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내 남편에게 안부를 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동영상 설명, '정말 힘들어 보이네요' - 트럼프가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 중에 BBC 우크라이나어 서비스 기자에게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 기자, 미로슬라바 페차
    • 기자, BBC News 우크라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 남편에게 안부를 전하다니, 꿈에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재밌는 점은, 내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까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 들어갈 수 없어서 다른 기자들과 함께 속상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상회의 전까지만 해도, 공식 취재진조차 해당 회담을 촬영하거나 양국 정상을 직접 볼 수 없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나는 그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던 다른 장소로 급히 이동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수백 명의 기자들이 이미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질문할 기회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없는가보다.

지난 2월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이 진행됐던 당시,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하나는 빠른 평화가 찾아오지 않더라도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른 하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 합의를 어길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트럼프는 "그런 가정은 무의미하다. 당신 머리 위로 지금 폭탄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2025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팔짱을 끼고 앉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가 젤렌스키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양손으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 출처, Jim Lo Scalzo / Pool / EPA-EFE / REX / Shutterstock

사진 설명, 2월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밴스 부통령의 회담이 격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우선 나는 입고 있던 검은색 재킷을 벗었다. 어두운 정장으로 가득 찬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띄기 위해서였다. 그 다음, 무대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계속 손을 들어 트럼프가 나를 봐주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나를 알아차렸다.

나는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에 대해 질문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심 폭격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를 판매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최근 러시아가 키이우·드니프로·오데사에서 민간인 수십 명을 숨지게 하면서, 방공 능력이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피트 헤그세그 미국 국방부 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연단에 서 있다. 트럼프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NATO

사진 설명, 네덜란드에서 열린 나토 기자회견에 피트 헤그세그 미국 국방부 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사려 깊고 점잖았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패트리엇 미사일 요격기를 우선적으로 공급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는 그 물량을 대부분 소진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간단명료한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내 남편이 우크라이나 군인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런 대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쥔 사람 앞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꺼낼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었다. 결코 그럴 계획도 없었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사려 깊고 점잖았다. 그는 이 상황이 내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공공연히 인정했다. 그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가족과 나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졌다. 어쩌면 전쟁으로 삶이 뒤바뀐 평범한 우크라이나 사람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백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솔직한 대화를 이어갔다.

무기 요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독일의 한 군사 훈련장을 방문해,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에 대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2024년 6월 11일, 젠스 버트너 촬영)

사진 출처, Pool via Reuters

사진 설명, 젤렌스키 대통령이 독일의 훈련장을 방문해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에 대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무기를 요청한 사실을 인정했고, 그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내 남편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남편은 전면전이 시작된 이틀째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켜왔다. 나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 순간, 이 전쟁에서 치른 우리 가족의 희생을 트럼프가 인정해준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화를 돌이켜보면, 그 대화는 나뿐 아니라 고국에 있는 많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진심으로 의미 있는 것이었기를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바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