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파일: 마크롱 등 각국 고위 정치인과 우버의 비밀 관계 드러나

'우버 파일'을 통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버 창립자와 가까운 사이며, 닐리 크로스 전 EU 집행위원이 우버를 위해 로비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 설명, '우버 파일'을 통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버 창립자와 가까운 사이며, 닐리 크로스 전 EU 집행위원이 우버를 위해 로비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기자, '우버 파일' 팀
    • 기자, BBC 파노라마

미국의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주요 공직자와 주고받은 12만4000여 건의 이메일과 문자 등 일명 '우버 파일'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유출됐다.

우버가 각국 고위 정치인에게 어떻게 로비했고 법망을 피하고자 어떤 일을 벌였는지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파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과 닐리 크로스 전 유럽연합(EU) 디지털 정책 담당 집행위원과 같은 고위 인사가 우버를 어떻게 광범위하게 도왔는지 상세히 적혀 있다.

또한 경찰이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려 하자 트래비스 칼라닉 전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킬 스위치'를 눌러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지시한 내용도 공개됐다. '킬 스위치'는 컴퓨터 등 장치를 원격으로 종료하거나 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비상정지 메커니즘이다.

이번 폭로에 대해 우버는 "과거 행동은 현재 (자사가 추구하는) 현재 가치와 달랐다"며 지금은 "다른 회사"가 됐다고 해명했다.

'우버 파일'은 2013~2017년 동안 작성된 12만4000여건의 문서로, 이메일 8만3000개, 대화 관련 파일 1000건 등이 포함돼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유출된 해당 자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및 BBC 파노라마 등 여러 언론에도 공유됐다.

이번 유출로 우버가 유럽 내 택시 산업을 저지하기 위해 연간 9000만달러(약 1170억원)의 로비 및 홍보 자금을 들여 어떻게 정치인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는지 처음 공개됐다.

프랑스의 택시 기사들이 우버에 대항해 때론 폭력적인 시위를 벌이는 동안 현 대통령인 마크롱 당시 경제장관은 우버의 논란 많은 CEO인 칼라닉과 친밀한 사이였으며, 칼라닉 CEO에게 우버에 유리하게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버의 무자비한 사업 확장 방식은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 폭로를 통해 처음으로 우버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까지 동원했는지 밝혀졌다.

EU 고위급 관료인 크로스 전 EU 디지털 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임기가 끝나기 전 우버 합류를 논의하는 한편, EU의 윤리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에도 우버를 위해 비밀리에 로비까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그 당시 우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였을 뿐만 아니라 법정 소송, 사내 성희롱 추문,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 논란도 많았다.

결국 분노한 주주들은 창업자이자 당시 CEO였던 칼라닉을 2017년 내쫓고 다라 코스로샤히를 후임으로 내세웠다.

당시 우버는 코스로샤히 CEO가 "우버의 운영방식을 모든 측면에서 바꿔놓는 일을 맡았다"면서 "주식회사로 운영해나가는 데 필요한 철저한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크롱의 '굉장한' 도움

한편 우버는 프랑스 수도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에 첫발을 디뎠다.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택시업계가 거세게 저항하며 폭력 시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야심 넘치는 은행가 출신의 마크롱이 경제장관으로 임명됐다. 마크롱 당시 장관은 우버를 성장 및 절실히 필요했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돕고자 했다.

이에 같은 해 10월 마크롱은 칼라닉을 비롯한 우버의 임원진과 로비스트들을 만났다.

정부 인사로서 논란이 있는 기업의 이익을 옹호해온, 오래됐지만 외부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관계의 시작이었다.

우버의 로비스트인 마크 맥간은 당시 만남을 "엄청나게 굉장했다"고 보고하면서 "우리는 곧 잘 맞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버의 로비스트인 마크 맥간은 마크롱과의 만남에 대해 "엄청나게 굉장했다"면서 "할 일이 많겠지만 잘 맞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사진 설명, 우버의 로비스트인 마크 맥간은 마크롱과의 만남에 대해 "엄청나게 굉장했다"면서 "할 일이 많겠지만 잘 맞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우버 파일'에 따르면 이내 마크롱과 칼라닉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를 만큼 가까워졌으며, 파리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적어도 4번은 만난 것으로 보인다. 이중 다보스 포럼에서의 만남만이 이전에 공개된 적 있다.

우버는 마크롱에게 "매우 감사하다"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우리가 누린 환영과 개방적인 환경은 정부와 기업 간 관계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 택시 운전사들은 특히 지난 2014년 택시 영업 면허가 없는 운전자들이 훨씬 더 낮은 가격에 운행할 수 있는 '우버팝' 서비스가 시행되자 더 격분했다.

법원과 의회가 이를 금지했지만, 우버는 계속 서비스를 운영했다.

마크롱은 우버팝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우버의 입맛에 맞게 프랑스의 택시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동의했다.

칼라닉 전 CEO은 마크롱 당시 장관에게 "우버는 승차 공유 관련 규제의 개요를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의 공식 법이 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다 2015년 6월 25일 시위가 격렬해지자 1주일 후 마크롱은 칼라닉에게 문자를 보내 도움을 청했다

2015년 6월 25일 파리에서는 우버팝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열렸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2015년 6월 25일 파리에서는 우버팝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열렸다

"[나는] 다음 주에 법을 개정하고 바로잡기 위한 회의를 소집할 것입니다."

이에 당일 우버는 프랑스에서 우버팝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몇 달 뒤 마크롱은 우버 운전자의 면허 발급 요건을 완화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프랑스의 법을 어기고 운영해 논란을 빚은 이 다국적 기업과 현 프랑스 대통령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였는지에 대해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마크롱의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마크롱의 역할 상 자연스럽게 서비스 분야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시기에 여러 기업의 관계자들과 만나고 교류하게 됐다. 행정 및 규제의 한계를 넘어 촉진돼야 하는 기업들"이라고 밝혔다.

우버는 "우버팝 서비스 중단은 (우버에) 유리한 법률 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서 2018년 프랑스에서 발효된 새 법은 "우버에 결코 이득이 되지 않은 "더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로비스트로 전향한 EU 규제 담당자

또한 '우버 파일'을 통해 우버와 유럽 내 최고위급 관료 중 한 명인 크로스 전 EU 집행위원 간 밀접한 관계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됐음이 알려졌다.

이에 크로스 전 위원은 명백한 EU의 윤리 규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크로스 전 위원은 지난 2014년 11월 임기가 끝나기 전부터 우버의 자문위원회 합류를 논의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U의 규정에 따라 집행위원은 "재취업 제한 기간"의 제한을 받는다. 당시엔 18개월로, 퇴직 후 해당 기간 새로운 곳에 취업할 경우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크로스 전 위원은 EU의 디지털과 경쟁 부문 정책을 감독했으며,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거대 테크 기업을 강하게 압박한 인물이다.

하지만 퇴직 후 수많은 기업 중에서도 하필 논란 많은 선택지인 우버를 선택했다.

'우버 팝' 승차 공유 서비스는 크로스 위원의 모국인 네덜란드에서도 법적,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다.

일례로 2014년 10월 네덜란드에선 우버 영업기사들이 체포됐으며, 같은 해 12월 네덜란드 통상산업법원이 우버팝 서비스를 금지한 정부 결정을 인정하면서 우버가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10만유로(약 1억33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음 해인 2015년 3월 네덜란드 경찰은 우버의 암스테르담 사무소를 급습해 수색했다.

그러나 이번에 폭로된 이메일에 따르면 이때 크로스 전 위원이 정부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색 철회를 설득했다고 한다. 또한 1주일 뒤 수색 때에도 네덜란드 장관에게 연락해 "들볶았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공개됐다.

우버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우버와 크로스 위원 간 비공식적인 관계에 대해 관계자들을 입단속했다. "크로스 위원의 명성과 네덜란드 및 다른 지역에서의 우버의 솔루션 협상 능력이 사무실 안팎에서 가볍게 던진 농담으로 인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버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크로스 전 위원과의 관계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하며, 이에 대해 외부에서 언급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사진 설명, 우버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크로스 전 위원과의 관계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하며, 이에 대해 외부에서 언급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또한 우버는 크로스 위원이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도 끌어들이길 바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10월 한 이메일에는 "크로스 위원 및 총리실 비서실장과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들고 이들에게 '승리'의 느낌을 '제공'해줌으로써 이점을 최대화하려 한다"고 적혀있었다.

한편 크로스 위원은 유럽의원회의 특별 윤리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퇴직 후 18개월이 지나기 전에 우버의 자문위원회에 합류할 수 있게 허가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장 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에게도 호소했다.

이러한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이번 폭로에 따르면 크로스 위원은 재취업 제한 기간이 끝나 바로 공식적인 우버 합류를 발표하기 이전에도 이미 비공식적으로 우버를 위해 일했다.

이에 대해 HEC 파리 경영대학원의 알베르토 알레르만노 EU법 부문 장 모네 교수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우버 본사에서의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 칼라닉 당시 우버 CEO, 크로스 전 위원의 모습

사진 출처, ANP / ALAMY STOCK PHOTO

사진 설명, 지난 2016년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우버 본사에서의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 칼라닉 당시 우버 CEO, 크로스 전 위원의 모습

알레르만노 교수는 BBC 파노라마와의 인터뷰에서 "(크로스 전 위원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면서 "왜냐하면 크로스 위원이 앞서 허가를 구하지 않았다면 애매한 부분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로스 위원과 우버의 관계에 대한 모든 자료를 살펴보며 알레르만노 교수는 "이러한 상황은 예방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으므로) 우리의 (규제) 시스템이 미흡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크로스 전 위원은 재취업 제한 기간이 끝나는 2016년 5월 이전엔 우버에서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그 어떤 역할도" 맡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EU의 집행위원으로서 수많은 테크 기업과 교류하면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재취업 제한 기간 크로스 전 위원에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기관을 맡겼다. "네덜란드 내 기업 친화적인 생태계" 촉진을 위해 "기업, 정부, 비정부 단체가 광범위하게" 협력하는 기관이다.

네덜란드 경제부 대변인은 "우버는 2015년 당시 스타트업으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버는 크로스 전 위원은 2018년 자문위원회를 떠났으며, 이후 유럽에서의 "로비 및 정치인들과의 관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최대한 빨리 킬 스위치를 눌러라'

경찰이 수색하러 찾아왔을 때 우버는 '킬 스위치'라는 두 번째 방어막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수사 당국은 우버 사무소의 컴퓨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었다.

즉 운전자 목록과 같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우버가 자사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본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것이다.

이번 '우버 파일'을 통해 킬 스위치에 대한 이전 뉴스 보도가 사실임이 확인됐으며, 칼라닉 전 CEO가 적어도 한 번은 킬 스위치를 작동했음을 알 수 있었다.

칼라닉 전 CEO는 이메일을 통해 "최대한 빨리 킬 스위치를 눌러달라. AMS[암스테르담] 사무소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칼라닌 전 CEO는 경찰이 암스테르담 사무소에 찾아오자 "빨리 킬 스위치를 눌러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사진 설명, 칼라닌 전 CEO는 경찰이 암스테르담 사무소에 찾아오자 "빨리 킬 스위치를 눌러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이러한 킬 스위치는 캐나다, 벨기에, 인도, 루마니아, 헝가리에서도 작동됐으며, 프랑스에서는 최소 3회 이상 작동됐다.

한편 우버는 2017년 코스로샤히 CEO로 교체된 이후 세계 어느 사무소에서도 "사법 집행을 방해하도록 설계된 킬 스위치"가 없다고 밝혔다.

칼라닉의 대변인 또한 칼라닉 전 CEO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사법 집행을 방해할 수 있는 어떤 행동이나 프로그램을 승인한 적이 없다면서, 관련 의혹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버는 "지식재산권과 고객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쓴 것"이며 "이러한 안전장치 프로토콜은 그 어떠한 데이터나 정보도 삭제하지 않으며, 우버의 법률팀이 검토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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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지는 우버의 경영진이 글로벌 사업 확대를 모색하면서 각국 공직자와 주고받은 12만4000여 건의 이메일과 문자 등을 입수해 공개했다. 일명 '우버 파일'이라고 부르는 해당 자료는 미 워싱턴DC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BBC 파노라마를 포함한 29개국 언론 기관에 공유됐다.

BBC '우버 파일' 팀: 제임스 올리버, 로리 틴먼, 나소스 스타일리노우, 베키 데일, 윌 달그린

기사 작성: 벤 킹