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종차별이 공중 보건 위기로 이어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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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데이비드 롭슨
- 기자, BBC News
과학 전문 언론인 라야알 리버풀은 저서 ‘제도적: 인종 차별은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나(Systemic: How Racism Is Making Us Sick)’를 통해 과학 및 의학계의 인종적 편견이 시민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데이비드 롭슨 BBC 기자가 리버풀이 찾아낸 수많은 의료 격차에 대해 들어봤다.
네덜란드에 살던 10대 시절, 리버풀은 자신의 얼굴과 팔 부위 피부에서 작은 색소 침착을 발견했다. 이에 항생제와 항진균제를 처방받았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에 그저 매우 드물고,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라 여기며 살았다.
그러다 영국으로 넘어와 우연히 자신처럼 어두운 피부색을 지닌 피부가 의사를 만나게 됐다. 그리고 이 질환의 정체가 습진임을 알게 됐다.
이 피부가 의사는 과거 리버풀이 만났던, 대부분이 백인이었던 의사들은 아마 갈색 피부에 습진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지 못해 오진했을 것이라 설명해줬다.
생물의학 분야 연구원 출신인 리버풀은 현재 과학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첫 저서인 ‘제도적: 인종 차별은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나’를 통해 백인과 소외된 유색인종 집단 간 의료 격차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조사했다.
리버풀은 마찬가지로 과학 전문 언론인인 롭슨 기자에게 자신이 발견한 사실에 대해 들려줬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나는 최근 엄마가 됐다. 그런데 영국에선 나와 같은 흑인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중 사망할 확률이 백인 여성에 비해 4배나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통계가 존재했고, 의학 연구자 출신 언론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조사해 봐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래도 내가 이 주제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찾아낸 현실에 꽤 충격받았다.
우선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소외된 인종 혹은 민족 집단은 임신과 출산 외에도 전염병, 심혈관 질환, 암, 정신 건강 등 여러 의학 분야에서 훨씬 더 그 예후가 좋지 않았다.
나는 인종 차별을 공중 보건 위기라 규정하고 싶다. 인종 차별은 우리 사회의 의료 제도를 불공평하게 할 뿐 아니라, 시간과 자본,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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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에서 의대생들이 인종 간 생물학적 차이에 대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그러한 예를 들어줄 수 있나.
책 초반에 설명한 내용인데, 흑인이 백인보다 피부가 더 두껍거나, 혹은 신경 말단이 덜 민감해서 통증의 정도가 다르다는 속설을 미국 내 의대생 중 약 절반이 믿고 있었다.
이는 그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이러한 그릇된 생각이 의학적 지침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엔 흑인의 신장은 백인과 다르게 기능한다는 믿음으로 인해 환자의 인종에 따라 신장 기능 검사 결과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침이 존재했다. 소규모로 진행된 어느 연구에서 발표한 내용이 이후 다수의 연구에서 인용되면서 결국 의학적 지침으로까지 굳어지게 된 것이다. 이후 이러한 오해가 환자들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나는 (과학 학술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이에 대해 처음 보고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에도 연락해 이러한 결과를 담은 연구를 보여줬는데, 결국 인종에 따라 결과값을 조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침을 바꿨다. 아울러 국제적인 의학 권고 사항도 바뀌고 있다.
한편 폐 기능 검사에서도 인종적 편견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과거 미국의 노예 소유주이기도 했던 의사 사무엘 카트라이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트라이트는 흑인들의 폐는 백인보다 약하다고 생각해 노예로 사는 게 이들에게 더 이롭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릇된 믿음이 이후 계속 의학계에 남아 있었다.
그러던 2021년, 내가 이 부분을 처음으로 보고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적인 의학 권고 사항에 폐활량 측정 시 환자의 인종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이번 책을 최종적으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미국흉부학회’와 ‘유럽호흡기학회’가 공동 권고안에서 이러한 인종적 조종 부분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 단체는 인종은 사회적 구성 요소이며, 생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부분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더 빨리 일어났다면 좋았을 테지만, 이제라도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어 기쁠 따름이다.
인종 차별이 정신 건강 의료 서비스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우리 사회엔 여전히 더 심각하게 여겨야 할 불평등이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흑인들은 정신과 치료를 위해 강제 구금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미국에선 정신 질환을 앓는 흑인 남성이 그러한 백인 남성에 비해 경찰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이는 흑인이 더 위협적이거나 위험하다는 사회의 인식 때문일 수 있다.
한편 인종 차별은 진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에선 소외 계층의 우울증은 과소평가 되거나 제대로 진단되지 않는 반면, 흑인의 조현병은 과잉 진단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의료진들이 유색 인종을 대하고 또 이들이 앓는 질환을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관념과 생각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국가에서 유색인종들은 인종 차별을 경험하는데, 이는 이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들이 호소하는 정신 문제를 전문가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이들이 취약한 상태가 돼 도움이 필요해 자신들이 지닌 문제에 대해 외부에 이야기하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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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은 육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종 차별과 심혈관질환 혹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 간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심혈관질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시민 건강에 큰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종 차별이 심혈관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다.
상점에 갔다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도둑으로 몰려 누군가 따라오는 등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박수가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 그리고 평생 밤낮으로 인종 차별을 경험하면, 신경계와 심혈관계가 만성적으로 영향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내 흑인의 경우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아울러 만성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노화와 관련된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개선되리라는 희망은?
이번에 책을 쓰면서 나는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이를 타파하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례로, 영국엔 ‘파이브 X 모어’라는 시민 단체가 있다. 영국 내 흑인 임산부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흑인 혹은 흑인 혼혈 여성의 43%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임신한 흑인 여성들이 어떻게 의료 서비스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지침서도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두는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며, 인종 등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가 임신과 출산 관련 의료 서비스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아울러 과학자 중에서도 의학 연구에서 이러한 인종적 편견을 뿌리 뽑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의사들 또한 제도에 내재된 인종 차별, 인종적 편견에 기반한 의학적 조언 등을 타파하고자 노력 중이다.
물론 의학계가 전반적으로 변하길 바라지만, 그래도 개별 분야에서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