는 현실
"저희 외상센터 의사들은 현재 멸종위기종입니다"
단국대학교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허윤정 교수는 자신을 '멸종위기종'이라 표현한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화제가 되면서 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여전히 의료진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강도 속에서 버티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후배 의사를 키우잖아요. 저도 스승님으로부터 배운 생명의 가치를 전해주고 싶은데 후배 의사가 없어 못 전하고 있어요. 그 장면이 부러워서 울었어요."
허 교수는 6년째 외상센터 막내의사다.
24시간, 긴장의 연속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중증외상센터의 하루는 끝이 없다.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외상환자를 받기 위해 전문의들이 팀을 이뤄 당직을 선다. 허 교수는 아침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24시간 당직을 한 달에 적게는 8번 많게는 10번씩 선다. "일주일 근무 시간이 80시간은 쉽게 넘어가는" 이유다.
당직을 설 때면 스마트폰 두 대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하나는 119구급대원과의 핫라인, 다른 하나는 중환자실에서 걸려 오는 비상 호출이다.
"언제 울릴지 몰라요. 5분 뒤 도착이란 연락이 오면 자다가도, 밥 먹다가도, 샤워하다가도 뛰어나가야 해요."
현재 전국 17개의 권역외상센터의 외상 전담 전문 인력은 188명이다. 하지만 병원별 인력 격차도 크다.
허 교수는 "수도권에는 15명 이상 근무하는 센터도 있지만, 지방에는 4~5명밖에 없는 곳도 있다"며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기 좋고 가까운 곳들 이런 환경을 비교해 보면 당연히 이제 저희 같은 지방 병원이 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권역외상센터의 전담의는 13명이다. 장성욱 충남대권역외상센터장은 "한 해 평균 외상 환자가 2700여명 정도 온다. 그 환자들을 다 소화하기에는 (인원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BBC가 방문했던 센터 소생실에는 침대가 단 두 개뿐이었다. "대형 사고가 나도 가장 중한 환자 두 명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증외상센터가 직면한 문제는 10년 전과 다르지 않다. 허 교수는 "이국종 교수님 이후로 좀 많이 좋아진 거 아니었어? 이렇게 얘기하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외상센터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0km 넘는 거리에서 환자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어요 ... 안타깝죠. 그런 환자는 이동하는 도중 사망할 확률이 높아요. 헬기 운행도 인력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장 센터장은 외상센터는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라도 다칠 수 있고,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다칠 수가 있다"며 "(외상센터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럼에도 "(외상센터 의사가) 정말 멸종되면 안 되지 않냐"고 강조한다.
"빠른 시일 내에 내 후배들에게 나랑 같이 일해보자, 외상센터로 와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법적인 울타리와 정책적인 방향을 좀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획·취재·영상: 최유진
촬영: 최유진, 이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